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투수들은 거의 실패하지 않는다" 김하성도 인정한 압권의 KKK, 다음은 고우석이 보여줄 차례
[OSEN=피오리아(미국 애리조나주), 이상학 기자] 일본프로야구 통산 236세이브를 거둔 좌완 투수 마쓰이 유키(28)가 시범경기 첫 등판에서 인상적인 신고식을 치렀다. 같은 팀 한국인 유격수 김하성(28)도 마쓰이 뒤에서 그의 데뷔전을 인상적으로 봤다.
마쓰이는 23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오리아의 피오리아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24 메이저리그 시범경기 LA 다저스와의 개막전에 3회 샌디에이고 5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지난해 12월 샌디에이고와 5년 2800만 달러 계약을 맺고 메이저리그에 온 마쓰이의 실전 첫 등판이었다.
일본 최고 마무리투수답게 3타자 연속 헛스윙 삼진 돌려세우며 공 12개로 끝냈다. 좌타자 개빈 럭스를 시작으로 우타자 크리스 오윙스, 앤디 페이지스까지 3타자 모두 4구 만에 마쓰이의 변화구에 속으면서 헛스윙 삼진을 당했다. ‘KKK’ 이닝으로 깔끔하게 막고 마운드를 내려가는 마쓰이를 향해 샌디에이고 팬들이 박수 갈채를 보냈다.
최고 구속 93마일(149.7km)로 측정된 포심 패스트볼로 카운트를 잡고 결정구로 스플리터, 슬라이더 등 변화구가 위력을 발휘했다. 샌디에이고는 1회부터 8실점하는 등 마운드 붕괴 속에 1-14 대패를 당했지만 새 마무리 후보 중 하나로 꼽히는 마쓰이의 호투는 소득이었다.
경기 후 ‘스포츠닛폰’을 비롯해 일본 언론과 인터뷰에서 마쓰이는 “등판 전까지 긴장했는데 이런 데뷔전을 치를 줄 몰랐다. 걱정을 많이 했는데 좋은 출발을 한 것 같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한 경기를 던진 것이기 때문에 긴 시즌을 내다보고 준비 잘해서 다음 경기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이어 마쓰이는 “첫 삼진을 잡고 나서 안도감을 느꼈다”며 첫 타자 럭스 상대 삼진을 잡고 자신감을 얻었다고 밝혔다. ‘MLB.com’에 따르면 럭스도 “정말 좋은 스플리터를 던졌다. 패스트볼도 힘이 있고, 까다로운 스플리터가 정말 좋다. 상당히 좋은 투수”라고 마쓰이를 칭찬했다.
마쓰이는 “상대팀에서 나에 대한 데이터가 없었다. 앞으로 여러 번 맞붙을 상대이기 때문에 서로를 파악한 상태에서 다시 상대해봐야 한다. 오늘 좋았다고 해서 다음에도 잘 막을 수 있다고 할 수 없다. 다시 준비를 잘하겠다”며 “패스트볼 포함 3가지 구종이 있어야 한다. 오늘 슬라이더로 헛스윙을 많이 유도했는데 스플리터가 내 생각대만로 된다면 쓸 수 있는 공이 많아진다”면서 스플리터 장착을 핵심 과제로 삼았다.
이날 이닝이 시작되기 전 마쓰이에게 공을 건네며 일본어로 “힘내라”고 말해준 유격수 김하성도 뒤에서 그의 투구를 인상 깊게 봤다. 김하성은 “공 자체가 좋았다. 일본 최고 마무리투수였기 때문에 충분히 미국에서도 통할 거라고 생각한다. 일본 투수들은 미국에 와서 거의 실패하지 않았다. 그만큼 일본 투수들의 수준이 높기 때문에 앞으로도 잘할 거라 생각한다”고 마쓰이의 활약을 기대했다.
2014년 라쿠텐 골든이글스에서 프로 데뷔한 마쓰이는 지난해까지 일본프로야구 10시즌 통산 501경기(659⅔이닝)에 등판, 25승46패236세이브76홀드 평균자책점 2.40 탈삼진 860개를 기록한 특급 마무리였다. 174cm 작은 키에도 최고 154km, 평균 140km대 중후반 패스트볼에 슬라이더, 커터, 스플리터를 구사하며 구원왕에 3번 올랐다.
일본에서 활약을 인정받아 지난겨울 샌디에이고와 5년 2800만 달러 계약을 통해 메이저리그 무대에 왔다. 기존 셋업맨 로베르트 수아레즈가 새 마무리 1순위로 꼽히는 가운데 마쓰이는 뉴욕 양키스 셋업맨 출신으로 FA 이적한 완디 페랄타, 한국인 투수 고우석과 함께 마무리 도전 후보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몸값은 마쓰이가 페랄타(4년 1650만 달러), 고우석(2년 450만 달러)를 앞선다.
마쓰이가 첫 단추를 잘 꿰면서 KBO리그 구원왕 출신 고우석(25)에게 시선이 향한다. 마쓰이가 시범경기 첫 날부터 바로 출격한 반면 고우석은 조금 더 여유를 두고 나선다. 오는 28일 캔자스시티 로열스전과 29일 시카고 화이트삭스전 둘 중 하나가 고우석의 데뷔전이 될 가능성이 높다.
시범경기 첫 5경기를 건너뛰게 된 고우석은 몸 상태에 특별한 문제는 없다. 고우석은 “구단에서 감 잡을 시간을 더 주신 것 같다. 배려를 해주는 듯하다”고 말했다. 두 번의 라이브 피칭을 소화한 고우석은 140km대 후반 패스트볼과 함께 낙차 큰 커브의 위력을 인정받았다.
지난 21일 라이브 피칭 때 고우석의 공을 받은 베테랑 포수 카일 히가시오카는 “존에 대한 감을 찾아가는 것으로 보이는데 공의 무브먼트가 좋았다. 앞으로 더 좋아질 것 같다”며 인상적인 구종으로 “커브가 진짜 날카로웠다. 슬라이더는 조금만 더 코너로 던질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며 “메이저리그는 매우 어려운 곳이고, 적응이 필요하다. 꾸준한 워크에식으로 경험하며 배우는 게 중요하다. 고우석도 구위가 있는 만큼 적응만 하면 잘 해낼 것이다”고 기대했다.
마쓰이가 첫발을 성공적으로 떼면서 고우석의 첫 등판에 대한 기대감도 더욱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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