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지면 역적인데..." 한숨 돌린 에이스, 이제 '벽 같은' 중국 꺾으러 간다 [2024 부산세계탁구선수권]
장우진(29), 임종훈(27·한국거래소), 이상수(34·삼성생명), 박규현(19·미래에셋증권), 안재현(25·한국거래소)으로 구성된 세계랭킹 3위 남자 탁구대표팀은 23일 오전 10시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초피홀(제1경기장)에서 열린 BNK부산은행 2024 부산세계탁구선수권대회 남자 본선 토너먼트 8강전에서 세계랭킹 19위 덴마크를 상대로 매치 스코어 3-1(3-1 1-3 3-0 3-1)로 승리했다.
이로써 남자 팀은 24일 세계랭킹 1위 중국과 준결승을 펼친다. 앞서 중국은 전날 오후 8시에 열린 일본과 8강전에서 3-0 완승을 거두며 일찌감치 4강 진출을 확정한 상태다. 한국은 여자대표팀이 22일 중국과 8강전에서 패배한만큼, 남매의 복수를 위해 나서게 된다.
이날 임종훈(세계랭킹 18위), 장우진(14위), 안재현(34위)이 차례로 출격한 한국은 덴마크의 안데르스 린드(세계랭킹 28위)-요나단 그로트(29위)-마르틴 부크 안데르센(387위)과 정면승부를 펼쳤다. 대표팀은 덴마크에 대해 '탄탄한 전력을 갖춘 팀'으로 평가했다.
21일 인도와 16강전 승리 후 주세혁(44) 대표팀 감독은 덴마크-슬로베니아의 16강전을 지켜보며 "덴마크를 걱정하고 있다. 린드가 다양하게 탁구를 치고, 더반 세계선수권(2023년)에서 장우진이 린드에게 패배했다"며 "까다로운 팀 중 하나다"고 이야기했다. 장우진과 임종훈도 "슬로베니아는 한 명의 에이스가 있다면, 덴마크는 전력이 고른 것 같다"며 덴마크를 견제했다.
이어 출전한 장우진은 어려운 출발을 보였다. 그로트의 실수를 틈타 점수를 올리기는 했으나 전반적으로 잘 풀리지 않았고, 결국 1세트와 2세트를 연달아 패배하고 말았다. 3세트에서는 초반 기선제압에 성공하며 격차를 벌렸고, 막판 연속 5득점으로 한 판을 따냈다. 하지만 그로트는 장우진의 플레이를 파악한 듯 4세트에서 크게 앞서나갔다. 결국 장우진은 4세트를 3-11로 패배하며 2단식을 내주고 말았다.
하지만 남은 두 선수가 장우진의 복수에 성공했다. 어려운 상황에서 3단식에 나선 안재현은 체급 차이를 보여주듯 초반부터 안데르센을 상대로 맹폭격에 나서 11-2로 1세트를 잡아냈다. 안재현은 2세트에서도 극적으로 8-8 동점을 만든 후 결국 13-11로 승리했다. 안재현은 3세트에서도 순식간에 매치 포인트에 도달해 11-7로 승리, 장우진의 복수에 성공했다.
이어 4번째 매치에 나온 임종훈은 장우진을 눌렀던 그로트를 만나 복수에 성공했다. 첫 세트를 9-11로 패하며 불안한 출발을 보였던 임종훈은 2세트 들어 빠른 템포의 공격을 통해 그로트를 흔들며 12-10 승리를 거뒀다. 3세트에서 상대의 수를 읽은 임종훈은 연이어 그로트를 흔들면서 11-6이라는 여유 있는 격차로 승리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4세트 중반에도 연속 득점을 이어가며 그로트의 기를 제대로 꺾어 매치 승리를 확정했다.
