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조국 후원회장 맡은 ‘태백산맥’ 작가

박국희 기자 2024. 2. 24.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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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0년 10월 12일 50주년 맞이한 조정래 작가의 기자간담회./오종찬 기자

조정래(81) 작가의 대하소설 3부작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은 지금까지 1500만부가 넘게 팔렸다. 분단과 이념의 아픔을 담아낸 작가의 시대정신에 대중이 공감했기 때문일 것이다.

7개월간 탈장(脫腸)을 앓으며 소설 ‘한강’ 집필을 끝내고서야 수술을 받았다는 조 작가는 치열한 작가 의식으로도 유명하다. 올해 등단 54년을 맞은 그는 에세이 ‘황홀한 글감옥’에서 “작가는 오로지 진실만을 말해야 하는 존재”라며 “가엾고 억울하게 당하는 힘없고 가난한 사람들의 일이 제 가슴에 정면으로 부딪쳐와 통증을 일으키고는 했다.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되는 것, 그것이 작가 의식”이라고 했다.

조 작가가 사람들 입방아에 오르내린 건 문재인 정부 때인 2020년이었다. 당시 문 정부의 ‘토착왜구 반일몰이’에 편승한 조 작가는 “일본 유학을 갔다 오면 무조건 친일파가 된다. 150만명의 친일파를 징벌하는 법을 만들어 단죄해야 한다”고 말해 사람들을 당황케 했다.

과거 ‘태백산맥’으로 국가보안법 수사를 받을 때 “사실을 사실이라고 말하는 진실을 쓰고자 했다”고 한 조 작가는 이후 서류 조작과 허위 발언으로 유죄를 받은 최강욱 전 의원과 어울리며 입시 비리 재판을 받던 정경심씨를 선처해 달라는 탄원서를 썼다. 최근에는 총선 참여를 선언한 조국 전 장관의 후원회장을 맡아 “많은 시민들이 도와줘야 한다. 조국 신당 후원에 적극 동참해 달라”며 모금을 호소했다.

조 작가는 작년 말 황금 만능주의를 배격하는 신작 ‘황금종이’를 펴낸 뒤 “작가는 작품을 쓸 때마다 새로운 것을 대중들과 함께 깨달으려 하고 대중들과 함께 토론하고 싶어한다”며 “저는 이번에 돈의 노예가 되지 말자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했다. 범죄 사실로 각종 돈벌이에 나선 조국 일가의 행태를 보며 조 작가가 지탄했던 돈의 노예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은 건 아이러니다. 조 작가가 그토록 함께 호흡하려 했던 대중들의 조국 신당 반대 여론은 찬성보다 2배 이상 높다. 조 작가가 평생 추구해 온 작가 정신이라는 게 결국 조국이었던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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