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동안 가을야구 한 번’ 보살팬 고통은 끝, 류현진·노시환·문동주의 한화 시대 시작 [SS포커스]

윤세호 2024. 2. 23.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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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9월 20일 한화 이글스의 홈팬이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진행된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에서 3-16로 뒤진 8회 부처의 탈을 착용하고 열띤 응원을 펼치고 있다. dica@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 윤세호 기자] 강한 프런트가 강한 팀을 만든다. 즉 뚜렷한 방향성을 갖고 명확하게 플랜을 세운 팀이 상위권에 자리한다. 팀이 바닥에 있더라고 인내심을 갖고 우직하게 걸어가면 새로운 시대를 열 수 있다.

앞으로 한화가 그렇다. 신인 드래프트 조기 지명 종료, 미흡한 육성 시스템과 불명확한 중장기 플랜으로 21세기 최약체 불명예를 안았으나 암흑기 종착역이 보인다. 지난해 최하위 탈출을 이뤘고 올해는 당당히 포스트시즌을 바라본다. 작년까지는 막강한 유망주 뎁스로 언젠가는 도약할 팀으로 꼽혔다. 올해는 류현진 복귀와 함께 당장 올라설 수 있는 팀이 됐다.

프런트가 희망을 품고 기민하게 움직인 결과다. 한화 손혁 단장은 지난 22일 류현진과 8년 170억원 초대형 계약을 마친 후 철저한 계획을 통해 류현진 복귀를 성사시켰음을 전했다.

그는 “8월에 토론토에서 현진이를 만났을 때 느낌이 왔다. 현진이가 얘기하는 느낌이 어쩌면 2024년에 잘 풀리면 가능하지 않을까 싶었다”며 “현진이와 10년 넘게 가깝게 알고 지내고 있다. 상황에 따라 농담도 하고 진지하게 접근도 하면서 계약하는 시점을 봤다. 다행히 이렇게 잘 됐다”고 밝혔다.

한화 박찬혁 대표이사(왼쪽)와 류현진이 계약을 마친 후 포즈를 취했다. 사진 | 한화 이글스


보통의 영입 과정과는 180도 달랐다. 손 단장이 밝힌 대로 2023년 8월부터 류현진의 복귀를 계획했다. 2023시즌이 종료된 후에는 수시로 류현진과 만나고 통화하면서 적절한 계약 시점을 찾았다.

행운도 따랐다. 이례적으로 메이저리그(ML) FA 시장이 느리게 흘러갔다. 류현진 외에 블레이크 스넬, 조던 몽고메리 등 특급 선발 투수가 시장에 남아있었다. 한화에는 호재로 작용했다. 손 단장은 설연휴가 끝나는 시점에서 류현진과 사실상 복귀에 합의했다.

이후 치밀하게 계약 조건을 설계했다. 류현진에게 170억원 최고 대우를 하는 것은 이미 결정된 부분이었다. 그런데 샐러리캡도 고려해야 한다. 류현진을 영입해 샐러리캡 기준선 초과에 따른 페널티를 부담하고 향후 전력 보강의 문이 닫히면 결국 지난 실수를 되풀이하게 된다.

과거 한화는 정근우와 이용규 국가대표 테이블세터를 FA로 영입했다. 이후에도 FA 시장에서 꾸준히 투수를 긁어모았다. 그래서 얻은 결과는 2018년 단 한 번의 포스트시즌 진출이었다. 한화가 바라볼 지점은 1, 2년 반짝 호성적을 내는 게 아닌 지속적인 강팀으로 포스트시즌 단골 손님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계약을 완성하는 데에 시간이 걸렸다. 손 단장은 “현진이와 샐러리캡에 대한 논의도 당연히 있었다. 현진이가 이 부분을 잘 이해하고 잘 받아줬다. 올해 우리 팀은 샐러리캡 기준선을 오버할 일이 없다”고 밝혔다. 170억원은 KBO리그 역대 최고 금액이지만 계약 기간이 8년에 달한다. 연평균으로는 21억2500만원. 실제로 올해 류현진의 연봉 또한 연평균 금액과 비슷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 이글스와 계약하며 12년만에 KBO리그로 돌아오는 류현진이 23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서 한화 2차 캠프 합류를 위해 일본으로 출국하기 전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인천 | 연합뉴스


