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韓 대표 선수로 뛰고 싶다” 국대복귀 OK, 국제무대 괴물 다시 뜬다!

김원익 MK스포츠 기자(one.2@maekyung.com) 2024. 2. 23.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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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하다. 다시 한번 대표팀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선수로 경기를 해 보고 싶다.”

류현진(36, 한화)에게 태극마크를 향한 열망은 여전히 뜨거웠다. 국대 복귀 의사를 묻는 질문에 한순간도 망설이지 않고 OK를 외쳤다.

류현진은 ‘만약 발탁이 된다’면 이란 전제를 달았지만, 그가 올해 예전의 위용에 가까운 투구를 펼친다면 베테랑들의 은퇴선언으로 큰 공백이 생긴 야구 대표팀에도 큰 힘이 될 발탁을 마다할 가능성은 매우 적다. 두 차례 큰 수술을 겪었다고 하지만 불과 수년전까지 미국 메이저리그를 호령했던 류현진의 복귀는 한국 대표팀에 진정한 에이스의 복귀를 알리는 소식이 될 수 있다.

베이징 올림픽 신화의 주역이었던 당시 류현진. 사진=ⓒAFPBBNews = News1
류현진은 KBO리그 역대 최고액의 몸값을 경신, 8년 계약을 맺고 12년만에 친정팀 한화로 돌아왔다. 한화 이글스는 22일 “류현진과 8년 총액 170억원(옵트아웃 포함·세부 옵트아웃 내용 양측 합의 하에 비공개)에 계약했다”고 밝혔다. KBO리그 역대 최대 규모의 계약이다.

계약 하루만에 빠른 행보를 시작했다. 류현진은 23일 오전 8시 5분 출발하는 대한항공(KE755) 비행편으로 인천국제공항에서 출국해, 일본 오키나와에서 진행되고 있는 한화의 스프링캠프에 합류했다. 곧바로 선수단과 환한 표정으로 인사를 나눈 류현진은 지체 없이 전지훈련에 들어간 모습이다.

인천공항을 떠나면서 새로운 한화의 일원으로서, KBO리그에 복귀한 베테랑 투수로서 류현진은 ‘국가대표팀 발탁’이란 쉽지 않은 주제에도 일점의 망설임도 없이 수락 의사를 보였다.

국가대표팀 발탁에 대해 류현진은 “선수로서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뽑아주실지는 모르겠지만(웃음)”이라며 너스레를 떤 이후 이내 “다시 한번 대표팀에 가서 한국을 대표하는 선수로서 경기를 해 보고 싶다.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이라며 눈을 빛냈다.

사진(인천공항)=김영구 기자
자타공인 류현진은 지금의 야구 부흥을 이끈 국제대회 황금기의 주역이었다.

신인시절부터 KBO리그를 제패하며 곧바로 국제대회에서도 핵심적인 역할을 맡았다. 그도 그럴 것이 2006년 2차 1라운드 전체 2번으로 한화의 부름을 받은 이후 줄곧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에이스로 군림했다.

데뷔 시즌 다승(18승)과 평균자책점(2.23), 탈삼진(204) 부문에서 모두 1위에 올라 트리플크라운의 위업을 세우며 전무후무한 시즌을 만들었다. 당연히 최우수선수(MVP)와 신인왕, 투수 부문 골든글러브 모두 류현진의 몫이었다. 2012년까지 한국에서 7시즌을 뛰면서 190경기(1269이닝) 출전에 98승 52패 1세이브 1238탈삼진 평균자책점 2.80의 독보적인 성적을 올렸다.

그런 류현진을 국제대회 지도자들도 믿고 신뢰했다. 2006 도하 아시안게임을 통해 첫 성인 대표팀에 발탁됐다. 신인으로서 막중한 부담감에 놓였던 류현진은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큰 시련을 겪었다. 하지만 그 아픔은 길지 않았다.

베이징 올림픽 신화의 주역이었던 당시 류현진. 사진=ⓒAFPBBNews = News1
베이징 올림픽 신화의 주역이었던 당시 류현진이 타선의 핵심이었던 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과 기뻐하는 장면. 사진=ⓒAFPBBNews = News1
류현진은 2년 후인 2008 베이징 올림픽 대회선 캐나다와의 경기서 9이닝 무실점 완봉승, 결승전 쿠바를 상대로 8.1이닝 2실점 역투를 펼쳐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신화’를 이끌었다. 실제 캐나다전서 127구, 쿠바전서 129구를 던지는 등 류현진은 홀로 경기를 지배하며 국제대회 대표팀 최고 에이스의 위용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실제로 류현진이 캐나다와의 경기서 거둔 완봉승은 대한민국뿐만이 아니라 올림픽 역사에서도 가장 마지막 1-0 완봉승이다. 그만큼 박빙의 경기서 온 기력이 소진될 정도로 혼신의 투구를 펼쳤던 류현진은 결승전에서도 사실상 홀로 경기를 지배한 완투급(8.1이닝 2실점) 투구를 펼쳐 수많은 ‘베이징 키드’들을 만들었다.

