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트랙터 시위대 파리 시내 집결…정부 압박 수위 고조(종합)
(파리=연합뉴스) 송진원 특파원 = 프랑스 파리 국제농업박람회 개막을 하루 앞둔 23일(현지시간) 농민 트랙터 시위대가 파리 도심까지 진출했다.
성난 농심을 달래기 위해 지난 21일 가브리엘 아탈 총리가 3차 농민 지원 대책안을 발표했지만, 역부족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날 낮 파리 시내 7구의 앵발리드(군사박물관) 앞 보방 광장에는 부르고뉴 지방에서 올라온 트랙터 43대가 집결했다.
트랙터 시위대가 파리에 들어온 건 이달 1일 이후 처음이다.
농민들은 이날 오후 5시까지 이곳에서 파리 시민들과 대화한 뒤 돌아간다는 계획이었으나 저녁 7시 현재까지도 시내에 머물러 있다.
경찰들은 보방 광장을 중심으로 차량 이동을 통제했다. 다만 평소 차량 흐름이 많진 않은 곳이어서 주변 교통 혼잡은 눈에 띄지 않았다.
30년간 농업에 종사해 왔다는 자비에(52)씨는 "농민에게 가장 중요한 건 농산물 가격"이라며 "가격 보장을 위한 에갈림(Egalim)법이 있지만 제대로 지켜지질 않고 있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프랑스 정부는 지난달 중순부터 트랙터를 끌고 고속도로로 나온 농민들의 분노를 가라앉히기 위해 총 3차례에 걸쳐 에갈림법 강화 등 대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농민들은 여전히 정부의 대책이 만족스럽지 않다는 입장이다.
40년간 곡물 농사를 지어온 아르노(61)씨는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아주 미미한 것들"이라며 "우리가 농사를 계속 지으면서 살아갈 수 있도록 확실한 지원책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아르노씨 역시 농산물 가격 보장과 정부의 규제 단순화를 핵심 요구사항으로 꼽았다.
그러면서 "우리는 오늘 여기에 시위하러 온 게 아니고 파리 시민에게 농민이 처한 상황을 알리고 함께 논의하기 위해 모인 것"이라고 강조했다.
파리 한복판에 트랙터들이 몰려 있는 모습을 본 시민들은 발길을 멈추고 사진을 찍는 등 관심을 보였다.
농민들을 지지하기 위해 일부러 찾아온 시민도 있었다.
인근 7구에 산다는 실비(50)씨는 "단순한 호기심 때문이 아니라 농민에게 지지를 보내고 그들과 연대하기 위해 나왔다"며 "농민은 오래전부터 유럽연합(EU)의 각종 규제에 시달리며 희생해왔다"고 말했다.
이들 외에 이날 오후 4시께엔 국제농업박람회가 열리는 포르트 드 베르사유 전시장 앞으로 최대 농민조합단체 전국농민연맹과 청년농민회의 주도로 또 다른 트랙터 행렬이 이어졌다.
이들은 24일 행사 개막에 맞춰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도착할 때까지 밤샘 대기할 계획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박람회장에서 농민들과 현장 토론을 벌일 예정이었으나 주요 농민 단체가 참석을 거부하는 바람에 일정이 취소됐다.
농민 단체들은 정부가 농민들에 비우호적인 극단주의 환경 단체까지 현장 토론 패널로 초청한 데 반발해 이날 잇따라 토론 참석 거부 의사를 밝혔다.
이에 엘리제궁도 예정된 공개 토론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마크롱 대통령 역시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농민들이 공개 토론을 원했다가 이제 취소를 요구하고 있다"며 "충분히 이해한다"고 적었다.
이어 "정부는 첫날부터 농민들의 편에 서기 위해 노력해 왔다"며 "내일 아침 공식 행사 개막 전 모든 영농조합 관계자를 초대해 대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농민들의 시위는 파리뿐만 아니라 프랑스 곳곳에서 다양한 형태로 진행됐다.
일간 르피가로에 따르면 서부 뒤 세브르 지역에선 대형 슈퍼마켓 체인인 르클레르 매장 5곳이 트랙터에 봉쇄됐고, 남부 로크 드 라 가스에선 원형 교차로가 차단됐다.
낭트와 아쟁에서도 농민들이 거리로 나왔고, 남부 75번 고속도로에서는 트랙터를 느리게 운행해 차량 흐름을 방해하는 '달팽이 작전'이 펼쳐졌다.
한편, EU 농업장관 회의가 열리는 26일 브뤼셀 EU 본부 주변에서도 유럽 농민들의 대규모 트랙터 시위가 예정됐다.
s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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