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컬 앤 본즈 "해적 로망 꿈꿨는데 뚜껑 열어보니 폭망"
유비소프트 신작 '스컬 앤 본즈'에 히든 카드는 없었다. 지난 오픈 베타 떄의 불거졌던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 전투와 해양 어드벤처 재미는 확실했지만, 결국 지속되는 반복 플레이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
스컬 앤 본즈는 유비소프트 대표작 '어쌔신 크리드' 시리즈에서 호평받은 해상전을 메인 콘텐츠로 다룬 오픈 월드 멀티플레이 게임이다. 17세기 시작된 해적의 황금시대를 배경으로 한 해상전을 소재로 한다.
영화 '캐리비언의 해적'이나 만화 '원피스'처럼 해적이라는 소재가 가져다주는 로망은 게이머들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더욱이 유비소프트는 '어썌신 크리드4: 블랙 플래그'에서 이미 해당 소재로 좋은 평가를 얻었기 때문에 그 기대치는 높을 수밖에 없었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뭔가 많이 부족했다. 메인 콘텐츠만 놓고보면 충분히 잠재력 넘치는 게임이지만, 게이머들의 기대치를 충족하기에는 상당히 부족했다. 모든 구간 플레이 경험이 거의 비슷하다는 게 치명적 결함이다.
결과적으로 해적 판타지에 대한 로망을 충족하지 못했다. 특히, 해적 특유의 드라마를 기대했다면 더 실망스럽게 다가올 것이다. 항해와 해상전은 유비소프트 특유의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가 느껴져도 7년 넘게 개발한 게임이라고 보기엔 역부족이다.
스컬 앤 본즈는 패키지 판매 후 라이브 서비스를 이어나가는 게임이다. 앞으로 신규 월드 보스와 월드 이벤트 등 여러 콘텐츠가 추가될 예정이다. 당장은 부족한 게임이라도 업데이트로 하나씩 채워나가지 않을까하는 기대도 있다. 다만 당장은 7만4000원이란 거금을 들여 구매하기에는 너무 아깝다.
장르 : 오픈월드 액션 어드벤처
출시일 : 2024년 2월 16일
개발사 : 유비소프트
플랫폼 : PC, PS, XBOX
■ 게임은 한없이 지루한데 스토리 분량도 빈약
스컬 앤 본즈는 밑바닥부터 성장하는 왕도 스토리를 그린다. 영국 무역 연합에 의해 침몰한 해적선의 선원인 플레이어가 해적으로서의 악명을 되찾고 소위 '해적왕'이 되는 여정이다.
잃어버린 악명은 '의뢰' 해결로 차차 쌓아나간다. 대해적 '스컬록' 아래 들어가 각종 의뢰를 받는다. 의뢰의 핵심 보상은 '악명'으로 다른 게임으로 치면 명예 등급과 비슷한 역할이다.
게임 초반부터 후반까지 이런 의뢰를 계속 해나가야 하는데, 문제는 의뢰의 결이 매우 비슷하다는 사실이다. 어디의 누군가를 처치하거나, 무역로를 따라가 특정 선박을 약탈, 혹은 재료를 수집해야 한다.
의뢰 수행은 스토리와도 연결되는데, 이야기 전개조차 반전 하나없이 예상대로 흘러가는 데다가 분량도 빈약하다. 해적의 삶을 다룬 게임인데, 매력적인 악역조차 등장하지 않는다. 사실상 스컬록이 유일무이한 주요 등장인물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시즌 업데이트로 계속 콘텐츠가 추가된다지만 7만4000원짜리 게임치고 분량이 적어도 너무 적다. 더욱이 노가다성 의뢰에 지치는데 스토리까지 진부하게 흘러가니 게임 플레이 자체가 한없이 지루하게 느껴진다.
메인 퀘스트를 모두 끝내면 수배지와 미션보드, 그리고 여러 상인에게 받을 수 있는 서브 퀘스트를 수행한다. 하지만 이것 역시 특정 선박 약탈, 재료 수집, 해양 탐사 등 똑같은 의뢰가 이어진다. 이 정도면 해적이 아니라 심부름센터다.
■ 묵직한 타격감과 생동감 넘치는 사운드로 채운 해상전
지루한 반복 플레이에 지쳤어도 스컬 앤 본즈의 핵심 콘텐츠인 항해와 해상전은 최고 수준이다. 오픈 베타 당시 잠재력이 충분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가장 큰 이유다. 함포의 묵직한 타격감과 생동감 넘치는 사운드는 최상의 전투 경험을 제공한다.
어쌔신 크리드가 모티브가 된 만큼 원작 게임의 해상전과 유사하다. 함선 양측면과 선두, 선미에 설치된 무기를 활용해 싸운다. 무기는 대미지와 사거리, 탄속, 그리고 재장전 시간까지 천차만별이다.
전투 핵심은 약점 공략이다. 적선의 약점은 붉은색으로 표시되는데, 이 약점을 맞추면 큰 피해와 함께 적선에 상태이상에 걸린다. 또한, 적의 노, 방향타 등을 파괴하면 기동성이 감소한다. 화약통이나 기름통을 공격해서 배에 불을 붙일 수도 있다.
