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의 아침] “강제 동원 다룬 연극 봉선화 Ⅲ…일본인의 양심으로 전쟁 범죄 고발”

윤주성 2024. 2. 23.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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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광주]

■ 프로그램명 : [출발! 무등의 아침]
■ 방송시간 : 08:30~09:00 KBS광주 1R FM 90.5 MHZ
■ 진행 : 윤주성 앵커
■ 전화연결 : 이국언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이사장
■ 구성 : 정유라 작가
■ 기술 : 정상문 감독

▶유튜브 영상 바로가기 주소 https://www.youtube.com/watch?v=cXbi8KL73fs

◇ 윤주성 앵커(이하 윤주성): 일제 강제 동원 피해를 조명한 연극 봉선화 공연이 내일 광주에서 열릴 예정입니다. 가해국인 “일본인들이 직접 기획하고 공연한다”고 해서 그 의미가 더 클 것 같은데요. 광주 공연 추진을 위해 노력한 분이지요. 이국언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이사장 연결해서 자세한 이야기 들어보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 이국언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이사장 (이하 이국언): 안녕하십니까?

◇ 윤주성: “근로정신대 피해 실상을 다룬 연극 봉선화가 내일 공연된다”고 하는데요. 먼저 어떤 연극인지 설명해주시겠습니까?

◆ 이국언: 일제 식민지 시절에 우리가 원치 않게 일본에 강제 동원돼서 무수한 인권 유린 피해를 입었지 않습니까? 그런데 이번 연극은 1944년경에 미쓰비시 중공업 나고야 항공기 제작소로 동원되었던 우리 지역 근로정신대 피해 할머니들은 강제 노동 또 인권 유린 실태 그리고 이후에 여러 고난을 무릅쓰고 명예 회복 투쟁에 나선 이런 과정 사실을 기초로 해서 연극으로 표현한 내용입니다.

◇ 윤주성: “연극을 준비한 일본 나고야 미쓰비시 조선 여자 근로정신대 소송 지원회라는 단체가 있다”는데요. 어떤 단체인지 소개해주시겠습니까?

◆ 이국언: 사실 “우리 지역 피해 할머니들이 머나먼 일본까지 가서 일본 정부나 미쓰비시를 상대로 해서 소송을 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지요. 누군가 도와주는 손길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데 바로 피해 할머니들을 지원했던 단체입니다. 일본의 소금과 같은 양심적인 시민들인데 이런 일을 해온 지가 벌써 38년째입니다. 그리고 사실 일본에서의 소송은 지금으로부터 16년 전인 2008년도에 여러 노력을 했습니다만 결국 최종 패소했는데 이미 16년 전에 일본에서 끝난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가해국, 시민으로서 자신들의 책임이라고 생각하고 여러 활동을 도모해 오고 있습니다.

◇ 윤주성: 그러면 이 연극 공연도 그런 활동의 하나로 보면 되나요?

◆ 이국언: 네. 그렇습니다. 피해자들이 돌아가시기 전에 억울한 한을 풀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자신들의 마지막 사명이라고. 그런데 “일본인들이 할 수 있는 역할들이 여러모로 쉽지 않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주어진 책임을 다하겠다”, 이번 연극도 그런 취지에서 시작된 것입니다.

◇ 윤주성: 23명의 배우 가운데 한 분만 한국 국적이고 나머지 배우들은 전부 일본인이라고 하는데요. 직접 대본을 쓰고 공연을 하면서 에피소드도 많았을 것 같은데 혹시 들으신 것이 있습니까?

