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베로 신부 "공대생으로 살다 세계청년대회 참가 삶 전환…한국서 믿음 성장"[이수지의 종교in]

이수지 기자 입력 2024. 2. 24. 05:00 수정 2024. 2. 24.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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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성당서 영어미사·외국인 전담 사목
"외국인 신자들에 따뜻한 위로 전하고파"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천주교 서울대교구 세베로 이사악 신부가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하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4.02.24. xconfind@newsis.com


[서울=뉴시스] 이수지 기자 = "더운 나라에서 온 제가 처음 한국에 도착했을 때 깜짝 놀랐어요 10년 전 여기 왔을 때 날씨가 영하 10도였거든요."

최근 서울 명동성당 사제관에서 만난 필리핀 출신 세베로 이사악 신부는 현재 천주교 서울대교구에서 영어 미사와 외국인 전담 사목을 하고 있다.

세베로 신부를 만난 명동성당은 전날 밤새 내린 눈 덕분에 마치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 왕국'같은 풍경으로 보였다. 동남아시아에서 온 듯한 관광객들은 눈 덮인 명동 성당 모습을 휴대전화 카메라에 담느라 여념이 없었다.

"처음 한국에 왔을 때 저도 눈을 처음 봤어요. 제 생일은 12월인데 그때 한국에는 오늘처럼 눈이 오더라구요,"

지난 2014년 12월 신학생으로 한국에 온 세베로 신부는 필리핀 대학시절 공대생이었다. 세베로 신부의 대학시절은 방탕했던 삶이었다.

"제가 대학생 때 세부라는 큰 섬에서 대학교를 다녔는데, 그때 부모님은 고향 레이테에 계셨고 저는 혼자서 세부에서 제멋대로 생활했어요. 천주교 신자여서 성당에 다녔지만 완전 세상의 유혹에 빠져 제멋대로 살았습니다."

2011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로마 가톨릭교회가 주최하는 세계청년대회 참가가 세베로 신부에게 삶의 전환점이 됐다.

당시 교황이었던 베네딕토 16세의 강론이 세베로 신부를 사제의 길로 이끌었다. 신학 공부 준비를 위해 전공도 철학으로 바꿨다.

지난 2014년 12월 서강대에서 한국어 공부를 마치고 2016년부터 혜화동에 있는 가톨릭 신학대와 월계동에 있는 레뎀또리스 마떼르 선교 신학원에서 신학 공부에 매진했다.

세베로 신부는 선교 신학원에서 선교사제로 양성된 6개국 출신 신학생 12명 중 1명이었다. 6개국은 한국을 비롯해 이탈리아, 콜롬비아, 중국, 도미니카공화국, 필리핀 등이었다.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천주교 서울대교구 세베로 이사악 신부가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서 뉴시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4.02.24. xconfind@newsis.com


올해 사제 서품을 받은 세베로 신부는 처음 외국인 전담 사목을 맡았던 이탈리아 출신 파비아노 레베쟈니 신부에 이어 두 번째 외국인 전담 사목 신부로 지난 13일 명동성당에 오게 됐다.

외국인 전담 미사에는 한국에 여행 온 외국인 관광객들과 한국에서 생활하는 외국인들이 참석하고 있다. 필리핀, 스페인, 미국, 인도, 브라질 등 국적도 다양하다.

18일 처음 집전한 외국인 전담 미사는 세베로 신부에게 "너무 놀랍고도 겁나는 일"이었다.

"명동성당이 워낙 큰 성당이라 성당 안에 사람도 많고 일요일에 미사가 10번이나 있어요 처음엔 제가 이런 큰 본당에서 미사 집전을 잘 감당해 낼 수 있을까 긴장되고 두려웠어요. 그렇지만 집전하고 나서 든든한 선배 신부님들과 함께 사목하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겠다는 희망이 생겼답니다."

세베로 신부는 현재 매주 일요일 오전 9시 외국인 전담 미사를 영어로 집전하지만, 월요일, 수요일, 금요일은 한국어로도 미사를 집전한다. "제가 말할 때나 강론할 때나 한국 신자들이 못 알아들을까 봐 많이 부담된다"고도 했다.

한국에 온 지 11년차가 된 세베로 신부는 한국어로 능숙하게 인터뷰도 하고 한국인들과 언어적, 문화적 장벽 없이 소통하기까지 나름의 고충이 있었다.

세베로 신부는 "한국에 와서 날씨에 적응하는데 고생했지만 한국어를 배우는 것도 고생이었다"고 털어놓았다.

한국어 공부는 K드라마가, 한국문화 적응은 한국 천주교 신자들 가정에서의 생활이 도움이 됐다.

필리핀에서 K팝과 K드라마가 유행이라 사제가 되기로 결심하기 전 세베로 신부에게 한국 걸그룹을 좋아했던 시절도 있었다. 한국어 공부를 위해 영어 자막이 있는 K드라마를 시청했던 경험도 있다.

처음 매운 한국음식을 먹고 배탈로 고생도 했다. 지금은 세베로 신부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돼지국밥이다. "신학교 다닐 때 방학 중에 부산에 있는 공동체에 한 달 정도 놀러 가면 돼지국밥을 많이 먹거든요. 된장찌개와 김치찌개도 좋아합니다."

이제 세베로 신부에게 "한국은 제2의 고향"이 됐다. "한국에서 제 몸도 성장했지만 제 믿음도 자랐으니까요"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천주교 서울대교구 세베로 이사악 신부가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서 뉴시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4.02.24. xconfind@newsis.com

세베로 신부는 "외국인들은 자기 나라가 아닌 한국에서 생활하면서 겪는 어려움이 있다"며 "특히 부모님들, 가족들과 멀리 떨어져 지내면서 외로움도 많이 느끼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저도 외국인으로서 한국 땅에서 살면서 문화와 언어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어요 제가 사제가 되기까지 받은 은총을 그 사람들도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명동 성당에 오는 그분들과 서로 인사하면서 그분들이 따뜻한 위로를 느낄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요즘 시대 특히 SNS에 빠져 외로워하는 한국 젊은 세대에게 조언도 잊지 않았다.

"SNS에서 자신의 콘텐츠에 모르는 사람들이 '좋아요'와 '하트' 버튼을 누르면 사랑과 관심을 받았다고 생각하고, '좋아요'와 '하트' 버튼을 안 눌러주면 외로움을 느끼더군요. 심적으로 해결하기 힘든 문제가 있으면 부모님, 친구들, 신부들과 직접 만나 이야기했으면 좋겠습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suejeeq@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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