당시 또 다른 좌완 에이스로 김광현(36, SSG)도 있었다. 이들 2명의 좌완투수와 함께 그 이전 세대의 국외파 베테랑 투수들 또한 맹활약 하면서 한국은 베이징 올림픽에서 가장 돋보인 투수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2009 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도 류현진은 5경기 2선발 7이닝 1승 1홀드 평균자책 2.57로 활약하며 대표팀의 준우승에 힘을 보탰다. 당시 베테랑들이 대거 국대 은퇴를 결정한 사정상 선발은 물론 불펜에서도 뛰면서 여러 궂은 역할을 도맡아야 했다.

2009WBC에 출전한 류현진. 사진=ⓒAFPBBNews = News1
류현진은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예선 1라운드에서 대만을 상대로 6이닝 1실점, 대만과의 리턴매치에서 4이닝 3실점을 기록하는 등 대회 금메달에 힘을 보탰다. 대표팀에서도 에이스였던만큼 2010시즌 부담이 컸지만 11월 진행된 대회서 금메달 일원으로 활약하며 2006도하 아시안게임 참사의 부담을 스스로 털어냈다.

하지만 그것이 류현진의 마지막 국가대표팀 경력이었다. 2012시즌을 끝으로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류현진은 여러 사정상 다시 태극마크를 달지 못했다. 2013 WBC 대회는 데뷔 첫해였던만큼 첫해 스프링캠프와 선발 경쟁 등을 이유로 차출되지 못했고, 한국은 1라운드 탈락이란 수모를 겪었다. 2017 WBC 대회 또한 앞선 2년간의 어깨 관절와순 부상 등의 여파로 참여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등도 세대교체를 시작한 가운데 류현진이 설 자리는 마땅치 않았다.

그리고 류현진이 자리를 비운 사이 한국은 국제대회에서 경쟁력을 서서히 일어갔다. 2023 WBC에선 3연속 1라운드 탈락이란 수모를 겪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2023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시작으로 2023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 준우승 등의 과정 속에 결과와 함께 젊은 선수들을 대거 발견하면서 새로운 세대를 잇고 있다.

사진(인천공항)=김영구 기자
오랜 기간의 공백 동안 류현진 또한 태극마크에 대한 갈증이 컸다. 실제 류현진은 앞서도 한 인터뷰를 통해 최전성기였던 빅리그에서 뛸 당시 국가대표로 뛰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운 마음을 드러내며 국대 은퇴를 선언한 김광현, 양의지(두산) 등을 설득해서 다시 함께 뛰고 싶은 바람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만큼 완전한 부활에 대한 자신감도 크다. 2번째 토미존 수술을 받고 아직 풀타임 시즌을 소화하지 못했지만, 올해 컨디션이 더 좋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개막전까지 선발 등판에 대해서도 자신감을 드러냈다. 류현진은 “투구수 적인 부분으로 봤을 때는 괜찮은 상황인 것 같다”면서 “이 맘때쯤 65구를 던진 건 생각보다 많이 던진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100%로 공을 던진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일본에 가서 던져 봐야 알 것 같다”고 전했다.

지난해 떨어졌던 구속 등이나 회복 상태에 대해서도 올해 좋은 활약을 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전했다. 류현진은 “(올해가 지난해보다) 아무래도 조금 더 편한 것 같다. 토미존 수술을 하고 나면 2년차, 3년차 때가 팔을 가장 편하게 해주는 시기다. 그래서 여태까지 준비 해왔던 기간 동안 편하게 준비를 했다”며 현재 부상이나 통증 없이 편하게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있다고 전했다.

한화의 아기독수리 문동주. 사진=김영구 기자
또한 관심이 쏠리는 것은 류현진의 공백 기간 동안 150km 후반대 광속구를 뿌리며 새로운 차기 국대에이스로 거듭난 소속팀 후배 문동주(20)와의 케미다.

류현진은 “나보다 빠른 공을 던진다. 그 부분에 대해서 조언해줄 부분은 전혀 없는 것 같다”고 활짝 웃은 이후 “경기적인 부분일 것 같다. 워낙 갖고 있는 것이 많은 선수기 때문에 그런 부분 외엔 조언해줄 부분은 없을 것 같다”며 조심스럽게 자신의 경기 노하우를 전수해주겠단 뜻을 전했다.

류현진의 말대로 문동주가 더 자신의 잠재력을 꽃피워 성장한다면, 두 사람이 나란히 다음 국제대회에 나서는 것도 더는 꿈은 아니게 된다. 한국 야구 대표팀의 바로 다음 국제무대는 올 시즌 종료 후 11월 열리는 제3회 WBSC 프리미어12다.

김원익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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