◆ 이국언: 우선 이번에 출연하는 배우들이 전문적으로 연극을 업으로 하시는 분들이 아니라 10대 중학생부터 고등학교, 대학생 또는 현직 직장인 또는 직장에서 퇴임하고 60대에 이르신 분들. 그야말로 각각 바쁜 생활에도 불구하고 순수한 시민이 만든 것이 의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사진 출처: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그러다 보니까 바쁜 시간을 서로 쪼개서 연습 시간을 가져야 되는데 매우 어려운 과정을 겪으며 했던 것 같고요. 이번에 양금덕 할머니 역할을 맡으신 분 같은 경우에는 일본의 소송 지원 단체 대표님과 같은 일을 하던 과정에 이 소식을 듣고 “본인은 대학 때부터 아마추어 단원으로서 연극인으로서 생활해 오신 분이 있는데 그러면 내가 양금덕 할머니를 하고 싶다”고 하면서 자청한 경우도 있고. 이번 “배우들 중에는 아버지와 딸 부녀간도 출연한다”고 합니다.

◇ 윤주성: 일본 사람들이 이런 공연을 기획하고 직접 무대에 올리기가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이 공연을 기획한 이유 있을까요?

◆ 이국언: 일본에서 할머니들의 소송이 한창 진행되고 있던 시기인데 일본인들이 아무래도 자신들이 저지른 과거를 정면으로 응시하려고 하지 않겠지요. 그래서 “무엇보다도 일본 정부나 일본 시민들의 인식을 개선하는 이 과정을 가지지 않고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을 했고 그래서 “이 연극을 통해서나마 일본인들이 저질렀던 그 실상을 바로 알 수 있도록 하는 차원에서 이 연극을 기획했다”고 합니다.

◇ 윤주성: 이 “연극 봉선화에서 이 부분만은 놓치지 않아야 한다, 꼭 봐야 한다”는 대목이 있다면 어떤 부분이 있습니까?

◆ 이국언: 2018년에 우리가 어렵게 대법원 승소 판결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가 한국 대법원 판결이 마치 국제법을 위반한 것처럼 이렇게 왜곡된 주장을 하고 있지요. 그런데 “이번 연극에서 일본인들이 일본 정부의 그 주장이 얼마만큼 사리에 맞지 않는 이야기인지를 정면으로 조목조목 반박하는 내용을 한번 보실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 윤주성: 이번이 세 번째 공연이라고 하는데요. 지난 2003년 나고야에서 첫 번째 공연이 있었고 그로부터 20여 년이 지난 2022년 9월에도 나고야에서 두 번째 공연이 열렸습니다. 당시 일본인들의 반응은 어땠습니까?

◆ 이국언: 2022년에 세 차례 공연이 있었는데 이 공연 자체가 사실은 자신들의 나라 일본 정부 과거 전쟁 책임이라든지 인권 유린의 실태, 어떻게 보면 일본인으로서는 드러내 보이고 싶지 않은 부끄러운 과거임에도 불구하고 일본 시민들 약 900여 명이 이 연극을 관람했고 “많은 사람들이 사실 정부로부터는 그 어떠한 설명도 듣지 못했는데 이러한 일이 있었는지조차 알고 있지 못했고, 또 학교에서 배우지 못했다”고 하면서 잔잔한 반향을 불러모은 것 같습니다.

◇ 윤주성: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공연을 추진하기까지 어려움도 있었을 것 같은데요. 어떻습니까?

◆ 이국언: 이번에 방문하신 분들이 순수한 자비를 들여서, 그러니까 오가는 항공료, 연습했던 여러 가지 경비들, 무대 제작비 이런 것들까지 모두 본인들 부담으로 하고 있거든요. 그런데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자신들이 원해서 그것을 한다고 하더라도 광주 입장으로서 보면 손님이 오시는데 이것을 어떻게 맞아야 될지 사실은 여간 적지 않은 고민과 번민이 있었습니다.

이미지 출처: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그런데 “이 연극의 취지를 광주문화재단에서 이해를 하고 뜻 있는 공연이니까 십시일반 하자” 해서 부족하나마 공연단이 2박 3일 머무르는 기간 체류비와 홍보비 지원을 하게 돼서 조금의 고통 분담을 하기는 했습니다만, 이분들이 적지 않은 비용, 이번에 오시는 분들이 47명이신데 쉽지 않은 일로 다시 한번 느껴집니다.

