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서 마지막 불꽃질문 쏟은 홍성국···"韓 장기 설계도 만들때"
"이러다 다 죽는다"
"자금난에 빠져가는 배터리 산업을 위해 어떤 지원책을 갖고 있나"
"일본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찍은 것은 어느 날 갑자기 된 게 아니다. 제대로 된 투자 문화를 만들어 달라"
홍성국 더불어민주당(민주당) 의원이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정부의 경제 정책 수장들을 향해 지적과 제언들을 쏟아냈다. 의원으로서 마지막 대정부질문에서다. 지난해 12월 홍 의원은 올해 4월 총선에 불출마한다고 선언, 미래학 연구자로 돌아간다고 밝혔다.
홍 의원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본회의장에서 "오늘이 (2월 임시국회에서) 대정부질문 마지막 날이고 저도 개인적으로 마지막 대정부질문이 될 것 같고 21대 국회에서도 마지막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라며 "오늘은 좀 다른 식으로 진행할까 한다. 한국의 큰 그림을 한 번 좀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홍 의원은 이날 PPT를 27장이나 만들어왔다.
홍 의원은 "경제가 어렵단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가장 큰 이유는 우리가 통계의 함정에 빠져있기 때문"이라며 "경제가 이중 구조로 나와있어서 평균을 잡은 것이다. 한쪽은 좋고 한쪽은 나쁜데 평균을 잡다보니 나쁜 부분들이 잘 안보인다. 저는 이것을 '이중 경제'라고 한다"고 했다.
이어 "사례를 몇 가지 말씀드린다. 내수와 수출 경기가 완전히 분리돼 있다. 내수 경기가 어렵단 것은 누구나 알지만 수출 경기는 조금씩 회복중"이라며 "글로벌 경기의 영향이 있고 특히 인공지능(AI)의 영향이 있다. 문제는 수출도 반도체를 제외하곤 썩 좋지 않다"고 했다.
또 "두번째론 중소기업들이 매우 어렵다. 고금리에 시달리면서 조달금리가 계속 올라가고 있다. 너무 어려운 게 현재의 상황"이라며 "일자리는 고령자 일자리만 늘고 있다. 청년과 제조업 일자리, 양질의 일자리는 계속 줄고 이젠 고령자 고용률을 보면 60세 이상이 41%라 한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중 세계 최고다. 죽을 때까지 일하는 나라가 된 것 같다"고 했다.
아울러 "고소득자와 저소득차 소득 격차도 더욱 확대중이다. 최근 1~2년 새 성장사다리는 치워진 것 같다"며 "다중 채무자가 무려 450만 명이나 된다. 이 중 26%인 120만 명은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이 70%로 번 돈의 70%는 매달 원리금으로 갚고 있다"고 했다.
홍 의원은 "수도권과 지방 격차도 연일 벌어지고 있고 지방은 공실률이 높은데 정부는 수도권 개발 정책을 마구 질러댄다. 상황이 이러니 기업들이 겁이 난다. 아무 투자를 안한다"며 "지금 투자를 안 하면 올해 하반기나 내년 경제가 안 좋다는 이야기다. 이런 경우 정부가 역할을 해야 한다. 의무지출을 늘려야 하는데 이를 '퍼주기'라고 (비판)한다"고 했다.
홍 의원은 이같은 현실을 열거한 뒤 한덕수 국무총리,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장관,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 등에 차례로 질문했다.
홍 의원은 한 총리를 향해 "대통령께서 재정을 늘리면 고물가로 서민이 다 죽는다는 언급을 했었다. 그런데 코로나 국면에서 선진국들은 재정을 늘렸다. 영국과 미국 사람들 다 죽었나"라며 "현 정부의 경제조절 능력, 위기관리 능력을 떠나 전혀 소통이 안된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또 "가장 큰 문제는 경제 철학이라 본다. 참고로 일본의 기시다 정부는 새로운 자본주의 정책을 발표했는데 이는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 구조를 담고 있다"며 "경제 운영 철학을 다시 잡아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이날 한 총리는 "대경제 전문가 앞에 서니까 좀 떨린다"면서도 "경제라는 게 한 사람이 '원 플레이어'로 할 수 없는 것이고 경제정책은 양지가 있으면 음지가 있고, 공짜 점심은 없는 것이기에 정말 조율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했다. 이어 "현재 부총리가 굉장히 자주, 제가 알기로 일주일에 한 번 이상 한국은행 총재, 경제수석, 금융위원장 등을 만나 계속 조율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홍 의원은 안 장관을 향해서는 "기존 제조업을 다시 육성하기 위해 어떤 방안을 마련하고 있나"라며 "2차 전지 산업은 한국의 중요한 산업인데 국내 주요 회사를 봤더니 한 곳은 지난 2022년 매출이 17조원이었는데 지금은 9조7000억원으로 예상된다. 투자도 여기 많이 몰린 상황인데 전지 산업은 장치 산업이라 자금난에 빠져가고 있다. 어떤 지원책을 갖고 있나"라고 물었다.
안 장관은 "금융, 세제, 민간투자, 기술개발 지원을 올해 중점적으로 하려고 한다. 정책금융은 올해 5조9000억원 규모로 공급하려 한다"며 "향후 5년간 38조원 이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세제 부분은 투자세액공제비율을 확대하는 것을 협의해 추진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같은 답변에 홍 의원은 "지금 말씀하시는 게 천편일률적이고 다급함이 없다. 예를 들어 국가전략기술에 배터리 산업이 들어가는데 올해 말 종료된다"며 "이걸 연장하는 부분에 대해 기획재정부와 상의했나. 솔직한 심정으로 2030년까지 연장해야 하지 않나"라고 지적했다.
공정위를 향한 지적도 나왔다. 홍 의원은 "배달앱에서 (소비자가)1만원 어치 주문하면 (소상공인은)4700원이 떼인다고 한다. 말이 안 된다"며 "중국의 (쇼핑앱) '테무'라는게 한국 시장을 공습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대로 두면 내수 다 죽는다. 근본적 대책 좀 마련해 달라. 부채로 죽는 게 아니라 거대 플랫폼때문에 소상공인들이 다 죽는다"고 했다.
홍 의원은 최 부총리를 향해서는 "주주가치를 밸류업한다는 정부 정책은 좋다. 그러나 본진적인 기반 투자를 늘려야 된다"며 "일본이 어제 (닛케이 지수)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이는 2013년부터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시작한 정책의 누적효과다. 어느날 갑자기 해서 된 상황이 아니다. 제대로 된 투자 문화를 만드는 데 앞장서 달라"고 했다.
이에 최 부총리는 "알고 있다"며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홍 의원은 모든 질문을 마친 뒤 "지금은 더 큰 그림으로 한국의 장기 설계도를 만들어 뚜벅뚜벅 앞으로 가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홍 의원은 지난 21대 총선에서 민주당 인재로 영입돼 세종시 갑 선거구에서 당선됐다. 1988년 대우증권으로 입사해 2014년 공채 출신으로 처음으로 대우증권(현 미래에셋증권)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올랐다. 2016년 미래에셋증권 CEO를 마지막으로 증권가를 떠난 뒤 다수의 저술과 강연, 기고, 방송 출연 등을 통해 대중과 함께 한국이 나아가야 할 길을 고민했다. 국회에서도 '경제는 민주당'이라는 월례 세미나를 주도해 의원들과 경제 상황과 정책에 대해 논의해왔다.
김성은 기자 gttsw@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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