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득권 반발 넘어… 혁신 향한 나사의 항해
덩치만 비대해지고 성과는 못내
정치권과의 이해관계 원인 꼽혀
한계 속 ‘민간 경쟁’ 도입 목소리
결국 뉴스페이스 시대 여정 돌입
중력을 넘어서/로리 가버/조동연·김지훈 옮김/다산사이언스/2만4000원
오랫동안 우주 탐사의 변방이었던 한국에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은 경외의 대상이다. 나사는 인류의 미래를 이끄는 범접할 수 없는 조직 같다. 신간 ‘중력을 넘어서’는 이런 나사에 대한 환상을 산산이 조각낸다.
저자가 나사에 의문을 갖게 된 결정적 계기는 1986년 우주왕복선 챌린저호 폭발 사고다. 챌린저호는 비행 73초 만에 수백만명이 텔레비전으로 지켜보는 가운데 폭발했다. 7명의 우주비행사가 숨졌고 위성 수십개가 정지됐다. 저자는 “이 비극을 겪으며 나사가 무엇을 위해 어떠한 활동을 하고 있는지 의문을 가지게 됐다”고 한다.
나사가 아폴로 프로젝트 이후 비효율과 관료주의의 늪에 빠진 모습은 여러 면에서 감지됐다. 미국 우주왕복선 프로그램은 1972년 닉슨 대통령 시절 발표됐다. 그러나 30여년이 지난 2008년까지 발사 비용을 낮추고 우주여행을 정기적으로 하겠다는 목표는 한 번도 이루지 못했다. 1년에 40∼50회를 비행하도록 프로그램이 설계됐지만 27년 동안 평균 5회 비행에 그쳤다. 비용은 1000억달러가 넘은 상태였다.
나사가 덩치만 비대해지고 성과를 내지 못한 원인 중 하나는 정치권과 업계의 이해관계였다. 나사가 발주하는 계약은 각 선거구의 경제와 일자리에 영향을 미친다. 한 선거구에서 한번 대규모 계약이 체결되면 이를 바꾸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나사의 한계를 인지하고, 우주 탐사에 민간 경쟁을 도입해야 한다고 여긴 이들은 일찍부터 등장했다. 저자는 이들을 영화 ‘스타워즈’의 한 솔로와 같은 ‘우주해적’이라 부른다. 저자가 속했던 국립우주협회를 포함한 우주해적들은 1984년 ‘상업적 우주 발사 장려법’을 제정했다. 이 법은 정부가 민간의 우주 발사 관련 혁신 장비와 서비스를 확보·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1989년 조지 부시 대통령이 인간을 달로 보내고 화성으로 가는 프로그램을 추진했을 때 우주해적들은 현재의 ‘뉴스페이스’와 유사한 주장을 내놓았다.
저자가 나사 개혁에 동참한 결정적 순간은 2008년 찾아왔다.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오바마는 그에게 ‘넬슨이라는 사람이 오랫동안 우주왕복선 프로그램을 연장하기 위해 로비하고 있다’며 의견을 물었다. 이 대화를 계기로 저자는 오바마 대통령의 나사 전환 팀을 이끌게 됐고 이어 나사 부국장에 올랐다.
이 책은 우주 탐사의 최전선을 다루지만 딱딱한 과학도서가 아닌 사람 얘기에 가깝다. 한국은 관료주의에 젖어 있고 정치권은 이해관계자들에 휘둘려 퇴행적인 결정만 한다고 한탄하는 이들이라면 이 책이 흥미로울 법하다. 민간 기업이 우주 탐사를 주도하는 뉴스페이스 시대를 열기까지 미국에서 벌어진 복마전 역시 만만치 않았다. 정치와 행정의 영역에서 유의미한 변화를 이끌어내려면 어디든 지난한 전진과 후퇴가 반복됨도 알 수 있다. 때로 권력자의 이해관계와 사소한 우연이 맞물려 중요한 결정이 이뤄지는 모습은 미국이든 한국이든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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