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빼갈 생각마라” 울산팬들, 대표팀 감독 차출설에 트럭시위
“일주일 뒤 리그 개막, 자국 리그 무시하는 대한축구협회” “졸속 행정의 결말은 K리그 감독 돌려막기” “필요할 때만 소방수 홍명보 감독은 공공재가 아니다”. 23일 대한축구협회 사무실이 있는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 정문과 후문에 이런 문구를 전광판에 번갈아 비추는 소형 트럭이 한 대씩 도착했다.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을 선임하는 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회 2차 회의가 열리는 24일을 하루 앞둔 날이었다.
트럭을 보낸 건 프로축구 K리그 울산HD 응원단 ‘처용전사’. 홍명보 울산HD 감독을 대표팀 감독으로 차출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자 항의하는 차원에서 트럭을 보냈다. 김기원 처용전사 의장은 “K리그를 무시하는 협회의 일방적인 행정에 제동을 걸고 싶었다”며 “우리 홍명보 감독님뿐 아니라 K리그를 지키겠다는 의미도 담겼다”고 말했다.
정해성 위원장은 지난 21일 첫 회의를 마치고 3월 내로 국내 지도자를 정식 감독으로 선임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그 후보로 홍명보(55) 감독과 김기동(52) FC서울, 김학범(64) 제주 유나이티드 감독 등 K리그 사령탑이 거론됐다.
문제는 K리그 개막이 1주일 앞으로 다가왔다는 점. 울산은 지난 21일 이미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16강전을 치르면서 홍명보 체제로 새 시즌을 시작했다. 김기동 감독과 김학범 감독은 올 시즌 신임 감독들. 아직 공식 데뷔전조차 치르지 않았다. 양 팀은 새 선장 아래 동계 훈련을 마치고 출항을 앞두고 있다가 협회 발표가 나오면서 혼란을 겪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관계자는 “리그 개막이 코앞인데 대표팀(감독 문제)이 화제를 다 가져갔다”라며 “스타 감독까지 뺏길 판이니, 협회 태도가 원망스럽다”고 말했다. 팬들도 “협회가 K리그를 존중하긴 하는 거냐”며 반발하고 있다.
과거 전북 현대가 대표팀에 감독을 내줬다가 혼란을 겪은 적이 있다. 축구협회는 2011년 조광래(70) 대표팀 감독을 경질하고 최강희(65) 전북 현대 감독에게 읍소해 대표팀 사령탑으로 데려왔다. 우승 팀이었던 전북은 이후 세 명 감독 대행(이흥실-파비오-신홍기)을 거치면서 준우승에 이어 3위로 성적이 하락했다. 최 감독이 돌아온 2014시즌 다시 2연패(連覇)에 성공했다.
협회가 외통수에 몰린 것도 아니다. 3월 태국과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2연전은 임시 감독 체제로 치른 뒤, 다음 A매치 기간인 6월까지 신중하게 물색해야 된다. 황덕연 해설위원은 “이런 식으로 감독을 빼가는 일이 반복된다면 K리그는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나. 구단이 고심 끝에 선임한 감독을 대표팀에 보내고 뭔 보상을 받는 것도 아니다”라면서 “3월엔 현재 무직인 감독을 임시 대표팀 사령탑으로 둔 뒤 6월까지 감독을 찾는 방법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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