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는 협회 전유물 아니다"...홍명보 빼앗길 가능성에 울산 서포터즈 분노, 규탄 성명 발표
"K리그는 대한축구협회 전유물 아니다"
[인터풋볼] 신동훈 기자 = 홍명보 감독 부임 임박설에 울산HD 서포터즈인 처용전사가 분노했다.
처용전사는 22일 공식 SNS를 통해 대한축구협회를 향해 규탄문을 냈다. 처용전사가 분노한 이유를 이야기하려면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경질 후 대한축구협회 행보를 봐야 한다. 클린스만 감독 하에 치른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은 우승 실패로 끝이 났다. 준결승까지 올랐지만 우승에 실패했고 내용과 운영은 엉망이었다.
클린스만 감독은 개선 의지가 없고 논란을 반복해 결국 경질됐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은 고개를 숙였으나 사퇴는 하지 않았다. 전력강화위원회 변화를 가져갔다. 마이클 뮐러 위언장이 물러나고 정해성 위원장이 왔다. 정해성 위원장과 함께 고정운(김포FC 감독), 박성배(숭실대 감독), 박주호(해설위원), 송명원(전 광주FC 수석코치), 윤덕여(세종스포츠토토 감독), 윤정환(강원FC 감독), 이미연(문경상무 감독), 이상기(QMIT 대표, 전 축구선수), 이영진(전 베트남 대표팀 코치), 전경준(프로축구연맹 경기위원장)이 새롭게 전력강화위원회를 구성했다.
대표팀은 3월에 바로 2026 북중미 월드컵 예선을 치른다. 태국과 홈, 어웨이로 경기를 치르는데 명단발표를 곧 해야 하지만 감독이 없다. 임시 감독 체제로 갈지, 간다면 누구로 할지 결정을 해야 한다. 정해성 위원장의 전력강화위원회는 1차 회의를 한 후 미디어 브리핑을 했다. 앞서 말한 의제에 대한 의논 결과를 말하는 자리였다.
정해성 위원장은 "3월 2026 북중미 월드컵 2차 예선 앞두고 정식 감독을 뽑아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를 이뤘다. 대표팀이 재정비를 해야 하는 시기인데 6월까지 미루는 건 맞지 않고 월드컵 예선 2경기부터 팀을 다져야, 팀이 단단해지고, 현실적으로 임시 체제를 꾸리기엔 장애가 많아 어렵다고 의견을 모았다"고 했다. '왜 정식 감독인가'에 대해선 "신랄하게 의견을 주고받았다. 임시 감독 의견에선 '두 경기만 하려고 하는 감독이 나타날까'에 대한 의견이 컸다. 부담이 큰 자리에 나설 사람이 있는지 의문이어서 정식 감독에 비중을 더 두고 있다"고 했다.
국내 감독인지, 해외 감독인지를 두고는 "위원회에선 다 열어놓고 하려고 한다. 그렇게 의견을 모았다. 국내, 외국 감독과 마찬가지로 쉬고 계시는 감독, 일하고 계시는 감독 모두 열어놓고 대상에 올리겠다"고 했지만 시간이 매우 부족해 외국인 감독 선임은 사실상 불가하다. 정해성 위원장도 "시기적으로 봤을 때 3월에 2경기를 준비하는데 있어서 선수 파악, 기간 등을 봤을 때 외국 감독도 열어놓았지만 국내파 쪽에 비중이 쏠린 듯하다"고 시인했다.
이어 "국내파를 결정할 경우, 현직 감독은 큰 문제가 없다. 쉬고 계시는 감독이라도 이미 대표팀, 그리고 선수들에 대한 파악은 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시기적으로 촉박한 가운데 감독을 선임해야 한다. 각 클럽 팀에 일하시는 분이 된다면 구단에 직접 찾아가서 결과가 나온 뒤엔 도움을 요청해야 할 것 같다. 어떤 감독이 되든 협회 측면에서 직접 찾아가 결정을 하겠다"고 말했다.
