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배의 공간과 스타일] [224] 셰즈 롱그(chaise longue)의 유행
연말 연초면 트렌드를 예측하는 책과 정보들이 쏟아진다. 분석 전문 기관이나 회사들이 축적된 연구와 빅 데이터를 바탕으로 발표하는 결과들이어서 신빙성도 있다. 금년 초, 학생들과 견학을 다녀왔던 회사의 2024년 디자인 트렌드 예측에서 재미있는 내용이 있었다. 누군가 하고가 아닌 ‘나 자신과의 결혼식’과 같은, 바로 혼자 사는 라이프스타일의 지향이다.
이런 트렌드 분석은 패션을 비롯한 여러 산업 전반의 제품 생산이나 투자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 근래 가구 회사들은 매장 한편에 새롭게 ‘기숙사(dorm) 코너’를 마련하고 혼자 사는 사람들을 위한 가구를 연출해 놓고 있다. 그중 두드러진 아이템은 ‘셰즈 롱그’이다. 프랑스어로 ‘긴 의자’를 뜻하는데, 보통 발을 쭉 뻗고 혼자서 편하게 앉는 기다란 의자를 말한다. 흔히 혼동되어 쓰이는 라운지체어는 의자와 소파의 중간 형태, 반면 셰즈 롱그는 의자와 침대의 중간이라고 보면 이해가 쉽다. 역사적으로도, 부드러운 곡목(曲木) 의자로 유명한 오스트리아의 가구 디자이너 토넷(Michael Thonet)의 흔들의자나, 오토만(Ottoman)이라는 발받침과 같이 놓이는 찰스 임스(Charles Eames)의 작품들이 대표적인 셰즈 롱그로 알려져 있다.
그 유행의 이유는 명확하다. 재택이 불러온 지극히 실용적인 목적이다. 셰즈 롱그 하나면 커피를 동반한 휴식은 물론, TV 시청, 독서, 편안하게 기대서 스마트폰이나 노트북으로 일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구글과 같은 회사를 방문해보면 고정적인 형태의 책상보다 회사 곳곳에 포진되어 있는 라운지체어와 소파에 기대서 노트북 하나로 일하는 직원들이 수두룩하게 보인다. 재택으로 전환되면서 사무실에서의 이런 업무 형태가 집 안으로 옮겨오는 건 너무나 당연하다. 소파 세트의 경우도 한쪽 끝에 길게 다리를 뻗을 수 있는 유니트를 첨가하는 것이 선호되고 있다. 월세가 비싼 뉴욕의 사람들은 대부분 ‘신발 상자보다 약간 큰 공간’의 아파트에서 생활한다. 친구가 놀러오면 동네 카페를 이용해야 한다. 가족과 함께보다 혼자 사는 사람이 더 많은 뉴욕에서, 한 가지 품목으로 여러 기능을 수용할 수 있는 셰즈 롱그는 최적의 선택으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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