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고3, 대학도 무대도 안놓칠래요"

정주원 기자(jnwn@mk.co.kr) 2024. 2. 23.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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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N 1대 '현역가왕' 전유진 인터뷰
13세때 포항전국가요제 대상
'미스트롯2' 탈락후 슬럼프
팬들 응원에 다시 무대로
다음달 한일가왕전 출전
"일본 노래, 버스킹 도전"
서울 중구 매경미디어센터 인근의 남산한옥마을에서 만난 1대 현역가왕 전유진. MBN

상금 1억원은 어디에 쓰겠냐는 물음에 "미래의 가수 전유진을 위해 저축해 두겠다"고 말하는 속 깊은 이 소녀. 올해 18세, 쟁쟁한 트로트 가수들 사이에서 정상을 차지한 1대 현역가왕 전유진이다. 2019년 중학교 1학년의 앳된 교복 차림으로 포항해변전국가요제에서 대상을 차지하며 혜성처럼 등장했고, 이후 여러 방송에서 러브콜을 받았다. "정식으로 노래를 배운 적도 없이 그냥 무대에 올라가 관심을 받고 싶었다"는 게 그의 데뷔 계기다.

매일경제와 만난 전유진은 "현역가왕에선 전보다 실력도, 경험치도 쌓여서 저 스스로를 컨트롤해가며 즐겁게 경연에 임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나이는 어리지만 2019년 KBS '노래가 좋아', 2020년 MBC '편애중계', 2021년 TV조선 '미스트롯2' 등 큰 경연 무대에도 여러 번 오른 강심장이다.

전유진을 위한 1인 기획사를 차려 매니저를 자처해온 모친의 증언에 따르면 "어릴 때부터 무대에 서는 걸 좋아했고, 무조건 자기가 중간에 서야 하는 딸"이었다. 재미 삼아 친구들과 어울리며 민요 수업을 들었을 때 선생님께 '재능 있다'는 평가를 들었고, 이후 '미스트롯'으로 스타덤에 오른 송가인을 보면서 무대를 동경했다. 모친은 '본인이 원하니 동네 가요제나 내보내보자' 하고 가장 가까운 포항해변가요제 예심을 신청했는데, 이게 알고 보니 전국 단위의 대형 행사였다. 그러고는 대상까지 거머쥐었다. 전유진은 "그때부터 쉬지 않고 노래하게 됐다"고 했다.

다만 갑작스레 쏟아지는 관심은 10대 소녀에겐 큰 부담이었다. 실은 긴장도 많이 하는 편이란다. 인터뷰 중 차분히 의견을 밝히는 한편으로 자기도 모르게 포항 사투리가 아닌 서울말을 쓰는 것도 긴장감의 발로였다. "지금은 제 나름대로 부담감을 티내지 않고 즐기는 게 되지만, 처음 방송에 나갈 땐 부담이 컸죠. 아무런 준비도 안돼 있었고, 항상 평가를 받는 입장이었거든요. 게다가 부족한 모습을 보이는데도 너무 거창하게 포장돼서 비치는 것 같았어요."

아예 노래를 그만 부르겠다는 생각도 했다. 2021년 미스트롯2에서 탈락한 직후다. 공교롭게 사춘기가 겹쳤고, 고등학교 입시를 앞두고 학업에 전념할 필요도 있었다. 전유진은 "그땐 아예 노래를 안 하고 싶었다"며 "그저 즐거워서 시작한 건데, 사람들의 기대감에 못 미쳤다는 상실감, 노력에 비해 따라주지 않는 결과 등등이 쌓여 힘들었다"고 돌아봤다.

다시 그를 무대로 일으켜 세운 건 노래에 대한 갈망과 팬들의 응원이었다. "미스트롯 이후로 학교 생활만 하고 있을 때, 팬분들이 '성지 순례'라며 포항의 저희 동네를 많이 찾아주셨어요. 작은 동네라 다 들리고 보였죠. 한 번은 팬분들이 모여 계신 카페에 몰래 찾아가서 뵙고 사인도 해드렸어요. 그때 팬분들의 존재를 실감했던 것 같아요. 항상 기다려주시니까 계속 노래를 할 수 있었어요."

부모님도 물심양면 도왔다. 학업을 우선시하면서도, 무대의 감을 잃지 않게 소규모 팬미팅을 주선하고 노래를 부를 수 있는 기회도 꾸준히 만들었다. 전유진은 현역가왕 방송 내내 대국민 응원 투표에서 1위를 놓치지 않았다. 중학생 팬부터 20대 언니 팬, 부모님 뻘 어르신 팬까지 팬클럽 '텐텐'을 이루는 연령층도 다양하다.

올해는 고3이다. 다시 학교로 돌아가되, 하교 후나 주말, 방학 기간에만 가수로 활동한다. 애초에 여러 소속사 제안을 뿌리치고 1인 회사를 차린 것도 학교 생활을 온전히 하기 위해서였다. 전유진은 "예술 전공으로 대학에 진학하려 한다"며 "남은 1년 학교 생활을 열심히 해서 대학에 합격하는 게 우선 목표"라고 했다.

MBN '현역가왕' 톱7은 다음달 26일 처음 방송될 '한일가왕전' 촬영에도 돌입한다. 전유진은 일본어로 된 곡을 부르기 위해 발음을 가다듬는 한편 현지 길거리 버스킹 등의 새로운 도전도 준비 중이다. 그는 "한국의 트로트가 좋다는 걸, 한국 가수들이 정말 잘한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정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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