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기 위해 필사적으로 트램펄린을 뛰어봐야 제자리…남길순 시집 ‘한밤의 트램펄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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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시로 여는 세상』 신인상에 당선된 남길순 시인이 2018년 『분홍의 시작』 이후 6년 만에 두 번째 시집 『한밤의 트램펄린』을 내놨다.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가족과 이웃, 과거와 현재, 개인과 역사, 설화적 세계와 현대적 일상, 기억의 삶과 망각의 삶"(김수이, 해설) 등 시공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지금-여기'의 세상을 성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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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어 오르는 자의 기쁨을 알 것 같다//뛰어내리는 자의 고뇌를 알 것도 같다//트램펄린을 뛰는 사람들/트램펄린을 뛰는 사람들//종아리를 걷은 맨발들이 보이고/총총 사라진 뒤//달빛이 해파리처럼 공중을 떠돈다//아무도 없는 공터에/트램펄린이 놓여 있고’
첫 시집에서 ‘뭇 생명들의 실상’을 탐색하며 탄생과 성장의 서사를 직조한 시인이 이번 시집에서는 성장 이면의 세상으로 서사를 확장시키며 “고통스러운 죽음과 소멸”에 직면한 현대인의 삶을 다양한 측면에서 포착한다. 냉혹한 자본사회의 인간을 시인은 “아무도 없는 공터”에서 홀로, 살기 위해 필사적으로 “트램펄린을 뛰는 사람들”(「한밤의 트램펄린」)에 비유한다. 그러나 비상과 추락을 반복하며 도달하는 곳은 결국 제자리일 뿐이다. 시인은 “어느 날 불편한 자세로 물을 먹다가 사자에게 심장을 바치고” 난 후 “숨을 멈추고 보이지 않는 곳을 바라보는 버릇”(「이번 생(生)은 기린입니다」)이 생기거나 “서로의 말을 알아들을 수 없게”(「조용한 가족」)된 한없이 약자일 수밖에 없고, 소통 부재의 현실과 불화하는 존재들의 고통을 세밀하게 포착해 시적 은유와 상징으로 펼쳐보인다.
특히 순천 출신인 시인이 ‘여순사건’에 관해 표현한 시들도 각별하게 다가온다. 그 사건 당시와 이후 고통과 상처가 얼마나 끔찍했는지, 그래서 더더욱 보듬고 치유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묵직한 울림을 준다.
시인은 삶의 고통과 불안 속에서도 “아름다운 무지개를 만들 수 있는 세계를 궁리”(「보아뱀과 오후」)하며 “여전히 나는 기다리는 것이 있다”(「그리운 눈사람」)고 한다. 외롭고 지치고 삶의 무게가 버거운 사람들에게 가만가만 토닥거려주는 위로 같다.
이강은 선임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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