이런 약점을 집중 공격하는 컨트롤의 재미와 호쾌한 연출은 유비소프트의 관록이 느껴질 정도로 훌륭하다. 다양한 선박과 무기를 조합해 자신만의 해적선을 커스텀하는 재미 역시 확실한 편이다.
다만 컨트롤의 재미와 연출 만큼이나 중요한 전략성은 높지 않다. 해상전은 9할이 포격전 위주로 흘러가는데, 사실상 "약점을 맞춘다"라는 직관적인 공격 방법 외에는 이렇다 할 전략성이 없다. 백병전은 연출로 대체되므로 전략과 거리가 멀다.
측면을 향해 뱃머리를 돌려 충각을 유도하거나, 함상전을 유도해 포격전을 회피하는 등 승리를 위해 다양한 전술이 필요했던 어쌔신 크리드의 해상전과 비교하면 아무래도 아쉬울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는 타격감과 연출에만 모든 힘이 집중된 셈이다.
■ 기본기 탄탄한 경제 시스템에 비해 부족한 콘텐츠
아무리 해적이 무역이 아닌 약탈로 돈을 버는 직업이라고 해도 시뮬레이션 요소가 빈약해도 너무 빈약하다. 시뮬레이션의 핵심인 경제 시스템은 기본적인 게임 구조와 맞물리지 않으며 그저 그런 요소로 전락한다.
스컬 앤 본즈에는 고유한 경제 시스템이 존재한다. 상인이 판매하는 고정 물품의 가격이 일정 시간마다 변동된다. 이는 '대항해시대' 등 해상 시뮬레이션 게임을 즐겨본 이들에게는 익숙한 시스템이다.
지역 특산물은 동일한 물품이라도 다른 지역의 가격에 비해 저렴하기도 하다. 이를 활용해 보다 저렴하게 물품을 구매하거나, 비싸게 판매해 경제적 이윤을 챙기는 게 경제 시스템의 핵심이다.
기본 구조는 꽤 탄탄하다고 볼 수 있지만 잘 만들어 놓은 장치를 마땅히 써먹을 곳이 없다. 일단 스컬 앤 본즈는 약탈 어드밴티지가 너무 높다. 해적의 콘셉트를 살렸다고 볼 수 있지만, 무역으로 이득 볼 시간에 그냥 지나가는 배 하나 약탈하는 게 훨씬 낫다.
경제 시스템의 골격을 잘 다져놓고 콘텐츠적으로는 방치했다. 그렇다보니 게임의 플레이 양상이 항해와 해상전에만 치중될 수밖에 없다. 이런 양상이 반복되니 유저들은 빠르게 게임이 질리기 마련이다.
함선 어드벤처의 꽃이라고 볼 수 있는 선원 관리 콘텐츠도 없다. 오픈 베타 때 혹시나하고 기대했지만, 역시나 없었다. 어떤 동료를 선원으로 영입할지는커녕, 이렇다 할 등장인물조차 나오지 않는다.
■ 어색한 육지 조작감으로 기피되는 보물찾기
소설 '보물섬' 등에서도 꽤 재밌게 다룬 소재인데, 해적에게 바다가 전부가 아니다. 온갖 금은보화가 숨겨져 있는 보물섬을 탐사하는 재미도 분명 있다. 스컬 앤 본즈에도 이런 보물찾기 콘텐츠가 있긴한데 아쉽게도 재미가 없다.
가장 큰 이유는 육지에 내렸을 때 캐릭터의 조작감이 영 꽝인 탓이다. 항해와 해상전에 너무 힘을 준 탓일까. 육지에서의 캐릭터 모션은 '미완성 게임'처럼 느껴질 정도로 어색 그 자체다. 점프와 달리기 키조차 없는 게임은 스컬 앤 본즈가 처음이다.
캐릭터의 모션은 어색해 답답하고, 달리기와 점프가 없으니 캐릭터는 특정 지형에 걸려 허우적거리기 일쑤며 느리기까지 하니 육지에 내려 무언가를 하기 꺼려진다. 나중에는 상륙 자체가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보물찾기 콘텐츠의 틀은 굉장히 잘 만들어놨기에 더욱 아쉽다. 특정 지역을 간략하게 보여주는 보물지도의 위치를 유추하고, 값비싼 보상을 얻었을 때의 재미는 확실해도 그 과정이 너무 번거롭고 불편하니 기피하게 된다.
핫픽스나 정규 업데이트를 통해 캐릭터의 어색한 모션이나 없는 기능을 추가한다면 기피 콘텐츠로 전락한 보물찾기를 되살릴 수 있지 않을까. 잘 만들었기 때문에 이대로 묻히기에는 게이머로서 아쉬운 콘텐츠다.
1. 해상전의 묵직한 타격감과 연출은 일품
2. 아름다운 맵 디자인과 날씨 등의 효과로 항해 로망 충족
3. 직관적인 게임 구조로 게임에 익숙치 않은 유저들도 쉽게 적응 가능
1. 스토리 분량이 너무 적고 매력적인 악역과 같은 등장인물 부재
2. 캐릭터 모션이 부자연스럽고, 점프와 달리기 기능 없음
3. 게임 초반부터 끝까지 반복되는 지루한 플레이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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