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비, 드디어 빛을 본 '어둠의 아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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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을 기준으로 음원 차트 최상위권에 가장 많은 곡을 올려놓은 아티스트는 아이유다.
차트 성적만을 토대로 음악적 커리어를 재단해서는 안 되지만, 분명 '밤양갱'은 비비의 음악 커리어에 변곡점이 될 노래다.
'밤양갱'은 비비의 대표곡이 되며 큰 힘을 실어주게 됐다.
비비는 '밤양갱'을 통해 자신의 대표곡을 확보했을 뿐만 아니라 음악적으로도 여전히 발전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며 앞으로의 음악적 행보 역시 기대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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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이덕행 기자
23일을 기준으로 음원 차트 최상위권에 가장 많은 곡을 올려놓은 아티스트는 아이유다. 그러나 그 사이를 비집고 있는 아티스트 비비의 '밤양갱'도 눈길이 간다. '밤양갱'은 멜론 TOP 100 2위를 비롯해 지니, 벅스 실시간 차트 1위 등 아이유의 신곡 못지않은 기세를 자랑하고 있다. 누군가는 드디어 빛을 본다고 말할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다소 생소할 수도 있는 비비의 '밤양갱'은 어떤 노래일까.
비비는 지난 13일 싱글 '밤양갱'을 발표했다. 지난해 8월 발매한 싱글 '홍대 R&B' 이후 6개월 만의 신곡으로 밸런타이 데이로 발매 시점을 맞췄다. 발매 직후 한순간에 차트 상단에 진입한 건 아니지만, '밤양갱'은 점진적으로 순위가 상승했다. 18일을 기점으로 차트 최상단에 자리한 뒤에는 굳건히 순위를 지키고 있다.
'밤양갱'이 이렇게 사랑받는 외부적 요인을 따져보자면 정식 발매 전 MBC '라디오스타'에서 짧게 부른 한 소절이 곡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고 볼수도 있다. 그러나 역주행보다는 정주행에 가까운 '밤양갱'의 차트 추이를 고려하면 정식 음악이 공개된 후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고 순위가 상승했다고 보는 편이 합리적이다.
장기하가 작사, 작곡, 편곡을 맡은 '밤양갱'은 왈츠 멜로디가 돋보이는 곡이다. 동화적이고 몽환적인 사운드와 달리 '화려한 만찬을 차려주는 게 사랑인 줄 알았는데 가볍게 나눠 먹었던 양갱 하나가 더 생각나더라'는 상반된 가사 내용은 달콤하면서도 씁쓸한 사랑을 떠올리게 한다. '달고달디 달디단 밤양갱' 처럼 한글 가사의 말맛을 살린 장기하의 가사 스타일과 비비의 음색 역시 절묘한 시너지를 내고 있다. 뮤직비디오 역시 다양한 작품에서 실력을 갈고닦은 비비의 연기가 담기며 곡에 깊은 몰입감을 주고 있다.
차트 성적만을 토대로 음악적 커리어를 재단해서는 안 되지만, 분명 '밤양갱'은 비비의 음악 커리어에 변곡점이 될 노래다. 2019년 5월 데뷔한 비비는 '비누' '사장님 도박은 재미로 하셔야 합니다' 'The Weekend' 등 많은 곡을 발매했다. 첫 정규 앨범 'Lowlife Princess: Noir'에서는 본인을 낮은 계층에 속한 자로 칭하며 분노와 광기를 가감 없이 드러냈고 높은 완성도를 자랑했다. 쉬지 않는 활동과 좋은 음악성에도 한 가지 아쉬웠던 건 대표곡의 부재였다. '밤양갱'은 비비의 대표곡이 되며 큰 힘을 실어주게 됐다.
음악적으로도 변화가 인상적이다. '밤양갱'은 분명 비비가 그동안 해온 음악과는 조금은 결이 다른 음악이다. 오히려 수록곡 'Sugar Rush'가 기존 비비의 음악에는 조금 더 가까운 느낌이다. 비비는 '밤양갱'을 통해 자신의 대표곡을 확보했을 뿐만 아니라 음악적으로도 여전히 발전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며 앞으로의 음악적 행보 역시 기대하게 만들었다.
비비의 음악과 그의 행보를 지켜온 많은 사람들은 아이유를 떠올려 왔다. 음악은 물론, 예능, 연기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했다는 공통점 때문이다. 다만, 비비는 조금더 파격적이고 날 것의 모습이 남아있기 때문에 비비의 별명은 '어둠의 아이유'가 됐다. 역으로 아이유가 '빛의 비비'가 되는 경우도 있었다.
이러한 사실을 알고보면 지금의 차트 순위는 더욱 흥미롭다. 공교롭게도 '어둠의 아이유' 비비가 들고 온 노래는 지금까지 가장 밝은 노래고 '빛의 비비' 아이유의 타이틀곡 '홀씨'는 지금까지의 음악 중 가장 '힙'하고 자유로운 음악이다. 특정 아티스트를 다른 아티스트에 빗대어 표현하는 건 팬덤 사이에서는 금기시되는 일이지만, 이런 방향의 시너지라면 이번만은 너그럽게 눈감아주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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