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신화’를 쓴 후···제일 먼저 팬을 찾은 신진서 “지난해 힘들었던 韓 바둑, 팬들 덕분에 힘내”
“변함없이 응원을 보내 주신 팬들 덕분에 힘을 낼 수 있었습니다.”
홀로 남아 일본 기사 1명, 중국 기사 5명을 모조리 꺾고 한국 바둑에 짜릿한 역전 우승을 안긴 세계 최강의 바둑기사 신진서 9단이 새 역사를 쓴 것에 대한 벅찬 감정을 숨기지 않고 드러냈다.
신진서는 23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제25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 3라운드 최종국에서 중국랭킹 1위 구쯔하오(25) 9단을 249수 만에 흑 불계로 꺾고 한국의 대회 4연패를 견인했다.
이번 대회에 출전한 한국의 앞선 주자인 설현준 8단과 변상일·원성진·박정환 9단이 단 1승도 거두지 못하고 조기 탈락한 위기에서 등판해 중국의 최정상급 기사 5명과 일본의 주장 이야마 유타 9단을 혼자서 제압하는 기적을 연출했다. 농심신라면배 역사상 ‘끝내기 6연승’은 신진서가 최초다.
또 신진서는 22회 대회부터 파죽의 16연승을 질주, 자신의 우상이기도 한 이창호 9단이 1~6회 대회 때 수립한 종전 14연승 기록을 넘어 농심배 최다 연승 신기록까지 세웠고 한국의 4회 연속 우승까지 이끌었다.
신진서는 대국 후 한국기원을 통해 “당연히 오늘 대국이 제일 어려웠다. (대국을 하면서) 한 번 정도는 힘들겠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날 신진서는 중반까지 앞서다가 갑자기 우변에서 연이어 실수를 범해 한 때 역전을 허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패싸움을 걸어 다시 재역전에 성공한 뒤, 우변에서 구쯔하오의 실착이 나온 것을 제대로 응징하면서 대국을 마무리했다. 신진서는 “큰 판을 이겨 뿌듯하다. 첫 판을 둘 때만 하더라도 먼 길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6연승을 하게 돼 영광”이라고 밝혔다.
이번 3라운드에 돌입하면서 신진서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체력이었다. 매일 대국을 해야하는 그를 도운 것은 홍민표 국가대표팀 감독이었다. 신진서는 “홍 감독님이 잘 돌봐주신 덕분에 컨디션은 문제가 없었다”며 “대국할 때 우승을 생각하면 안되는데 아무래도 아른거리다 보니 나중에 좋지 못한 바둑을 둔 것 같다”며 “마지막까지 정신을 바짝 차리고 둬서 이길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역사상 그 누구도 달성하지 못한 대기록을 수립한 그는 팬들을 향한 고마움을 잊지 않았다. 신진서는 “지난해 삼성화재배 등에서 한국 바둑이 힘든 시기를 보내기도 했는데, 변함없이 응원을 보내 주신 팬들 덕분에 힘을 낼 수 있었다”며 “계속해서 성원을 보내주시면 감사할 것”이라고 전했다.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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