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리한 커브, 묵직한 직구… ‘괴물’ 살아있네!
“좋네, 좋아!” 23일 프로야구 한화 2차 스프링캠프가 펼쳐진 일본 오키나와 고친다 야구장. 류현진(37)의 불펜 투구를 지켜본 최원호(51) 한화 감독이 이렇게 외쳤다. 전날 한화와 8년 170억원에 계약하고 친정 팀으로 돌아온 류현진은 이날 오전 한국을 떠나 오키나와에 도착, 훈련장으로 직행했다. 정장 차림으로 선수단과 만난 그는 “12년 만에 돌아와서 기쁘다”며 “더 높은 곳을 향해서 갈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 잘 부탁드린다”고 인사했다. 선수단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도 초대됐다. 그는 “온종일 선수들 연락처 저장하느라 정신이 없었다”고 했다.
류현진은 상견례 후 곧바로 등번호 99번이 박힌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몸을 풀었다. 떠나기 전 달았던 그 번호다. 11년간 MLB(미 프로야구)에서 지냈던 그는 KBO(한국야구위원회) 공인구를 집어 들더니 “우아” 하고 탄식을 뱉었다. “미국 공보다 묵직하다”며 “한국에서 몇 번 던져보고 왔는데 아직 익숙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불펜 마운드에 올라 공 45개를 던졌다. 직구와 커브, 커터, 체인지업 등 변화구를 점검했다. 구속을 따로 측정하지 않았다. 대부분 공은 스트라이크존을 통과했다. 지켜보던 이순철 SBS스포츠 해설위원이 “지금 몇 프로 힘으로 던지는 거냐”고 묻자 “그냥 가볍게 던지고 있다. 힘 안 쓰고 있다”고 답했다. 박승민 한화 투수 코치는 “강하게 던지지 않았는데도 구위와 투구 질이 좋았다”고 말했다. 공을 받은 불펜 포수 정우민은 “가볍게 던지는데도 공이 쭉쭉 뻗는다. 변화구 각도도 국내 투수와 다르다”며 “역시 미국 물은 다르다”고 감탄했다.
류현진은 “그동안 실내에서만 운동을 해왔는데 오늘 야외에서도 잘 던진 것 같다”며 “한 번 정도 더 불펜 투구를 한 뒤 라이브 피칭(실전처럼 던지는 훈련)을 진행하고 나서 연습 경기에 등판하지 않을까 싶다”라고 했다. “개막 전엔 투구 수 80개까지 올릴 수 있다. 한국에서도 이미 65개를 던졌다”며 “개막전(3월 23일 잠실 LG전) 등판도 가능하다”고 했다. 그는 “올해 포스트시즌에 진출하고 싶다. 계약 기간 8년 동안 목표는 한국시리즈 우승”이라고 강조했다.
이제 한화 선수단에 류현진보다 고참은 김강민(42)과 플레잉 코치 정우람(39)뿐이다. 류현진은 “신인 시절 구대성 선배가 팀에 왔던 것과 비슷한 느낌일 것 같다”며 “미국 진출 전보다 팀 분위기가 많이 밝아졌다. 후배들이 이것저것 물어보면 열심히 가르쳐주겠다”고 말했다. “5일에 한 번, 6일에 한 번 계속 마운드에서 건강하게 던지는 것만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류현진은 올해 11월 열리는 국가대항전 프리미어12 출전 의지도 드러냈다. KBO는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이끌었던 류중일(61) 감독을 이날 대표팀 감독으로 선임했다. 류현진은 “뽑아주실지 모르겠지만, 한 번 더 한국을 대표하는 선수로 경기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37세 노장 투수가 된 지금 그가 과연 국내 무대를 지배할 수 있을까. 과거 노장 관록을 보여줬던 투수 중 37세 성적만 보면 박철순이 1993년 7승 5패 평균자책점 2.08, 송진우가 2003년 9승 7패 3.12(이듬해 11승 8패 3.61)를 기록한 바 있다. 임창용은 38세인 2014년에 5승 4패 5.84 31세이브, 2015년 5승 2패 2.83 33세이브를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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