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 수도사는 왜 맥주를 원했나 [맥락+]

공병훈 교수, 최아름 기자 입력 2024. 2. 23. 19:0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더스쿠프 공병훈의 맥락
맥주 또다른 이야기➊
신석기 시대에도 있던 음료
피라미드 노동자의 월급
양조기술 발달한 건 중세
수도사 금식 위한 ‘액체빵’

맥주의 유물은 신석기 시대의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 나온다. 기원전 1750년께 성문법 '함무라비 법전'엔 맥주 법률도 있다. 그런데 맥주 양조법을 유행시킨 건 중세 수도원이었다. 당시 수도사들은 금식 기간에 기분 좋은 맛을 내는 음료를 마시길 원했는데, 맥주가 1순위 음료였던 모양이다.

맥주를 양조하는 수도사들.[사진=게티이미지뱅크]

트라피스트(Trappist) 맥주는 트라피스트회 수도사들이 빚는 맥주다. 벨기에 2개소, 네덜란드 2개소, 오스트리아ㆍ이탈리아ㆍ잉글랜드ㆍ프랑스ㆍ미국 각 1개소 등 세계 13개 수도원만이 트라피스트협회가 인정하는 트라피스트 맥주를 만들고 있다.

맥주병에는 '어센틱 트라피스트 프로덕트(Authentic Trappist Product)'라는 육각형 로고가 라벨에 붙어 있다. 트라피스트 맥주의 인기에 편승해 가짜들이 등장하자 수도원들이 모여 트라피스트협회를 만든 후 표시한 정품인증서인 셈이다.

그렇다면 수도사들은 어쩌다 맥주를 만들기 시작한 걸까. 답을 찾으려면 수도원의 역사를 살펴봐야 한다. 로마 말기에서부터 중세에 이르기까지 가톨릭 교회는 지배 권력의 일부로 참여하고 세속화의 길로 들어섰다. 교회 세속화에 반대하고 그리스도교의 규칙에 기반해 공동체 생활을 하려는 수도원 운동은 8세기에 시작했다.

중세 수도사들은 수도원 운동에 뿌리를 두고 중세 귀족과 권력자의 후원을 멀리했다. 스스로 노동을 했고, 고전을 필사ㆍ주석ㆍ편집해 학문적 명맥과 지식ㆍ출판 활동을 유지했다. 아울러 개간, 농업기술의 개량, 수공업의 발전 등 경제 분야에도 공헌했다.

수도회 운동의 열정은 12세기 기사들에게도 영향을 미쳐 3대 기사수도회의 발판을 제공했다. 그중 템플기사단은 성지방위란 군사적 목적으로 탄생했다. 요한기사단과 독일기사수도회는 성지순례자나 십자군 부상병을 돕는 의료활동에서 출발했다.

중세 수도원에서는 피혁과 목재가 가공되고 구두가 만들어지고 양모가 제사製絲되며 맥주가 제조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장신구, 성물, 양피지를 비롯한 각종 물건들이 제조되었다. 수도원의 생산활동은 자급자족을 목적으로 했지만 과잉 생산하는 물품이 늘고 등잔기름, 공구, 소금 등 필요한 물품들도 있어서 상거래를 시작하고 물품 판매와 구매를 위해 먼 나라로 파견되기도 했다.

자! 이번엔 맥주의 기원을 살펴보자. 기원전 8500년 신석기 시대의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선 맥주를 빚은 유물이 나왔다. 기원전 6000년에서 기원전 4000년 사이의 설형문자 문서에선 보리맥주로 빚을 갚았다는 기록이 발견됐다. 이런 맥락에서 메소포타미아의 수메르인들은 꽤나 괜찮은 맥주 빚는 기술을 확보했던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기원전 1750년께의 성문법 '함무라비 법전'에도 맥주 법률이 있다. 대략 5000년 전 우루크 도시(현재 이라크)의 노동자는 맥주로 임금을 받았다. 이집트의 대피라미드 건설에 참여한 근로자는 매일 4~5L의 맥주를 제공받았다.

물론 고대 그리스인은 포도주를 즐겨 마시고 맥주를 마시는 페르시아인을 경멸했다. 하지만 그리스 외 지역에선 보리와 물을 적절하게 혼합하면 쉽게 빚을 수 있는 맥주가 널리 유행했다.

이런 맥주 양조 기술이 본격적으로 발달한 건 중세 수도원에서였다. 중세 수도사들이 금식 기간에 기분 좋은 맛을 내는 음료를 마시기 원했기 때문이었다. 8세기께 영국의 에일(ale)과 포터(porter)가 만들어졌고, 10세기께부턴 맥주에 쌉쌀한 맛을 내는 홉(hop)을 첨가했다.

수도원의 맥주라고 불리는 트라피스트 에일(Trappist ale)은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을 묵상하는 사순절 시기 단식 등으로 부족해진 영양분을 보충하기 위해 만든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로 당시 맥주는 '액체 빵'이라 일컬어질 정도로 풍부한 영양분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 이는 트라피스트회의 엄격한 수행 생활과도 연관돼 있을 듯하다.

공병훈 협성대 교수 | 더스쿠프
hobbits84@naver.com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Copyright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