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8승 영광은 다 잊었다… ‘200승 코치’를 꿈꾸는 배영수의 ‘하이브리드’
[스포티비뉴스=베로비치(미 플로리다주), 김태우 기자] 한 코치의 열정이 재키 로빈슨 트레이닝 센터의 아침을 열고 있었다. 선수들은 코치의 지시에 따라 아침부터 힘들게 운동을 했다. 25분~30분의 얼리워크가 끝나면 그 자리에 눕는 선수들이 부지기수였다. 공식 훈련이 끝난 뒤에도 엑스트라까지 선수들의 훈련을 꼼꼼하게 챙겼다. 여기까지만 보면 강하고 많은 훈련을 중시하는 KBO리그의 전통적인 지도자상이 살짝 보이는 듯했다.
그런데 아주 근엄하거나 권위적이지는 않다. 왜 이 훈련을 해야 하는지, 이 훈련으로 얻어낼 성과가 무엇인지를 다양한 방법으로 설명하고 있었다. 자신의 성공 사례는 물론 실패 사례도 솔직하게 같이 엮었다. 때로는 유머러스하게 다가갔다. 선수들의 불펜 피칭 때는 큰소리로 “좋다”고 칭찬하며 연신 기를 살렸다. 계속된 칭찬에 오히려 선수들이 당황할 정도였다. 구종 정착 등 중요한 결정은 선수들에게 충분한 자율권을 준다. 강요하지 않는다. 이 장면만 보면 선수들과 스킨십을 중요하게 여기는 ‘형님 리더십’도 보이는 듯했다.
하지만 단순히 선수들과 관계만 중시하는 지도자도 아니다. 지식도 갖췄다. 불펜 피칭마다 자신이 느끼는 점이 있으면 곧바로 데이터를 확인한다. 트랙맨, 랩소도에 찍히는 데이터를 자유자재로 해석하고, 그 언어로 데이터 분석팀과 소통한다. 단순한 구속이나 회전 수만이 아닌, 상대적으로 이해하기 조금 더 어려운 회전축과 유효 회전 등 다양한 방면에서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지와 어떻게 개선해야 하는지를 명확하게 알고 있다. 이 장면을 보면 신문물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스마트함도 보인다. SSG 데이터 분석팀의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 팀을 거쳐 갔던 투수 코치님들 중 이 방면에 대해 가장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고 이 방면의 소통이 가장 잘 된다”고 놀라워했다.
올해부터 SSG 마운드를 이끌어가는 중책을 맡은 배영수(43) 투수코치는 이처럼 무엇 하나로 딱 정의하기가 쉽지 않은 지도자다. 배 코치는 KBO리그 통산 138승을 거둔 레전드 출신이다. KBO리그 역대 다승 7위다. 누구 못지않은 화려한 현역을 보냈다. 은퇴 후 곧바로 지도자로 변신해 KBO리그 무대에서 한순간도 떠나지 않기도 했다. 대개 이런 지도자들은 자신의 경력을 앞세워 선수들을 일방적으로 끌고 간다는 오해를 사기도 하고, 실제 그런 경우도 예전에는 많았다. 배 코치는 그렇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138승 배영수’는 이제 옛일이라고, 코치로서의 인생은 현역과 별개라고 생각한다. 더 좋은 코치가 되기 위해 노력하던 그 길에서 SSG 유니폼이 찾아왔다.
배 코치는 “선수들도 힘들겠지만 나도 얼리워크 25분이 가장 힘들다”고 웃으면서 “훈련량도 중요하다. 하지만 지도자가 막 시키는 시대는 이미 끝났다. 이 단계가 끝나면 그 다음 단계가 있다. 선수들에게 그 과정을 이해시키는 게 첫 번째다. 이해를 많이 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다”면서 “훈련을 적당히 시킬 선수와 많이 시킬 선수를 구분해야 하고, 어떤 방향으로 풀어나가야 하는지도 생각해야 한다. 투수들은 물론 포수들과도 이야기를 많이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요즘 지도자들은 세 가지 얼굴이 다 필요하다는 게 배 코치의 지론이다.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기에 예전부터 자신이 가장 부족하다고 생각했던 ‘공부’를 파고들었다. 배 코치는 “코치도 경쟁력이 생기려면 자신의 문화가 있어야 한다. 내가 ‘올드하다’는 이미지가 있지만, 사실 알고 보면 우리나라에서 드라이브라인 1기가 나다. 내가 처음 웨이트볼을 가지고 훈련을 했을 때 다들 ‘쟤가 돌았나’고 그랬다”고 웃으면서 “데이터와 선진 기법에 대한 부분을 잘 알아야 내가 오래 버틸 것 같더라. 넘쳐나는 정보에서 엑기스만 뽑을 수 있는 사람이 좋은 코치라고 생각한다. 그게 우리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팀을 옮겼기에 선수들의 장‧단점을 파악하는 게 가장 중요했다. 팀 마운드의 전체적인 대전제도 만들어야 했다. 그래서 더 정신이 없었던 베로비치 캠프였고, 더 책임감을 가지고 몸을 움직인 캠프이기도 했다. 배 코치는 “코치가 놓치는 게 있으면 안 된다. 1차 캠프를 마무리하면서 밤에 정리를 했다. 내가 캠프에서 놓치는 게 뭔지를 생각했다”고 고민을 드러냈다. 그 평가에는 꼭 칭찬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쓴소리도 한다. 선수들에게도 마찬가지다. 배 코치는 “가만히 있으면 아무 문제도 생기지 않는다. 주위에서 오해를 살 일도 없다”면서 “하지만 그래서는 안 된다. 그것은 내 스타일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배 코치는 “나는 선수들에게 냉정하게 정말 있는 그대로를 말하는 스타일이다. 입에 발린 소리를 하기는 싫다. 그렇게 희망고문해서 남는 게 과연 무엇이 있나”고 반문하면서 “받아들이는 선수도 있고, 그렇지 않은 선수도 있다. 될 수 있으면 현 상황을 명확하게 이야기를 하다 오해를 받기도 하지만 내가 욕을 먹고 그렇지 않고는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배 코치는 “이제는 현역은 잊고 '200승 코치'가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하지 않겠나”고 사람 좋은 웃음을 터뜨리면서 “이왕이면 세 가지 얼굴을 다 가진 ‘하이브리드’가 되고 싶다”고 욕심을 드러냈다. SSG 출신이 아닌 코치가 마운드 전권을 쥐는 건 오래간만의 일이다. 배 코치가 자신의 스타일대로 팀 마운드의 색깔을 바꿔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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