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스&]유독물질·중금속 범벅···당신의 옷, 건강을 위협한다
염색·구김 방지 등 기능 위해선
옷 한벌에 50가지 화학물질 필요
일부 제품엔 비소·납까지 들어가
면역·피부·호흡계 질환 등 유발
면·실크 등 천연소재 택해야 안전
강렬할 정도로 쨍한 색깔, 매끈한 촉감에 다림질이 필요 없을 정도로 구김 없는 소재, 물에 젖지 않고 오염 물질이 묻지 않는 기능성 소재······.
오늘 날 당연하게 여겨지는 옷의 ‘편리함’은 어떻게 가능해졌을까. 옷의 안감 태그에는 ‘폴리에스테르 95%, 폴리우레탄 5%’ 등으로 간략히 표기돼 있지만 이 모든 기능은 화학 산업 발전의 산물이다. 색을 내거나 기능을 더하기 위해 옷 한 벌에 50가지 이상의 화학물질이 사용되는 경우도 있지만 옷은 유일하게 ‘취급 주의’ 경고를 받지 않는 화학 제품이다.
‘우리는 매일 죽음을 입는다’는 강렬한 제목의 이 책은 뉴욕타임스, 와이어드 등에 탐사 보도 기사를 기고하는 저널리스트인 저자 올든 위커가 2019년 받게 된 한 통의 제보 메일로 인해 ‘옷의 유독성’을 추적하는 과정을 그렸다. 2010년 12월 미국 알래스카 항공 승무원인 메리(가명)과 동료 2800여명은 유니폼 제조업체인 트윈 힐로부터 새로운 유니폼을 받았다. 다음 해 5월 메리는 가슴 부위에 넓게 퍼진 발진을 발견했다. 같은 기간 또 다른 승무원인 존은 호흡이 가빠지고 팔에 물집이 생기는 증상을 경험했다.
하지만 두 사람의 질병 원인은 ‘개인의 민감성’으로 치부됐다. ‘왜 이렇게 피곤할까’ ‘생리가 불규칙한 이유가 뭘까’ ‘왜 임신이 잘 안 될까’ ‘머리카락이 왜 점점 가늘어질까’ 등 많은 이들이 몸의 변화에 대해 애로사항을 겪지만 이 원인을 옷에서 찾기 쉽지 않다는 게 현실이다.
수년이 흘러 2016년에는 아메리칸 항공 승무원들이, 2017년 여름에는 사우스웨스트 항공 승무원들이 각 항공사 기체의 무늬를 딴 새 유니폼을 지급 받았다. 이들 중 상당수의 승무원들 역시 가슴과 목 주위에 붉은 반점이 생겼고 호흡 곤란을 호소했다. 이 유니폼에서는 염료의 운반체로 쓰이며 피부와 호흡기에 질환을 일으킬 수 있는 벤질 알코올, 크로뮴, 비소, 수은, 납 등 14가지 중금속이 포함돼 있었다.
이 책의 원제는 ‘죽다(Die)’와 동일한 발음이 나는 ‘To Dye for(염색을 하다)’로, 저자는 염료의 위험성부터 경고한다. 1856년 한 학생이 벤젠에서 얻은 아닐린을 다이크로뮴산칼륨, 황산 등과 섞었더니 검은 물질이 됐다. 천을 이 물질에 담그자 화려한 보라색으로 물들었다. 신장 손상을 일으킬 수 있는 페놀에서 가져온 분홍색, 중추신경계 손상 유발에 관련된 톨루엔에서 구한 자홍색 등 유독 염료들에는 끝이 없다.
검은색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검은색 구두약에 쓰이는 니트로벤젠은 피부와 호흡기에 치명적인 문제를 일으킨다. 그렇다면 흰색 면 블라우스면 괜찮을까. 역시나 예외는 아니다. 얼룩 방지용 과불화하합물을 비롯해 구김 방지, 난연제, 향균제, 냄새 방지, 수축 방지 마감재 등 갖가지 가능성 화학제품이 투입되기 때문이다.
온갖 의류의 유해성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다행히도 저자가 내린 결론 중에 일상에서 실천할 만한 선택지들이 있다. 일단 저자는 소셜미디어 마케팅으로 의류를 판매하는 영세 업체 대신 믿을 만한 브랜드를 선택할 것을 추천한다.
규제 대상이 아닌 영세 업체 대신 H&M, 나이키, 리바이스, 파타고니아 등 글로블 브랜드를 언급하며 적어도 10년 이상 이 문제를 고민한 업체들을 추천한다. 또 가능하면 기능성 소재를 피하고 채도가 높은 색이나 지나치게 밝은 색, 형광색을 피할 것을 권유한다. 이왕이면 면 , 실크, 대마, 캐시미어, 텐셀. 모달 등 천연 소재를 택하는 방식도 있다. 중고 의류를 택하는 것도 저자는 추천한다.
옷을 입기 전도 중요하다. 입기 전 세탁을 할 때 반드시 무향 세제를 쓸 것을 강조한다. 향이 든 세탁 세제나 섬유유연제 역시 옷에 유독 물질과 유도 화학물을 남길 수 있는데 이 물질들이 결합하면 심각한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드라이클리닝을 할 때 PERC로 알려진 테라클로로에틸렌 화학물질을 사용하는데 이게 남아서 유독가스가 집 안 공기 중으로 배출되고 결국 간, 신장, 중추신경계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다. 옷의 유독성으로부터 나를 지키기 위한 방법도 경제적 여유, 정보 등 격차에 따라 갈릴 수 있는 부분이다. 온갖 유독 화학물질로 범벅된 중고 의류들이 미국, 유럽권에서 가나 등 아프리카 나라들로 재수출돼 소각되거나 버려지고 있다는 걸 떠올려보면 더욱 그렇다. 2만원.
정혜진 기자 madein@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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