K리그 현직 감독을 데려오는 게 대한축구협회 입장에서 가장 편리한 선택이다. 감독을 내준다면 그 구단은 비상이 걸린다. 전지훈련을 치르고 영입, 방출 작업까지 감독 입맛대로 했는데 그 감독이 나가면 한 시즌 계획이 모두 꼬인다. 언론을 통해 여러 후보들이 이름을 올렸는데 가장 유력한 건 홍명보 감독이었다. 울산 팬들은 당연히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홍명보 감독은 대한민국 축구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 중 하나다. 화려한 선수 시절을 끝내고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고 한국 대표팀과 23세 이하 대표팀 수석 코치를 맡았다. 2009년엔 20세 이사 대표팀 감독이 됐고 이후엔 23세 이하 감독을 맡아 2012 런던 올림픽 동메달을 이끌었다. 2013년엔 표류하던 A대표팀의 감독이 돼 2014 브라질 월드컵을 이끌었는데 처절한 실패 후 자리에서 내려왔다.
항저우 뤼청에 잠시 있던 홍명보 감독은 2017년부터 3년간 대한축구협회 전무이사로 활동하며 한동안 현장을 떠났다. 2021년에 울산에 부임했고 2022, 2023시즌 연속 K리그1 우승을 해냈다. 감독으로서 다시 부활한 홍명보 감독은 2024시즌 K리그1 3연패를 목표로 준비했다. 지난 시즌 재계약을 맺은 울산은 홍명보 감독에게 물심양면 지원했다.
홍명보 체제에서 2024시즌을 준비하고 심지어 이미 AFC 챔피언스리그(ACL) 16강 1, 2차전을 치렀다. 울산은 반포레 고후를 잡고 8강에 올라 전북 현대와 대결한다. 이제 2월 26일에 개막 미디어데이에 나와 포부를 밝히고 3월 1일 홈에서 포항 스틸러스와 동해안 더비를 치러 2024시즌 K리그1 1라운드를 시작한다. 대장정을 앞두고 나온 홍명보 감독 대표팀 감독 부임설은 울산 팬들의 분노를 사기 충분했다.
당연히 분노의 방향은 홍명보 감독이 아닌 대한축구협회로 향했다. 처용전사는 "다수의 매체로 보도된 '대한 축구 협회의 K리그 현역 감독 대표팀 감독 선임'결정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 협회는 최근 한국 축구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련의 사태에 그 어떤 책임감도 느끼지 않고 오롯이 K리그 감독을 방패 삼아 책임을 회피하려 하고 있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이어 "협회는 지난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준비 당시 위기에 빠진 한국 축구에 책임감 있는 자세로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고 K리그 현역 감독이던 최강희 감독을 방패로 내세워 표면적인 문제 해결에만 급급했으며 그 결과는 K리그를 포함한 한국 축구 팬들에게 크나큰 상처를 남겼다. 그리고 지금 협회는 지난날의 과오를 반복해 또 한 번 K리그 팬들에게 상처를 남기려 하고 있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처용전사는 홍명보 감독을 포함한 모든 K리그 현역 감독을 선임하는 것에 대해 강력히 규탄하며, 그들을 지켜내기 위한 그 어떤 노력도 마다하지 않을 것을 성명한다. K리그는 더 이상 협회의 결정대로만 따라야 하는 전유물이 아니며 팬들과 선수, 구단, 감독 모두가 만들어 낸 노력의 결과물이다. 협회는 더 이상 K리그 감독을 방패 삼아 자신들의 잘못을 회피하는 과오를 반복하지 말고 무거운 책임감과 경각심을 가지고 본 사태를 해결하길 바란다. 또한 처용전사는 리그 현역 감독의 선임 논의 자체를 무효화할 것을 요구하며, 이를 위해 어떠한 단체행동도 불사할 것임을 선언한다"고 했다.
전력강화위원회 회의는 24일에 다시 열린다. 1차 회의 때와 달리 미디어에 비공개로 진행이 되고 향후 어떤 회의도 마찬가지다. 홍명보 감독을 비롯해 K리그 현역 감독들로 전해진다면 개막 전에 접촉과 제안이 이뤄질 것이다. K리그 개막을 앞두고 대표팀 이슈가 K리그를 잠식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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