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두현·최춘식 총선 불출마…與 '컷오프' 없는 조용한 공천?
지역구 현역의원을 아직 한 명도 컷오프(공천배제)하지 않아 며 '현역 위주의 공천'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국민의힘에서, 윤두현(경북 경산)·최춘식(경기 포천·가평) 의원이 23일 전격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컷오프 명단 발표를 앞두고 일부 의원이 선제적인 불출마 선언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 가운데였다.
윤두현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는 22대 총선에 불출마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번 공천 국면애서 나온 'TK 현역의원 불출마'의 첫 사례다. 경기 포천·가평의 최 의원 또한 이날 오후 국회 기자회견을 통해 "국민의힘 총선 승리와 공천 혁신, 윤석열 정부의 성공과 대한민국 발전을 위해 저부터 저 자신을 내려놓고자 한다"며 불출마를 선언했다.
두 사람의 지역구는 단수공천도, 우선추천도, 경선도 결정되지 않아 심사가 보류된 곳이다. 국민의힘 공관위는 해당 보류 지역구에서 현역 컷오프 대상자를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공관위는 서울 강남을 포함해 영남권 등 우세지역 20여 곳에 대한 공천심사 결과 발표를 아직 보류하고 있다.
지금까지 국민의힘에서 공천을 신청했다가 탈락한 현역 의원은 비례대표 최영희·서정숙 의원 2명으로, 지역구 현역 중에선 아직까지 단 한 명의 컷오프 대상자도 나오지 않았다. 이에 '화약고'로 불리면서도 아직 공천 논의가 끝나지 않은 영남 등 '텃밭' 지역구에 대한 향후 공천 발표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다만 공관위는 "하위 10%로 분류됐더라도 지역구를 바꿔 험지행을 수용하면 컷오프 대상이 아니다"라고 이미 밝힌 바 있다. 당초 발표된 4개 권역별 하위 10% 컷오프 대상자의 수는 총 7명으로 지난 21대 총선 당시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의 현역 컷오프 규모(19명)와 비교해도 그 규모가 초라한 편인데, 공관위는 이에 대해서도 '더 적어질 수 있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만약 지역구 재배치 등을 이유로 컷오프 대상자가 5인 이하로까지 축소된다면, 지금도 현역 위주의 공천으로 '쇄신·감동 없는 공천'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비판 여론이 더 거세질 수 있다. 일각에서는 당 지도부가 '김건희 특검법' 재표결이나 제3지대 신당으로의 의원 유출을 막기 위해 ‘현역 챙기기’를 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마저 나오는 상황이다.
장동혁 당 사무총장은 지난 22일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저희들이 만든 룰 자체는 경선까지 다 끝나봐야 어느 정도 쇄신이 이뤄졌는지 알 수 있다"며 "쇄신의 부분은 하위 10%~30% (대상 의원에 대한 경선 감산)에서 결론이 나는 구도로 돼있는데, 경선이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쇄신이 없다고 비판하는 것은 이른 감이 있다"고 반박했다.
원외 정치인들은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현역 교체가 적은 것은 사실 원외에 대해 기회의 문을 닫는 게 아니냐는 얘기다. 당장 경기 고양정 후보로 가닥을 잡았다가 비대위 단계에서 뒤집힌 김현아 전 의원이나, 고령·성주·칠곡에 공천신청을 했으나 부적격 논란 끝에 배제된 이완영 전 의원 등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특히 경북 고령·성주·칠곡에서 단수공천된 현역 정희용 의원에게 밀려난 이완영 전 의원은 이날 오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 당의 공관위가 발표한 부적격 기준에 의하면 저는 공천배제 심사대상이 아니"라며 "당이 원망스럽고 마음도 많이 아팠다"고 했다.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총선승리의 밀알이 되겠다"며 탈당 등 거취 변경에는 선을 그었지만 공천에 대한 억울함은 숨기지 않은 모습이다.
역시 강민국 의원이 단수공천된 경남 진주을 지역구에서도, 김병규·김재경 예비후보 등은 공관위 결정에 반발하며 지난 21일 서울 중앙당사 앞에서 상경 집회를 열어 항의하기도 했다.
당초 공관위가 경기 고양정 우선추천(전략공천)을 의결했지만 비대위의 재논의 요구로 전날 공천이 보류된 김현아 전 의원도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불만을 표했다. 불법정치자금 수수 등 혐의에 대한 '국민 눈높이'를 이유로 비대위로부터 공천보류 요구를 받은 김 전 의원은 "경찰은 (혐의에 대해) 모두 무혐의, 불송치 결론을 내렸다"며 "제 경쟁력이 다른 후보들보다 월등히 앞선다는 건 공관위도 당도 인정하고 있다"고 강조헀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오후 인천 계양산전통시장 상인회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김 전 의원 측 입장과 관련 "공천은 여러 생각과 이해 충돌하는 지점이다. 중요한 건 절차에 따라 사심없이 투명하게 하는 것"이라며 "적어도 제 공천이 사심이라고 의심할 만한 부분이 있나"라고 완고한 태도를 취했다. 한 위원장은 윤 의원 등 현역 의원의 불출마 선언에 대해서는 "윤 의원은 훌륭한 정치인"이라며 "지금 윤 의원의 그 마음과 제 마음이, 여기 계신 원희룡·배준영의 마음이 같다고 생각한다"고 위로하는 태도를 보였다.
한편 김성태 전 의원이 공관위의 부적격 판정을 받고 강력 반발하다가 이내 '당의 입장을 수용'하겠다며 자리를 비운 서울 강서을에선 유일하게 남은 비례대표 현역 박대수 의원이 돌연 불출마를 선언했다. 박 의원은 "의도치 않았지만 공천심사 과정에서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었고, 그로 인해 모두가 힘든 시간을 보냈다"며 불출마 배경을 밝혔다.
국민의힘 공관위는 김 전 의원이 부적격으로 배재된 지 2주가 지났지만 해당 지역구에 대해 단수공천 발표를 하지 않고 있었다. 이에 이 지역이 전략공천(우선추천) 지역이 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앞서 김 전 의원이 부적격 판정 당시 박 의원을 겨냥해 '일부 친윤 핵관이 의도적으로 나를 배제시켰다'며 친윤 개입설을 주장했고, 이후 공천 과정에서 배현진(서울 송파을)·박수영(부산 남구갑)·유상범(강원 홍천·횡성·영월·평창) ·윤한홍(경남 창원·마산·회원)·이만희(경북 영천·청도)·송석준(경기 이천)·정점식(경남 통영·고성)·김성원(경기 동두천·연천) 등 친윤계가 대거 단수공천을 따내면서 '친윤불패'라는 말이 나오는 상황이 부담으로 작용, 강서을 지역구 관련 결정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있다.
[한예섭 기자(ghin2800@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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