한화는 2023년 상위 40인 팀연봉 85억3100만원을 기록했다. 샐러리캡 기준선인 114억2638만원에 28억9538만원 여유가 있다. 류현진 계약에 앞서 안치홍과 최대 6년 72억원 FA 계약을 맺었다. 안치홍과 류현진 두 핵심 선수를 영입했는데 둘의 올해 수령액을 합쳐도 샐러리캡 기준선을 넘기지 않는다는 게 손 단장의 설명이다.

한화 이글스 손혁 단장이 23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서 류현진의 인터뷰를 밝은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다. 인천 | 연합뉴스


손 단장은 2025시즌 후 포스팅 자격을 얻을 수 있는 노시환에 대한 플랜도 세우고 있음을 전했다. 그는 “노시환과도 논의하는 부분이 있다”며 핵심 타자가 꾸준히 오렌지 유니폼을 입을 수 있음을 암시했다. 구단이 해외 진출을 막기는 어렵지만 상황에 따라 노시환과 장기 계약을 체결하되 해외 진출만 예외로 둘 수 있다.

한화 노시환이 2일 잠실 LG전 6회초 투런포로 시즌 30홈런을 기록한 후 더그아웃에서 환호하고 있다. 사진 | 한화 이글스


재료는 다 갖췄다. 다른 팀이 보는 시선도 확 달라졌다. 디펜딩 챔피언 LG 염경엽 감독은 “류현진은 10승 이상을 가져올 수 있는 카드다. KBO리그는 수준급 투수 한 명이 있나 없나에 따른 차이가 정말 크다. 4선발까지만 놓고 보면 한화가 톱2 안에 든다. 우리보다도 좋을 것”이라고 한화의 도약을 예상했다.

이어 그는 “문동주와 노시환 모두 앞으로 계속 상승할 일만 남은 선수다. 개인적인 예상으로 문동주는 올해 13승 이상을 할 것으로 본다. 노시환은 작년 시즌을 치르며 자신의 것을 완전히 확립했다. 작년 활약이 우연히 이뤄진 게 아닌 시작점이라고 본다. 자신이 어떤 유형의 타자이고 어떤 스윙을 해야 하는지 정확하게 인지한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가장 큰 자신은 류현진을 통한 젊은 투수들의 발전이다. 염 감독은 “한화가 10구단 중 유망주 투수는 최고다. 유망주 뎁스 최고인 팀에 류현진이 갔다. 류현진이 미치는 영향력이 정말 엄청날 것”이라며 “선수는 선수를 보고 성장한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투수 류현진이 한화에 엄청난 플러스 알파를 가져올 게 분명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022년 3월1일 신인이었던 문동주가 서산에서 류현진이 바라보는 가운데 불펜 피칭을 하고 있다. 사진 | 한화 이글스


문동주, 김서현, 황준서 등 특급 유망주 성장으로 한화가 올시즌은 물론 앞으로도 거대한 파도를 일으킨다는 얘기다.

첫 단추는 마지막이 될 한화 생명 이글스파크에서 가을 야구다. 손 단장은 “KBO리그 강팀으로 거듭나는 게 목표다. 이를 위해선 올해 포스트시즌에 진출해야 한다. 꾸준한 강팀이 되도록 앞으로도 다양한 계획을 세울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2024시즌 6년 만에 가을야구 무대에 복귀하고 2025년에는 신구장에서 꾸준히 포스트시즌 경기를 치른다. 이러한 과정에서 정상 등극도 자연스럽게 다가올 것이다. 2008년부터 2023년까지 891승 1278패 41무 승률 0.411. 고통받았던 한화 보살팬에게 신세계가 열리고 있다. bng7@sportsseoul.com

한화 8번타자 윌리엄스가 25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3 프로야구 키움히어로즈와 한화이글스의 경기 4회초 2사 1,2루에서 1타점 적시타를 터트리고 있다. 환호하는 3루 한화팬들. 고척 | 강영조기자 kanj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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