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서 9단, '상하이 대첩' 재현…'끝내기 6연승'으로 농심배 4연패 견인(종합)
대회 첫 '한 국가 올 킬'…이창호 대기록 넘어
(서울=뉴스1) 문대현 김도용 기자 = '한국 바둑의 자존심' 신진서 9단이 농심배에서 기적 같은 '끝내기 6연승'을 달성하면서 한국의 4회 연속 우승을 이끌었다.
신진서 9단은 23일 중국 상하이의 그랜드 호텔에서 열린 제25회 농심신라면배 세계최강전 본선 최종전에서 구쯔하오 9단(중국)에 흑 불계승을 거뒀다.
신진서 9단은 초반 돌을 두껍게 쌓으면서 신중한 경기 운영을 펼쳤다. 이후 중반에 들어서면서 하변과 중앙에서 상대를 압도하며 격차를 벌려나갔다.
좋은 흐름을 보이던 신진서 9단은 대국 후반 거듭된 실수로 구쯔하오 9단에게 주도권을 내줬다. 하지만 신진서 9단은 냉정함을 유지했고, 상대의 실수를 놓치지 않으면서 다시 흐름을 가져와 승리를 따냈다.
이날 한국 대표팀의 마지막 주자로 나선 신진서 9단은 6연승을 달성하면서 한국의 우승을 견인했다. 그는 앞선 3번의 대회에서도 우승을 결정지었는데, 이번에도 자기 손으로 한국을 정상으로 이끌었다.
이번 대회의 존재감은 더욱 빛났다.
설현준 8단, 변상일 9단, 원성진 9단, 박정환 9단은 모두 단 1승도 챙기지 못하며 탈락 위기에 놓인 상황에서 등판, 셰얼하오 9단(중국)의 8연승을 저지하며 한국에 첫 승리를 안겼다.
이후 거침이 없었다. 상하이에서 펼쳐진 3라운드에서 일본의 일인자 이야마 유타 9단을 제압한 뒤 최근 중국이 자랑하는 자오천위 9단, 커제 9단, 딩하오 9단에 이어 구쯔하오 9단까지 꺾으면서 정상에 올랐다.
19년 전 이창호 9단이 5연승을 기록하며 달성한 '상하이 대첩'에 이은, 또 한 번의 기적 같은 우승이 나왔다.
나아가 신진서 9단은 1999년 창설한 농심배에서 특정 국가의 기사 5명을 모두 꺾은 최초의 기사가 됐다.
또한 앞선 대회까지 10연승을 올렸던 신진서 9단은 이번에 6연승을 추가, 대회 통산 최다 연승에서도 이창호 9단(14연승)을 뛰어넘었다.
신진서 9단은 22회 대회에서 네 번째 주자로 나서 끝내기 5연승을 거두며 한국의 우승을 이끌었다. 이어 23회 대회에서는 마지막 주자로 출전해 4연승을 수확했고, 24회 대회에서는 최종국에서 승리, 한국에 우승을 안긴 바 있다. 그리고 이번 대회까지 무패를 이어갔다.
끝내기 최다 연승 부문에서도 이창호 9단과 자신이 갖고 있던 5연승을 넘어섰다. 이창호 9단은 지난 2005년 홀로 마지막 5판을 이기며 농심배 우승을 이끌었다. 신진서 9단은 지난 2021년 비대면으로 진행된 대회에서 5연승을 기록하며 한국의 우승을 견인한 바 있다.
신진서 9단은 역전 우승 직후 "큰 판을 이겨서 뿌듯하다. 첫판을 둘 때만 해도 먼 길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6연승까지 하게 돼 영광"이라고 말했다.
이어 "홍민표 감독님께서 잘 돌봐주신 덕분에 컨디션엔 문제 없었다"며 "대국할 때 우승을 생각하면 안 되는데 아무래도 아른거리다 보니 나중엔 좋지 못한 바둑을 둔 것 같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정신을 바싹 차리고 둬서 이길 수 있었다"고 기뻐했다.
신진서 9단의 활약으로 한국은 통산 16회 우승을 차지, 중국(8회)과의 격차를 벌렸다. 일본은 1회에 머물고 있다. 더불어 이번 우승으로 한국은 상금 5억원을 수확했다.
상하이에서 극적인 5연승을 기록한 신진서 9단은 24일 한국행 비행기에 오를 예정이다.
한편 이날 오전 같은 장소에서 열린 제1회 농심백산수배 세계 바둑 시니어 최강전 본선 9국에서는 조훈현 9단이 일본 요다 노리모토 9단에게 278수 만에 백 2집반 패했다.
이로 인해 한국은 유창혁 9단만이 남았다. 이제 한중일 모두 1명의 선수만 남아 우승 다툼을 이어간다.
1969년 이전 출생 프로기사들이 출전하는 백산수배 우승 상금은 1억8000만 원이다. 3연승을 한 선수에게는 500만 원의 연승 상금이 지급된다.
eggod6112@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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