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 괴롭힘 의혹→상벌위→27일 재논의 결정', 총체적난국' 최다 연패팀 페퍼저축은행

안호근 기자 2024. 2. 23.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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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 안호근 기자]
페퍼저축은행 선수들이 패배 후 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뉴스1
V리그 여자부 최다 연패팀 오명을 쓰고 있는 광주 페퍼저축은행의 내부 논란이 상벌위원회 개최에도 결론을 맺지 못했다.

한국배구연맹(KOVO)은 23일 오전 연맹 회의실에서 페퍼저축은행 A선수의 인권침해 행위에 대한 상벌위원회를 개최했다.

상벌위원회에서는 A선수와 피해를 주장하는 선수들에게 소명 기회를 부여했다. A선수와 일부 피해자 선수가 직접 참석해 소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지난주 익명의 신고가 들어온 게 계기가 됐다. 배구계에 따르면 올 시즌 페퍼저축은행 선수단 내에서 내부 충돌이 있었다. A선수가 다른 선수들을 지속해서 괴롭혔고 그 결과 지난해 말 2명의 선수의 퇴단으로 이어졌다는 것이었다.

KOVO 관계자는 22일 스타뉴스와 통화에서 "신고 내용을 검토한 결과 상벌위 개최 필요성을 느꼈다. A선수는 상벌위에 직접 출석해 입장을 소명한다. 퇴단한 선수 두 명 중 한 명도 직접 상벌위에 참석할 것"이라고 전했다.

패배 후 팬들에게 인사하는 페퍼저축은행 선수들. /사진=KOVO
이같은 사실에 페퍼저축은행은 "피해자가 KOVO 선수고충처리센터에 직접 신고한 건 사실이 아니다. 구단이 사후조사를 통해 연맹에 직접 신고했다"며 "자세한 구단의 입장과 관련해서는 23일 상벌위원회 결과에 따라 추가로 말씀드리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번 논란과 관련한 첫 번째 상벌위에선 결말을 내지 못했다. 상벌위원회는 선수들이 제출한 자료 및 소명을 통해 본 건을 면밀히 검토했으나 좀 더 신중한 사실 관계 파악을 위해 이날 회의를 종료하고 오는 27일 오전 9시 상벌위원회를 재개최키로 했다.

창단 3번째 시즌을 맞은 페퍼저축은행은 여전히 희망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시작부터 불안했다. 지난해 6월에는 2023~2024시즌부터 페퍼저축은행을 이끌기로 한 아헨 킴(39) 감독이 갑작스럽게 팀을 떠나 혼란이 가중된 가운데 미국에서 지도자 생활을 하던 조 트린지(37)가 지휘봉을 넘겨 받았다.

비시즌 국가대표 아웃사이드 히터 박정아를 영입하며 기대감을 키웠으나 그 과정에서 아쉬운 일처리로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보상선수를 보내줘야 하는 상황에서 주전 세터 이고은을 묶지 않았고 결국 김천 한국도로공사에 내줬다. 졸지에 주전 세터를 잃은 페퍼저축은행은 이고은을 다시 데려오기 위해 2023~2024시즌 신인드래프트 2라운드 지명권과 함께 주전 미들블로커 최가은과 1라운드 지명권을 내줬다. 한국도로공사는 행운의 1픽으로 전체 1라운드 1번으로 김세빈을 영입했다. 김세빈은 데뷔시즌부터 팬투표로 올스타전에 이름을 올릴 만큼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고 있다.

36경기 중 30경기를 치르면서도 뚜렷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지난 10일 화성 IBK기업은행전에서 셧아웃 패를 당하며 21연패를 기록, 여자부 역대 최다 연패 신기록을 갈아치웠다. 종전 V리그 여자부 최다 연패의 멍에는 2012~2013시즌 KGC인삼공사(현 정관장)가 가지고 있었다.

조 트린지 페퍼저축은행 감독. /사진=KOVO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젠 남녀부 통틀어 리그 최다 연패 기록인 KEPCO(현 한국전력)의 2007~2008, 2008~2009시즌에 걸친 27연패, 단일 시즌 최다 연패인 2012~2013시즌 KEPCO의 25연패까지도 눈앞에 두고 있다.

올 시즌 2승 28패, 승점 8에 그치고 있는 페퍼저축은행은 지난 11월 10일 서울 GS칼텍스전 3-2 승리 이후 3개월이 넘도록 승리를 맛보지 못하고 있다.

실력만의 문제가 아닌 것 같다는 분위기가 최근 들어 감지되고 있다. 4라운드 무렵 "연패 중인 팀에 가장 중요한 건 응집력을 확실히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가장 기본적인 팀워크나 응집력을 잡으면 기술적인 부분은 따라온다"고 쓴소리를 남기기도 했다. 팀 분위기에도 균열이 나 있다는 걸 암시하는 발언이었다.

트린지 감독의 발언은 보다 구체화됐다. 지난달 19일 수원 현대건설과 홈경기에선 "구체적으로 어떤 사건을 언급하고 싶진 않다. 팀원들이 함께 극복해야 하는 문제"라면서 "우리는 충분히 좋은 팀이다. 여기에 신뢰를 기반으로 팀 문화를 만들어 어떻게 쌓아 나가는지가 중요하다. 그 방법을 찾아내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 무언가의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아직까지 찾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팀은 연패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고 결국 논란까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제 이번 논란이 어떤 결말을 맺을지로 관심이 옮겨진다.

우선 또 하나의 급한 불인 연패를 막아낼 필요가 있다. 페퍼저축은행은이날 오후 7시 김천실내체육관에서 한국도로공사와 격돌한다. 승점 차는 24점. 그러나 6위로 처져 있는 팀인 만큼 페퍼저축은행으로선 가장 희망을 걸어볼 만한 경기이기도 하다.

경기를 준비하고 있는 페퍼저축은행 선수들. /사진=뉴시스

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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