2단식을 내줬던 장우진은 "제가 졌지만 팀이 이겨서 기분이 좋으면서도 죄송스럽다. 해외에서 이런 경우가 있었다면 이겨내기 어려웠을텐데, 우리 홈에서 하기 때문에 고비를 넘길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4매치에서 임종훈이 1세트를 내주던 순간을 지켜본 장우진은 "속으로 '이거 큰일 났다. 5번에서도 지면 진짜 역적인데...'라는 생각으로 많이 준비했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도 "임종훈 선수가 2세트를 이긴 후로는 안도감이 들어 크게 의심하지 않았다"고 이야기했다.
주세혁 감독은 맏형 이상수 대신 앞선 경기에 나오지 못했던 안재현을 3단식에 내는 변칙 오더를 냈다. 이에 대해 주 감독은 "3번 주자는 우리 중에 누가 나가도 유리하다"며 "그중에 제일 안정감 있는 안재현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상수는 컨디션이 좋지만 한번씩 비기복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3번을 무조건 잡고 가야 하기 때문에 안전하게 갔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날 경기장에는 수많은 한국 팬들이 찾아와 선수들에게 우레와 같은 환호성을 보내줬다. 한국 선수들이 긴 랠리 끝에 극적으로 점수를 얻거나, 허를 찌르는 플레이를 선보일 때는 감탄 섞인 응원이 들리곤 했다. 임종훈은 "오늘(23일) 정말 응원을 많이 해주셔서 이겼다. 외국이었으면 솔직히 질 경기라 느낄 정도였다"며 "응원에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제 한국은 '세계 최강' 중국과 맞대결을 펼친다. 중국 남자대표팀은 각각 세계랭킹 1, 2, 3위인 판젠동과 왕추친, 마롱이 주전으로 나온다. 한국으로서는 부담될 수밖에 없다. 전날 열린 중국-일본전을 지켜본 장우진은 "마치 벽 같았다"고 말할 정도였다.
선수들도 만반의 준비를 했다. 장우진은 "홈에서 하는 이점이 있기 때문에 분위기를 많이 끌어올려야 할 것 같다. 그리고 중국 선수들은 워낙 많은 상황을 겪어봤기 때문에 변칙적이고 예상할 수 없는 수를 많이 써야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임종훈 역시 "강대강으로 붙어서는 절대 이길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프랑스의 (펠릭스-알렉세스) 르브론 형제처럼 변칙적으로 경기를 준비할 생각이다"고 밝혔다.
선수들은 대회 내내 팬들의 응원에 고마움을 드러내고 있다. 남자 맏형 이상수는 "아무래도 소리를 질러주시고 분위기가 달아오르면 안 나던 힘도 생긴다. 그런 곳에서 힘을 많이 받는다"고 말했고, 임종훈은 "너무 기분 좋다. 중국 선수들은 어느 나라를 가도 홈처럼 응원받아서 부러웠는데, 홈에서 많은 응원을 받으니 경기력이 올라오는 것 같다"고 했다. 막내 박규현은 "응원하러 와주셔서 너무 감사하고, 그런 소리를 들을 때마다 긴장감도 조금씩 풀리는 것 같다"고 고마워했다.
장우진은 지난 14일 대표팀 공식 훈련이 끝난 후 "저희가 사실 그동안 4강에서 계속 떨어졌기 때문에 이번에는 꼭 결승을 가서 중국과 하는 그림을 보여드리고 싶은 게 목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실적인 목표는 중국과 만나기 전에 다른 나라들을 이기는 것이고, 그런 건 대진운에 맡겨야 한다"고 했다.
대진추첨에 참여했던 주 감독은 "바람보다 일찍 중국을 만나는 것은 아쉽지만 어차피 한 번은 싸워야 하는 상대다. 홈에서 한 번 일을 내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주 감독은 "4강까지는 무난해 보이지만 본선에서 만날 팀들 중 약팀은 없다. 예선에서 이긴 인도도 본선에서는 다를 수 있다. 심리전에서 우위에 서야 한다. 패하면 끝인 토너먼트인 만큼 모든 경기가 결승이라는 각오로 뛸 것을 선수들에게 주문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양정웅 기자 orionbear@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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