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줄 수 없고 어디에서도 받을 수 없는, 비비의 ‘밤양갱’ [윤지혜의 대중탐구영역]

윤지혜 칼럼 2024. 2. 23.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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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봄노래가 등장했다.

누구도 줄 수 없고 어디에서도 받을 수 없는, 본인이 본인만을 위해 직접 만든 밤양갱으로 한입 베어 문 얼굴엔 그제야 묘한 흡족감이 차오른다.

이 보편적인 사랑의 서사가 밤양갱이란 특별한 소재와 함께 비비 고유의 목소리와 시선에 담겨 왈츠의 선율로 귀에 들려오니, 누구든 듣자마자 매혹될 수밖에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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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새로운 봄노래가 등장했다. 지난 13일 공개된 비비(BIBI)의 ‘밤양갱’. 제목부터 입에 달디단 맛의 기억으로 침이 가득 고이게 만드는 이 곡은, 제목으로 보나 사랑스러운 왈츠풍의 템포로 보나 달달한 사랑 노래여야 하지만 실은 달달하여 더욱 씁쓸한 이별 노래다.

이별, 사랑의 끝을 의미하는 바람에 얼핏 사랑의 반대말처럼 여겨지지만, 방향이 다를 뿐 이별과 사랑은 똑 닮아 있다. 사랑하는 마음으로 연인이 되어 한참 사랑을 나누다, 이 사랑의 마음이 점차 사그라들며 이별을 맞이하게 되니, 그 시작점은 모두 사랑이라 할 수 있으니까.

“달디달고 달디달고 달디단 밤양갱 밤양갱”
흥미롭게도 비비의 ‘밤양갱’은 이 ‘사랑’을 밤양갱이란 아주 직관적인 소재로 치환하여 표현한다. 서로를 반쪽이라 여기며 사랑을 시작한 어느 연인이, 어느 새부터인가 잦아진 다툼에 이제 헤어짐을 목전에 두고 있다. 한쪽은 다른 한쪽에게 말한다. “너는 바라는 게 너무나 많아.”

이에 다른 한쪽은 할 말이 너무 많지만, 꾹 참고 미안하단 말로 이별을 받아들인다. 그러고 나서 하지 못한 말을 되뇌는데, “내가 늘 바란 건 하나야, 한 개뿐이야, 달디단 밤양갱.” 즉, 자신이 진정으로 바란 건 달디단 밤양갱, 항상 자신만 바라봐 달라는 게 아니라 그저 사랑의 마음, 연인만이 건네줄 수 있는 달디단 사랑, 이 하나뿐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다른 한쪽은 이런 마음을 알지 못한 채 바라는 게 너무나 많은, 그저 이기적인 존재로만 규정하고. 이 비난을 받으면서 깨닫는다. 예전에는 그토록 쉬웠던, 아니 자연스러웠던 게 이제는 되지 않는다는 것. 상대방은 더 이상 자신에게 달디단 밤양갱을 주지 못하는 상태가 되었음을, 사랑이 끝났음을 인정하며 별다른 말 없이 미안하단 말로 이별을 받아들이고 만다.


아마도 밤양갱의 맛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터. 대부분이 이 명칭을 듣자마자 기분 좋은, 어떤 힘이 차오르는 듯한 달달한 맛을 떠올릴 것이다. ‘사랑’이 그러하지 않나. 작고 말랑거리며 한입 베어 물면 입안으로 스며들어오는 달콤한 맛, 그러나 어느새 줄어들고 마는, 소모될 수밖에 없는 감정으로 매 순간 수급이 필요하다. ‘달디달고 달디달고 달디단 밤양갱’을 끊임없이 중얼거리는 것은 결국 상대방의 사랑이 필요하단 간절한 고백인 것.

어쩌면 그저 사랑의 달콤쌉사름한 결말로 마무리되었을 ‘밤양갱’은 뮤직비디오에서, 지극히 ‘비비’다운, ‘비비’스러운 결말을 보여준다. 만남을 마무리하고 집에 돌아온 남은 한쪽은 그날 밤 꿈속에서 마녀로 보이는 존재를 만나 함께 밤양갱을 만든다. 떠난 연인에게 그토록 받기 원했던 그 밤양갱과는 다른 것이다. 누구도 줄 수 없고 어디에서도 받을 수 없는, 본인이 본인만을 위해 직접 만든 밤양갱으로 한입 베어 문 얼굴엔 그제야 묘한 흡족감이 차오른다.

이 보편적인 사랑의 서사가 밤양갱이란 특별한 소재와 함께 비비 고유의 목소리와 시선에 담겨 왈츠의 선율로 귀에 들려오니, 누구든 듣자마자 매혹될 수밖에 없겠다. 실력파 아티스트 장기하가 작사와 작곡, 편곡을 맡고 비비가 이를 자신만의 목소리로 완벽히 소화하며 탄생한 곡이니 당연한 결과일 수도. 간만에 봄을 맞이하는 노래에 있어 초유의 강자가 등장했다고들 한다. 이에 별다른 이견 없이 동의할 수밖에 없는 게, 여타의 경쟁곡들에 유감스럽게도, ‘밤양갱’은 그럴 만한 모든 조건을 갖추고 말았다.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니스트 news@tvdaily.co.kr, 사진 = 비비 개인SNS, ‘밤양갱‘ 뮤직비디오]

밤양갱 | 비비 | 장기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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