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문의 자유’ 방패 삼아 역사 왜곡…역대 망언 교수들의 ‘말말말’

안경준 입력 2024. 2. 23. 15:36 수정 2024. 2. 23.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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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망언’ 최정식 교수 감봉 조치에 경희대 철학과 동문회 “수용”
이영훈 전 교수 “위안부의 원류는 조선시대 기생제”
류석춘 전 교수 “공창제 위안부만 지원하는 것은 일종의 특권”
법원은 ‘학문의 자유’ 인정하는 추세

경희대학교 철학과 동문회는 23일 최정식 경희대 교수(철학과)의 ‘위안부 자발적 매춘 망언’ 사건과 관련한 대학 측 조치를 수용한다고 밝혔다.

경희대학교 철학과 동문회는 지난 2023년 10월 말 서울 동대문구 경희대 서울캠퍼스 정문 앞에서 "'위안부 매춘 망언' 최정식 교수를 즉각 파면하라!"고 촉구했다. 연합뉴스
동문회는 이날 경희대 청운관 기자회견에서 “학교법인이 교원인사위원회가 제청한 ‘견책’보다 중한 징계인 ‘감봉’을 결정한 것은 최정식 교수의 일탈이 단순한 경고 이상의 물리적 징계 대상임을 공식화한 것”이라며 “경희대 철학과 동문회는 해당 결정을 수용한다”고 밝혔다. 최 교수가 지난 6일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북부지검에 불구속 송치되고 다음날 대학으로부터 감봉 3개월 조치를 받은 것에 대한 입장이다.

최근 위안부 관련 언급으로 논란이 된 교수들의 재판·수사 결과가 나오고 있다. 지난달 24일 위안부가 매춘의 일종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류석춘 전 연세대 교수가 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지난해 10월에는 박유하 세종대 명예교수가 저서에서 위안부 피해자를 두고 매춘이란 단어를 써서 재판에 넘겨졌다가 대법원이 무죄를 선고하기도 했다. 2019년 반일 종족주의 출간으로 심화된 후 5년 가까이 끊이지 않는 교수들의 위안부 망언 논란을 모아봤다.

지난 2023년 9월 서울 경희대학교 문과대학 1층에 경희대 철학과 졸업생 96명의 대자보와 이에 대한 최정식 교수의 답변이 게재됐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교수들의 연이은 일본인 위안부 망언

2019년 7월 출간한 ‘반일 종족주의’에는 “일본인 위안부는 일본 정부, 모집업자, 위안부의 부모 친지 등 3자의 합작품이었다”는 등의 내용이 실려 논란이 일었다. 당시 집필자 중 한 명인 이영훈 전 서울대 교수는 같은 해 8월 유튜브를 통해 “일본군 위안부의 원류는 조선시대 기생제이며, 이 제도는 해방 이후 민간 위안부, 한국군 위안부, 미군 위안부 형태로 존속했다”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반일 종족주의 등장 이후 위안부 피해자 관련 언급들이 도마에 올랐다. 반일 종족주의 내용에 공감하는 의견을 내는 교수들이 입을 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철순 부산대 교수(정치외교학과)는 2019년 9월 ‘반일 종족주의’ 북콘서트에서 “위안부 문제가 갑자기 1990년대에 튀어나오는데 그런 게 없었다”며 “그런 기억이 없기 때문에 전승이 안 된 건데 이게 뻥튀기되고 부풀려졌다”고 말해 논란이 됐다.

부산대 일부 학생들과 졸업생들이 이를 비판하는 촛불집회를 열자 이 교수는 “해당 발언의 결론은 위안부 피해자들의 증언에 대한 교차 검증과 문헌상의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학문적 입장의 발언이었다”며 “부분만 인용돼 발언의 진의가 왜곡됐다”고 설명했다.

지난 1일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건국전쟁>의 포스터. 다큐스토리 제공
영화 ‘건국전쟁’에 출연하며 또다시 논란에 선 류석춘 전 연세대 교수는 위안부 관련 발언으로 재판까지 넘겨졌다. 2019년 9월 그는 연세대 사회학과 ‘발전사회학’ 강의에서 “(위안부 관련) 직접적인 가해자는 일본(정부)이 아니다”, “(위안부는) 매춘의 일종”이라는 발언을 했다.

류 전 교수는 2020년 5월에도 한 심포지엄에서 “식민지 우리나라에서 시행된 공창제는 국가, 남성, 가부장, 매춘업자들이 암묵적으로 협력해 최하층의 가난한 여성을 성적으로 약취한 부도덕한 일이었다는 이영훈 교수의 주장에 동의한다”며 “그 많은 공창제 희생자 중 유독 일본군 위안부에게만 관심을 보이고 지원하는 것은 일종의 특권이라고 생각한다”는 발언을 했다. 또 “위안부를 국가의 강제 연행 피해자가 아니라 매춘업자가 취업 사기를 한 것에 피해를 본 사람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최 교수는 지난해 3월 ‘서양철학의 기초’ 강의에서 일본군 위안부를 언급하며 “일본군 따라가서 매춘행위를 한 사람들”, “끌려간 게 아니라 자발적으로 갔다”는 주장을 펼친 것으로 조사됐다. 강의 중 한 학생이 “현재 남아 있는 위안부 피해자가 거짓 증언을 한 것이냐”고 묻자 “거짓”이라고 답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이후 경희대 철학과 재학생과 동문회가 ‘망언’이라며 반발했고 최 교수는 감봉 3개월 징계를 받았다. 최 교수는 “내용이 사실인지 아닌지 따져보지도 않고 문제를 제기한 세력들 이야기만 듣고 징계를 내리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 강의 중 '위안부는 자발적 매춘'이라고 언급해 명예훼손 혐의를 받는 류석춘 전 연세대 교수가 지난 1월 24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망언이라는 비판에도…‘학문의 자유’로 존중하는 법원

이들 교수의 위안부 관련 평가가 ‘망언’이라는 비판 여론과 다르게 법원은 학문의 자유 내에서 이뤄진 발언이라고 판단하는 추세다. 서울서부지법은 2019년 강의에서 발언으로 재판에 넘겨진 류 전 교수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은 류 전 교수의 발언이 헌법상 보호되는 학문의 자유, 교수의 자유에 해당하며 토론 과정에서 밝힌 개인적 견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헌법이 대학에서의 학문의 자유와 교수의 자유를 특별히 보호하고 있는 취지에 비춰보면 교수의 자유에 대한 제한은 필요 최소한에 있어야 한다”며 “내용과 방법이 기존의 관행과 질서에서 벗어나는 것으로 보이더라도 함부로 위법한 행위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2013년 8월 출간한 ‘제국의 위안부’에서 위안부가 ‘매춘’이자 ‘일본군과 동지적 관계’였고, 일본 제국에 의한 강제 연행이 없었다고 기술해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박유하 세종대 교수도 대법원에서 무죄를 확정받았다. 저서 속 “강제 연행이라는 국가폭력이 조선인 위안부에 관해서 행해진 적은 없다”, “위안부란 근본적으로 매춘의 틀 안에 있던 여성들”이라는 표현이 허위사실로 피해자들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혐의가 적용됐다.

대법원은 그러나 학문적 연구에 대한 평가는 사실의 적시로 평가할 때 신중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특히 “‘역사적 사실’과 같이 고정적인 사실이 아니라 사후적 연구 과정 속에서 재구성되는 사실인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면서 “학문적 표현에 숨겨진 배경이나 배후를 섣불리 단정하는 방법으로 암시에 의한 사실 적시를 인정하는 것은 허용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안경준 기자 eyewher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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