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통산 203승, ML서 복귀해 우승, 그리고 영구결번, 구로다가 걸어간 길, 류현진이 걷고 싶은 길[민창기의 일본야구]
"힘 떨어지기 전에 돌아오겠다"고 했던 류현진(37)이 우여곡절 끝에 약속을 지켰다. 11년 간의 메이저리그 경력을 정리하고 22일 한화 이글스 유니폼을 다시 입었다. 메이저리그에서 계속 던지고 싶었지만 기다렸던 다년 계약, 연봉 1000만달러 이상의 제안을 받지 못했다. 눈높이를 낮췄다면 잔류할 수 있었겠지만 한국행을 결정했다.
끝까지 설득하며 기다린 손혁 단장의 '진심'이 류현진의 마음을 움직였다. 절치부심하며 재도약을 준비해 온 한화가 마침내 날개를 달았다. 여러 가지 변수를 감안해도 올 시즌 '가을야구'를 노려볼만하다.
부상과 수술 전력이 있고 구속이 떨어졌다고 해도 류현진은 지난해까지 메이저리그에서 선발로 던졌다. 한화가 특급 외국인 선발, '슈퍼 에이스'를 얻은 셈이다. 펠릭스 페냐와 리카르도 산체스에 류현진까지 사실상 외국인 투수가 세 명이다.
류현진의 한화 복귀와 자연스럽게 오버랩되는 선수가 있다. 일본프로야구 히로시마 카프의 '레전드' 구로다 히로키(49)다. 지난해 말부터 류현진의 복귀 시점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을 때 거론됐던 투수다.
1997년 신인 드래프트 2순위로 입단한 구로다는 데뷔 시즌에 6승(9패)을 올렸다. 2군에서 시작해 그해 4월 25일 요미우리 자이언츠를 상대로 첫 선발 등판해 승리를 올렸다. 신인 투수가 1군 첫 경기에서 완투승을 기록했다.
첫해부터 투수 3관왕에 MVP, 신인왕을 차지한 류현진과 달리 차근차근 존재감을 높였다. 입단 5년차인 2002년 12승을 올리며 첫 두 자릿수 승을 신고했다. 2005년엔 28경기에 선발로 나가 11차례 완투를 하고 15승을 올렸다. 212⅔이닝을 던진 그해 센트럴리그 다승 1위를 했다.
2005년부터 2007년까지 3년간 40승을 올렸다. 11시즌 동안 103승을 거두고 메이저리그로 날아갔다. LA 다저스와 3년, 총액 3530만달러에 계약했다. 이 기간에 82경기에 선발 등판해 28승30패를 기록했다.
그 마지막 시즌이었던 2014년까지 5년 연속 두 자릿수 승을 올렸다.
2014년 32경기에서 11승9패, 평균자채점 3.71. 당연히 메이저리그 구단의 영입 제의가 있었다. 샌디에이고가 연봉 1800만달러를 제시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그러나 구로다는 돈 대신 일본 복귀를 선택했다. 메이저리그에서 부상 없이 7시즌 동안 79승을 올리고 일본행 비행기에 올랐다.
40세에 돌아온 구로다는 연봉 2억엔을 받았다. 메이저리그에 남았다면 받을 수 있었던 연봉의 10분의 1 수준이다. 히로시마는 대도시에 기반을 둔 팀이 아니다. 든든한 모기업을 둔 팀도 아니다. 구단 재정이 넉넉하지 않다.
히로시마에서 리그 최정상급 선수로 성장한 선수 대다수가 FA가 되면 다른 팀으로 이적했다. 가네모토 도모아키, 아라이 다카히로가 그랬다. 시카고 컵스의 스즈키 세이야, 디트로이트 타이거즈의 마에다 겐타가 히로시마 출신이다.
친정팀에 돌아온 구로다는 2015~2016년 2년 연속 두 자릿수 승을 올렸다. 21승을 추가해 미일통산 203승을 기록했다. 노모 히데오에 이어 일본인 선수로는 두번째로 미일 통산 200승을 넘겼다.
그는 2016년 4월 2일 요미우리전에서 120구를 던지고 5안타 완봉승을 거뒀다. 또 9월 10일 원정 요미우리전에 선발로 나서 6이닝 3실점 호투로 센트럴리그 우승을 확정했다. 불꽃투로 10승을 올리고 은퇴했다. 구로다의 유니폼 등번호 '15번'은 영구결번됐다.
2012년 39세에 한화에 입단해 초라하게 선수 생활을 마감한 박찬호와 달랐다. 박찬호는 23경기에서 5승10패, 평균자책점 5.06을 기록하고 유니폼을 벗었다.
구로다는 은퇴 후에도 히로시마와 끈끈한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구단 자문역으로 스프링캠프에서 히로시마 투수들을 지도했다. 절친한 팀 후배인 아라이 감독을 지원했다.
류현진은 2006~2012년 한화에서 7년간 98승, 2013~2023년 메이저리그에서 11년간 78승을 올렸다. 한일 통산 176승을 기록 중이다. 부상 없이 간다면 200승을 넘어 210승, 220승도 가능할 것 같다.
팬들은 류현진의 한화가 우승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한다. 1999년 첫 우승 후 한 번도 정상에 서보지 못한 한화다. 류현진이 합류해 당장은 아니더라도 우승을 꿈꿀 수 있게 됐다.
류현진은 구로다의 길을 가고 싶을 것이다. 팀 우승을 이끌고 등번호 '99번'이 영구결번되는 날을 머릿속에 그릴 것이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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