◇ 윤주성: 연극 공연은 한 차례만 있는 것인가요?

◆ 이국언: 네. 그렇습니다. 한 차례만 있고 대한민국에서 유일하게 광주에서만 무대에 오릅니다.

◇ 윤주성: “소송 원고들도 공연장을 찾는다”고 하는데 소개해주시겠어요?

◆ 이국언: 2022년 작년 12월에 어렵게 대법원에서 승소 판결한 원고, 유족으로 소송을 참여하셨던 이경자 할머니, 오철석 할아버지. 그리고 지금 병원에 계십니다만 양금덕 할머니를 대신해서 그 가족, 그리고 1월에 미쓰비시 바로 근로정신대로 동원되셨던 광주지방법원에서 승소하셨습니다만 정신영 할머니가 이날 연극을 직접 관람할 예정입니다.

◇ 윤주성: 일제 강제 동원 피해 책임을 묻기 위한 피해자들의 소송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현재 상황은 어떤지도 궁금해요.

◆ 이국언: 그동안 광주에서 저희 단체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광주전남지부와 함께 일본 전범 기업을 상대로 해서 총 18건의 소송을 제기했는데 3건은 대법원에서 승소를 했고요. 지금 15건이 광주지방법원과 고등법원에서 소송이 진행 중인데 일본 정부나 해당 피고 기업이 이것을 지연시키려고 한 작업 때문에 4~5년이 지남에도 불구하고 재판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 윤주성: 이런 가운데 지난 20일에는 일본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승소한 일제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이 공탁한 돈을 배상금으로 수령했다”고 하던데요. 일본 기업의 배상금을 강제징용 피해자가 받은 첫 번째 사례인 것이지요?

◆ 이국언: 그렇습니다. 이것이 하나의 물꼬가 트인 것이다. 그 기업이 자발적으로 좋아서 한 것은 아니었지만 “어쨌거나 일본 기업으로부터 돈을 받는 사례가 생겼다”고 하는 점에 의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 윤주성: 일본 정부는 이에 대해서 윤덕민 주일 한국대사를 초치해서 항의했다고 하는데요. 이런 초치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을 하십니까?

◆ 이국언: 일본 정부가 매우 곤궁한 입장에 놓이게 됐습니다. “단 1원도 일본 기업에 손실이 가는 일을 용납할 수 없다”고 했는데 지금 6,000만 원을 물어내게 되는 상황이 결국 됐지요. 일본 국민들에게 뭔가 한국 정부에 대해서 항의하는 모습을 비춰주지 않으면 안 될 이런 처지에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 차원의 것이라고는 하지만 “한국 사법부 결정에 따라서 정당한 집행을 하는 것인데 그것에 대해서 한국 대사를 부르는 것은 어떻게 보면 한국 사법주권을 무시한 짓이다”, 이렇게 보입니다.

◇ 윤주성: 내년 2월 연극 봉선화를 도쿄 무대에 올리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던데 앞으로 계획은 어떻게 됩니까?

◆ 이국언: 이번 광주 공연에 이어서 내년 2월에 일본 사회의 어떤 식으로든지 분위기를 바꿔내지 않으면 이 문제 풀어내는 것이 쉽지 않고, 그렇기 때문에 “반드시 도쿄에서 일본 정부의 과거 잘못을 드러내는 이 연극을 무대에 올리겠다”고 하는 것인데 우리는 어제 다케시마의 날이라고 해서 독도를 억지로 자기 나라 땅인 것처럼 그렇게 행사를 하기는 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인의 양심으로 자신들의 부끄러운 과거를 고발하고 드러내려고 하는 이분들의 활동을 통해서 어쩌면 또 다른 잔잔한 울림과 감동이 되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합니다.

◇ 윤주성: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윤주성 기자 (yjs@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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