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의 전설' 쓴 신진서 … 中고수 5명 혼자서 다 깼다
벼랑 끝에서 끝내기 6연승
한국의 대회 4연패 끌어내
한명에게 국가대표들 올킬
1999년 대회 생긴이래 처음
2021년부터 16연승 대기록
돌부처 이창호 14연승 넘어
6연승을 거둘 확률은 1.56%. 모두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기우였다. 위기의 순간 나타난 영웅은 중국 국가대표 5명 전원과 일본 바둑 에이스를 차례로 제압하며 우승 트로피를 가져왔다. 기적의 드라마를 쓴 주인공은 '수호신' 신진서 9단이다.
제25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 최강전은 신진서의 '황제 대관식'을 위한 무대였다. 23일 중국 상하이 그랜드호텔에서 열린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 본선 최종국에서 신진서 9단이 중국 구쯔하오 9단에게 249수 만에 흑 불계승을 거뒀다.
최종국은 '한국과 중국의 1위 맞대결'답게 치열하게 진행됐다. 신진서는 초반 연구한 포석이 나온 듯 구쯔하오의 착수에 빠르게 대응하며 중반까지 앞서갔다. 신진서는 대국 개시 2시간10여 분이 지난 시점에 124수째에서 처음으로 역전당했지만 패싸움 과정에서 득점하며 재역전에 성공했고 짜릿한 승리를 거뒀다. '신(新)상하이 대첩'이다.
2005년 열린 '제6회 농심배'에서 이창호 9단은 한국팀 수호신으로 등판해 일본 선수 2명과 중국 선수 3명 등 5명을 잇달아 물리치고 우승했다. 당시 바둑계는 '상하이 대첩'이라고 기뻐했다.
신진서는 이날 승리로 당시 이창호가 이룬 '상하이 대첩'을 뛰어넘어 한국 바둑사에 오랫동안 전설로 남을 대기록을 세웠다. 신진서는 2021년 5연승, 2022년 4연승을 달리며 한국에 우승을 가져왔고 지난해에는 마지막 주자로 나와 승리의 주역이 됐다. 그리고 이번 대회에서 그야말로 그가 왜 '신공지능' '수호신'으로 불리는지 다시 한번 증명했다.
유일한 국가대항전인 농심배는 한·중·일 각 나라에서 뽑힌 선수 5명이 팀을 구성해 연승전 형태로 진행된다. 하지만 설현준 8단에서 시작된 한국의 패배는 변상일·원성진·박정환 9단으로 이어졌고 한국은 단 1승도 거두지 못하고 최종 주자를 내보내야 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하지만 올 시즌을 앞두고 "국제대회에서 더 강해지고 싶다"면서 "중요한 순간 실수하는 단점을 고치고 있다"고 각오한 대로 신진서는 선전했다.
지난해 12월 열린 9국에서 중국 셰얼하오 9단에게 승리하며 조기 탈락을 막았다. 이후 장소를 상하이로 옮긴 3차전에서는 일본 마지막 주자 이야마 유타 9단을 제쳤고, 중국 자오천위·커제·딩하오·구쯔하오 9단을 연파하고 대회 6연승으로 우승을 이끌었다. 이날 승리로 신진서는 농심신라면배에서만 16연승을 기록하게 됐다.
16연승은 이창호가 1~6회 대회에 걸쳐 작성한 14연승을 넘어선 농심신라면배 최다 연승 신기록이다. 또 신진서는 6연승으로 끝내기 최다 연승 기록을 새로 썼다. 농심신라면배 종전 기록은 6회 이창호의 '상하이 대첩'과 22회 신진서의 '온라인 대첩'에서 나온 5연승이다.
중국은 최정상급 기사들로 팀을 꾸렸지만 모두 신진서에게 무릎을 꿇고 무대를 내려왔다. 단체 연승전에서 선수 1명이 한 국가 선수를 모두 탈락시킨 건 1997년 5회 진로배(서봉수 9단) 이후 두 번째이자 1999년 창설한 농심신라면배에서는 처음이다.
'농심배 승률 90%'도 가시권에 들어왔다. 신진서는 현재 16승2패로 88.89%. 이 부문에서도 신진서는 이창호(19승3패·승률 86.36%)를 넘어서며 1위로 올라섰다.
대기록을 연이어 작성한 신진서 9단은 "큰 판을 이겨서 뿌듯하다. 첫판을 둘 때만 해도 먼 길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6연승까지 하게 돼 영광"이라는 소감을 전하며 "홍민표 감독님께서 잘 케어해주신 덕분에 컨디션에는 문제가 없었다. 대국할 때 우승을 생각하면 안 되는데 아무래도 아른거리다 보니 나중에 좋지 못한 바둑을 둔 것 같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정신을 바싹 차리고 둬서 이길 수 있었다"면서 기뻐했다.
농심신라면배는 한·중·일이 5명씩 팀을 이뤄 연승전으로 패권을 다투는 대회로 '바둑 삼국지'라는 별칭으로도 유명하다. 상금은 우승국이 5억원을 독식한다. 2위와 3위는 한 푼도 없다. 대국 후 열린 시상식에서는 안명식 중국 농심 법인장이 우승한 한국팀에 트로피와 함께 상금 5억원을 전달했다.
신진서의 활약으로 한국은 대회 4연패와 더불어 통산 16회 우승을 차지하며 중국(8회)과 격차를 벌렸다. 일본은 1회에 머물고 있다.
[조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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