씨앗 뿌린 한화, 이젠 류현진과 함께 거둘 시기[초점]
[스포츠한국 심규현 기자] 한화는 몇 년간 인고의 시간을 갖고 미래를 위한 씨앗을 뿌렸다. 시간은 흐르고 씨앗은 조금씩 자라났다. 그리고 류현진(36)이라는 전설과 함께 이제는 뿌린 씨앗을 수확할 시기가 왔다.
한화는 22일 "류현진과 8년 총액 170억원(옵트아웃 포함·세부 옵트아웃 내용 양측 합의 하에 비공개)에 계약했다"고 발표했다. KBO리그 역대 최대 규모의 계약이다. 종전 기록은 양의지가 두산 베어스와 맺었던 4+2년 152억원이다.
류현진은 KBO리그와 메이저리그에서 모두 눈부신 활약을 펼쳤다. 다만 2022시즌 중반 팔꿈치 수술을 받고 재기가 불투명했지만 2023시즌 토론토 블루제이스에서 3승3패 평균자책점 3.46으로 준수한 활약을 펼쳤다.
이로 인해 류현진은 2024시즌에도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할 것으로 전망됐다. 팬데믹 이후 메이저리그 투수난이 심해졌기 때문에 류현진에 대한 관심도 많을 것으로 보였다.
실제로 류현진은 이번 스토브리그 기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뉴욕 메츠, 뉴욕 양키스, 탬파베이 레이스 등 다수의 메이저리그 구단과 연결됐다. 선발투수들이 부족한 팀들은 하나같이 류현진을 유심 있게 지켜봤다. 그러나 류현진의 최종 선택은 한화 복귀였다.
류현진의 합류로 한화는 단순히 5강 후보로 등극했다. 그동안 최하위를 하면서 촉망받는 젊은 선수들을 많이 데려온 한화는 이제 류현진 영입으로 결실을 맺을 기회를 잡았다.
한화는 2013년부터 2023년까지 한화는 11년간 총 5차례 최하위에 머물렀다. 그럼에도 한동안 특급 유망주를 발굴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2019년 신인드래프트에서 2차 1라운드 전체 3순위로 노시환을 지명한 것을 시작으로 조금씩 뛰어난 기량의 유망주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특히 한화는 2020년부터 2022년, 3년 연속 최하위를 거두면서 미래를 맡을 젊은 선수들을 대거 지명했다. 대표적인 예시가 바로 문동주, 김서현, 황준서다. 문동주는 2년차인 지난해 8승8패 평균자책점 3.72로 신인왕을 수상하며 알을 깼다. 김서현은 1년차에 고전했지만 구위는 여전히 특급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올해 전체 1순위로 한화에 온 황준서는 신인이지만 5선발 후보로 꼽힐 정도로 기량을 인정받았다.
타자들 역시 많은 성장을 거뒀다. 카를로스 수베로 전 한화 감독 지도 하에 많은 기회를 받았던 노시환은 이제 KBO리그 대표 홈런 타자로 성장했다. 2021시즌 2루수 부문 골든글러브 정은원은 2023시즌 부진했지만 아직 반등할 여지가 남아있다. 이 외에도 이진영, 최원호, 이도윤, 박상언, 문현빈 등 새로운 선수들이 계속 등장해 활기를 불어넣었다. 팀 뎁스도 자연스레 두꺼워졌다.
또한 한화는 지난해와 올해 특급 FA 선수들을 대거 영입했다. 먼저 지난해에는 6년 총액 90억원으로 채은성을 영입했다. 채은성은 지난해 타율 0.263 OPS(출루율+장타율) 0.779 23홈런 84타점으로 노시환과 함께 중심타선을 꾸렸다. 이태양은 선발과 롱릴리프를 오가며 팀이 필요한 순간마다 등판했고 이번 시즌을 앞두고 2차드래프트로 롯데 자이언츠로 이적한 오선진도 지난해 내야 유틸리티 요원으로서 쏠쏠한 활약을 펼쳤다.
한화는 만족하지 않고 2024시즌 꾸준함의 대명사 안치홍까지 4+2년 총액 72억원에 데려웠다. 유망주만 있는 타선에서 이제는 신·구 조화를 갖춘 타선으로 완벽하게 탈바꿈했다.
류현진은 23일 스프링캠프 합류를 위해 일본 오키나와로 출국하기 전 열린 기자회견에서 "포스트시즌 진출은 해야 한다. 베테랑 선수들도 많이 영입됐고 지난해와 올해 FA 선수들도 많이 데려왔다. 또한 어린 선수들도 지난해 좋은 모습을 보이면서 올 시즌 더 자신감을 갖고 시즌을 시작할 것"이라며 한화 이글스의 도약을 자신했다.
또한 류현진은 "문동주, 황준서 등 재능 있는 젊은 선수들이 많다. 그 선수들이 어떻게 하는지 궁금하다"며 젊은 선수들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수베로 전 한화 감독은 한국에서 감독 생활을 마친 뒤 "내 역할은 묵묵히 씨앗을 심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수 많은 고통 속에서도 끝내 씨앗은 성장했다. 이제 류현진이라는 훌륭한 선수를 만나 열매로 성장해 수확할 시기만 남았다.
스포츠한국 심규현 기자 simtong96@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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