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아닌 8년, 류현진 계약을 바라보는 시선들

심진용 기자 2024. 2. 23.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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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류현진(오른쪽)이 22일 8년 총액 170억원에 계약한 뒤 박찬혁 한화 이글스 대표 이사와 기념촬영하고 있다. 한화 이글스 제공


한화가 류현진(37)과 비FA 다년계약을 맺었다. 공개된 내용은 크게 3가지다. 계약 기간 8년에 총액 170억원, 그리고 옵트아웃을 포함했다. 매년 얼마만큼 연봉을 지급하는지, 옵트아웃 권한은 누가, 언제 행사할 수 있는지 등은 알려지지 않았다.

큰 틀에서 계약 내용이 나돈 뒤, 가장 관심이 쏠린 대목은 역시 계약 기간이다. 당초 ‘4년 170억원’ 전망이 지배적이었지만, 막상 발표된 내용은 ‘8년 170억원’이었다. 금액은 그대로인데, 기간만 4년에서 8년으로 2배가 됐다. 올해 37세인 류현진이 계약 기간을 모두 채운다면 44세가 된다. 한화 송진우가 기록한 KBO리그 역대 최고령 경기 출장 기록 43세 7개월 7일을 넘어선다. 한화도 이런 부분을 강조했다.

류현진이 계약 마지막까지 수준급 기량을 유지하는게 당연히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다. 대형 FA 선수들이 넘쳐나는 시대에 연평균 21억2500만원이 상식을 초월하는 액수는 아니다. 지난해 연봉 1위 삼성 구자욱이 20억원을 받았고, 그다음인 한화 채은성은 18억원을 받았다. 지난 시즌을 앞두고 두산과 ‘4+2년’ 총액 152억원으로 FA 계약을 맺은 양의지의 경우 첫 4년 동안 계약금 포함 110억원 받는다. 구단이 언급한 송진우나 올 시즌 KBO 최고령인 삼성 오승환(42)처럼 40세 이후로도 기량을 유지하며 1군에서 활약하는 사례들도 없지 않다.

4년 아닌 8년, 확 커진 한화의 선택지


그럼에도 ‘너무 기간이 길지 않느냐’는 말이 나온다. 송진우, 오승환은 예외적인 사례에 가깝다. 전성기 아무리 뛰어났던 선수라도 40세 이후까지 기량을 유지하며 유의미한 성적을 거두기가 쉽지는 않다. 더구나 류현진은 2013년 미국 진출 이후로만 세 차례 수술을 받은 선수다.

결국 샐러리캡을 고려한 계약이라는 게 지배적인 평가다. 4년이 아닌 8년 계약을 맺으면서 한화는 샐러리캡 부담을 크게 덜었다. 단순 연평균 금액으로만 따져도 42억5000만원에서 절반으로 줄었다. 물론 실제 계약 내용은 훨씬 복잡할 가능성이 크다. 향후 수년 간 한화 내부의 연봉 추이와 구단 안팎의 FA 시장 전망, 향후 샐러리캡 기준 금액 변동 전망까지 두루 고려했을 것으로 봐야 한다. 계약 기간을 늘리면서 한화가 고려할 수 있는 선택지도 그만큼 늘었다.

여러 시나리오를 그려볼 수 있다. 한화의 2023년 연봉 상위 40명 합계 금액은 리그 9위인 85억3100만원이다. 샐러리캡 기준 금액인 114억2638만원과 비교하면 28억9538만원이 남는다. 비교적 여유분이 큰 올 시즌 연봉을 최대한 높게 책정했을 수 있다. 팀내 기존 선수의 FA 계약이 끝나는 시점에 많은 연봉을 지급한다거나, 다른 구단에서 대형 FA 선수가 시장에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시점에 가능한 낮은 연봉을 지급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팀내 젊은 선수들의 성장세 등을 두루 고려해, 한화 전력의 최고점이 언제일지를 설정하고 이 시점에 류현진의 연봉을 최소한으로 설정하는 경우도 있다. 아낀 금액을 최대한 전력 강화에 쏟아부어 대권을 노려보는 시나리오다.

옵트아웃 조항 또한 구단 친화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통상 옵트아웃은 선수가 더 나은 조건으로 계약을 맺기 위해 행사하는 권한이지만, 류현진의 경우는 상황이 다르다. 부상 이력이나 나이를 감안할 때 메이저리그 복귀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KBO 내 다른 구단으로 이적할 가능성 역시 크지 않다. 류현진의 이번 계약은 사실상 종신 계약으로 여겨지고 있다. 류현진의 옵트아웃 조항은 장기 계약이 차후 악성 계약으로 변할 수 있는 리스크에 대한 안전장치라는 해석이 많다.

‘뜨거운 감자’ 샐러리캡 논의에도 변수 될까


KBO리그 A 구단 관계자는 류현진의 이번 계약을 두고 “한화가 정말 고민을 많이 했다는 느낌”이라고 했다. 그는 “우리 구단 같은 경우 샐러리캡 예고 시점부터 FA 시장 전망 등을 고려해서 향후 10년 정도의 연봉 계획을 큰 틀에서 잡아뒀다. 다른 구단들도 비슷할 거다”라면서 “흔치 않은 경우인 만큼 한화도 특히 고심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타니 쇼헤이가 지난해 12월 14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LA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LA다저스 입단식에 참석해 기념촬영하고 있다. 게티이미지


일각에서는 결국 변칙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최근 LA다저스와 초대형 계약을 맺은 오타니 쇼헤이의 사례가 함께 언급된다. 오타니는 메이저리그(MLB) 사상 최대 규모인 10년 7억 달러에 다저스와 계약했지만, 그중 98%인 6억8000만달러를 10년 뒤부터 분할로 받는 디퍼(지급 유예·defer) 방식을 택해 입길에 올랐다. 류현진의 경우 KBO 현 규정상 디퍼가 불가능하니, 대신 계약 기간을 늘려 비슷한 효과를 의도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다. 물론 MLB 기준으로도 초유의 사례로 평가받는 오타니의 계약과 류현진의 계약을 직접적으로 비교하기는 어렵다. 다저스가 오타니 영입 이전부터 이미 오래도록 리그 최강팀으로 군림해왔지만, 한화의 경우 그렇지 않았다는 점에서 ‘심리적 저항감’의 차이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샐러리캡의 기본 취지는 리그 전력 불균형 해소다.

류현진의 이번 계약이 일부 구단에서 제기되고 있는 샐러리캡 무용론의 또 다른 근거가 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B 구단 관계자는 “부담도 부담이지만, 이런저런 방식으로 샐러리캡을 우회하고 있는데 지금 제도가 실질적으로 의미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KBO리그는 지난 시즌부터 샐러리캡을 도입했다. 지금의 기준 금액은 2025년까지 적용된다. 투자에 걸림돌이 되는 만큼 기준 금액을 큰 폭으로 올리거나, 아예 폐지하자는 의견이 없지 않았다. 2년 연속 기준금액 초과 시 제재금과 함께 이듬해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을 9단계 떨어뜨리는 제재가 지나치다는 의견도 나온다. ‘원칙 준수’를 강조하며 이 같은 주장에 반발하는 목소리 역시 작지 않다.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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