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 중” 이유로 ‘즉각 휴전’ 결의안 거부한 미국의 잰걸음…바이든, 이스라엘에 특사 급파

손우성 기자 2024. 2. 23.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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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거크 미 NSC 조정관 이스라엘 방문
이스라엘도 협상 대표단 파리 보내기로
국제사회 미국 비난 여론은 여전
이스라엘군이 지난 19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폭격으로 무너진 건물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다. AP연합뉴스

협상이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즉각 중단을 촉구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던 미국이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스라엘 두둔 논란에 휩싸이며 국제사회의 따가운 눈초리를 받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특사를 이스라엘에 급파하며 답보 상태에 빠진 협상 분위기 살리기에 나섰다.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브렛 맥거크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중동·북아프리카 조정관은 이날 이스라엘을 찾아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 등 이스라엘 정부 고위 인사들과 연쇄 회동했다. 존 커비 미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브리핑을 통해 “맥거크 특사와 네타냐후 총리가 의미 있는 몇 시간을 보냈다”며 “논의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여겨진다”고 설명했다.

이스라엘도 갈란트 장관이 맥거크 조정관과 만난 뒤 “협상에 임하는 대표단에 더 많은 권한을 부여할 계획”이라고 밝히는 등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맥거크 조정관은 이스라엘 방문 전 이집트에서 정보 당국 관계자들과도 만나 의견을 교환했다.

외신들은 미국이 지난 20일 북아프리카 알제리가 유엔 안보리에 제안한 즉각 휴전 결의안에 대해 “진행되고 있는 협상에 방해가 될 수 있다”며 거부권을 행사한 만큼 그 어느 때보다도 협상을 적극적으로 중재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고 진단했다. NYT는 “미국은 즉각적인 휴전이 하마스 재집결을 부추기고,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억류된 인질 석방을 위한 협상을 힘들게 할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며 미국이 협상을 서두르는 이유라고 평가했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라파에서 22일(현지시간) 이스라엘 공습으로 무너진 건물에서 구조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결렬 위기에 몰렸던 협상도 다시 궤도에 오르고 있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이날 이스라엘 전시 내각은 오는 23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릴 예정인 협상에 대표단을 파견하기로 했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윌리엄 번스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과 무함마드 빈 압둘라흐만 알사니 카타르 총리, 아바스 카멜 이집트 국가정보국(GNI) 국장이 파리에서 만날 계획이라고 전했는데, 이 자리에 이스라엘도 참석 의사를 밝힌 셈이다.

이스라엘이 중재국인 미국·카타르·이집트와 함께 협상 테이블에 앉은 건 지난 13일 이후 처음이다. 당시 4개국은 이집트 카이로에서 협상을 벌였지만, 이스라엘이 하마스 요구 사항을 거절하며 하루 만에 대표단을 철수시킨 바 있다.

다만 이번엔 하마스 정치국장인 이스마일 하니예가 하마스 지도자들을 죽이지 않는다는 보장을 받는 대가로 영구 휴전과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완전 철수 요구를 포기한다는 내용의 새로운 제안을 건넨 것으로 알려지는 등 냉각됐던 분위기가 다소 누그러지는 모습이다. 실제로 이스라엘 전시 내각에 참가한 베니 간츠 국민통합당 대표는 최근 “협상 타결을 향한 진전 가능성이 보이는 초기 징후가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제사회는 미국 행보에 여전히 불만을 표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진행되고 있는 주요 20개국(G20) 외교장관회의에서 미국이 유엔 안보리 결의안 거부권 행사와 관련해 질타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대표적인 동맹국인 호주마저도 “가자지구의 즉각적인 휴전을 지지한다”는 뜻을 밝혔고, 브라질과 남아프리카공화국 등도 미국을 비난하는 메시지를 쏟아냈다.

싱크탱크 국제위기그룹(ICG) 소속 리처드 고원은 WP에 “미국은 1년 전 G20 외교장관회의에서 우크라이나 문제로 러시아를 수세로 몰아넣었지만, 이제는 우크라이나와 가자지구 사태에서 주도권을 잃은 것처럼 보인다”며 “오는 11월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통제력을 상실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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