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처럼 '최고 선수' 의존했던 클린스만, 새 감독은 달라야 한다
여기에서 중요한 부분은 '만샤프트(mannschaft)'다. 만샤프트는 원래 부대에서 '사병 전체'를 의미했지만 근대 스포츠가 독일에서 뿌리내린 뒤 자연스럽게 '팀 또는 선수단'이라는 또 다른 의미가 생겨났다. 조직력과 희생정신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군 부대가 스포츠 팀으로 확장된 셈이다.
스포츠 팀을 현장에서 지휘하는 최고 책임자를 우리는 '감독'이라고 한다. 감독(鑑督)은 근대 일본이 영어의 헤드 코치(Head Coach)나 매니저(Manager)를 번역하면서 스포츠 지도자로 통용되기 시작한 표현이다. 문자 그대로 감독은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을 잘못이 없도록 보살피고 다잡는 일을 한다.
이 두 가지 표현만 놓고 봐도 지난 16일 경질된 전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위르겐 클린스만(60·독일)은 수많은 언론 매체에서 지적했듯이 스포츠 지도자로서는 결격사유가 너무 많았다. 그는 주로 미국 캘리포니아에 머물면서 한국 선수들을 제대로 관찰하지 않았고 아시안컵 요르단과 4강전을 앞두고 일어난 대표팀 내부 문제도 다잡지 못했다. 그는 무엇보다 한국 축구의 특장점이었던 조직력이 아시안컵에서 충분히 발휘될 수 있도록 선수단을 이끌지 못했다. 독일 국가대표 출신의 클린스만은 그런 면에서 '만샤프트'의 기본정신을 스스로 걷어찼다.
전력강화위원회가 이날 1차 회의를 통해 내놓은 감독 선발 기준은 다 중요한 부분이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자기 나름의 축구 철학을 통해 대표팀 운영 전략을 선보일 수 있는 능력이 가장 중요해 보인다. 이는 단순히 2026년 북중미 월드컵 예선 성적표가 아니라 장기적 측면에서 한국 축구의 성장을 만들어 낼 수 있는 핵심 요인이기 때문이다.
감독의 축구 대표팀 운영 전략은 일반적으로 대표팀 선수 선발에서 시작된다. 여기에 어떤 경기에 어떤 선수를 선발로 기용할 것인지에 대한 선택이 수반된다. 이처럼 축구 대표팀 감독은 수많은 선택을 하는 직업이다. 그의 선택 하나하나에 온 국민의 시선이 모아지는 부담감 속에서 외로운 결정을 해야 할 때가 많다.
그래서인지 프랑스어로 감독은 '셀렉시오뇌르(Selectionner)'로 불린다. 감독은 기본적으로 선수를 '선발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셀렉시오뇌르라는 단어는 감독, 특히 축구 대표팀 감독은 선수를 뽑는 게 주된 업무라는 점을 명쾌하게 드러내고 있다.
각국의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들은 대표 선수를 뽑기 위해 깊은 고민을 한다. 기본적으로 각 포지션에서 기량이 가장 뛰어난 선수를 대표팀에 소집하지만 감독으로서는 더 큰 그림을 봐야 할 경우가 많다. 팀 플레이를 극대화하기 위해 또는 팀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감독은 전체 기량에서는 다소 부족한 면이 있어도 특별한 장점을 가진 선수를 뽑아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알프 램지 감독(1920~1999)은 1965년 당시 30세로 발도 느리고 패스 능력도 그리 뛰어나지 않은 수비수 잭 찰튼을 과감하게 대표팀에 불러 들였다. 램지 감독은 "잭 찰튼을 대표팀에 뽑은 이유는 그의 개인 능력이 아니라 팀을 조화롭게 만들기 위해서였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잭 찰튼은 잉글랜드의 주장이자 수비의 핵이었던 보비 무어와의 조화를 위해 대표팀에 선발됐다. 개인기가 뛰어난 무어는 공격 전개를 위해 자리를 비우는 경우가 많았다. 그 빈 자리는 잭 찰튼의 몫이었다. 수비수로서 책임감이 뛰어나고 안정적인 플레이를 했던 그는 결국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 우승에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
그의 성공 비결은 선수 선발에 있어 조화와 균형을 중시한 점으로 평가받았다. 또한 잭 찰튼은 항상 새로 선발한 선수와 기존 대표 선수들간의 내부 경쟁도 치열하게 일어날 수 있도록 유도했다. 이 와중에 기존 선수들도 중요한 경기나 대회를 앞둔 마지막 순간까지 긴장의 끈을 놓기 어려웠다.
아일랜드 축구 대표팀에서 생겨난 이 모든 변화의 출발점은 찰튼 감독의 '최적의 선수' 찾기 프로젝트였다. 이는 차기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에게도 절실하게 필요한 부분이다. 인공지능 AI처럼 그저 '최고의 선수'를 뽑아 그들에게만 의존했던 클린스만의 실패는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이종성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 교수
Copyright © 스타뉴스 & starnewskore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ML 다년계약 강력히 거절, 건강하게 돌아오고 싶었다" 류현진은 한화에 진심이다 [인천공항 현장
- '베이글女 정석' 청순 미소에 섹시 볼륨美 '폭발' - 스타뉴스
- 인기 女 BJ 충격 패션, 속옷 탈의 '멜빵으로 살짝...' - 스타뉴스
- 레이싱 모델+치어리더, 환상 비키니 '반응 폭발' - 스타뉴스
- 이주희 치어리더, 화끈한 섹시 수영복 '눈부셔' - 스타뉴스
- "베드신·신음 물어봐" 전 남편 조성민 폭로 터졌다 - 스타뉴스
- 방탄소년단 진, 마이원픽 K팝 개인부문 36주 연속 1위..10월 월간 랭킹 'No.1' - 스타뉴스
- 방탄소년단 지민, 스타랭킹 男아이돌 1위 '역시 월드 클래스' - 스타뉴스
- 진, 스타랭킹 男아이돌 3위..'방탄소년단 상위권 싹쓸이' - 스타뉴스
- "시대 초월 협업" 방탄소년단 뷔X빙 크로스비 '화이트 크리스마스' 예약 판매부터 '돌풍' - 스타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