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묘’ 장재현 감독 “우리나라 땅의 상처 ‘파묘’하고 싶었다”
“화끈하고 개운한 영화 만들고 싶었다”
“‘베테랑’ 김고은, 세계적인 배우 될 것”
[헤럴드경제=이현정 기자]“배우들한테 고마워요. 쟁쟁한 배우들이어서 이런 덕을 많이 보는 것 같아요.”
영화 ‘파묘’로 돌아온 장재현 감독은 최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뜨거운 사전 예매율을 기록한 소감을 이같이 밝혔다.
22일 개봉한 ‘파묘’는 거액의 돈을 받고 수상한 묘를 이장한 풍수사와 장의사, 무속인들에게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을 담은 오컬트 미스터리물이다. 영화 ‘사바하’와 ‘검은 사제들’로 독보적인 오컬트 장르를 구축한 장 감독의 세 번째 작품이다.
‘파묘’의 사전 예매량은 올해 개봉 영화 가운데 최고 기록을 세우며 개봉 전부터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영화는 최근 열린 제74회 베를린국제영화제의 포럼 섹션에 공식 초청되기도 했다.
전작에서 기독교, 불교, 무속신앙을 엮었던 장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 풍수지리와 무속신앙을 결합했다. 그는 파묘를 영화의 소재로 삼기 위해 실제 이장 현장에 15차례 따라다니고 관련 전문가들로부터 많은 자문을 받는 등 오랜 시간 연구했다. 그러던 중 한 이장 현장에서 ‘땅의 트라우마’를 생각하게 되면서 영화의 큰 줄기를 잡게 됐다.
“어느 날 새벽에 연락 온 장의사를 따라서 급하게 이장 현장에 가게 됐는데, 관에 진짜 물이 들어가 있었어요. 장의사가 그 자리에서 관을 열고 토치로 화장을 하더라고요. 그날 파묘라는 것이 과거를 들추어서 뭔가를 꺼내 없앤다는 정서가 느껴졌어요. 우리나라 땅을 ‘사람’이라고 생각해보면 많은 상처가 있는 피해자잖아요. 그걸 파묘해야겠다 생각했죠.”
‘사바하’와 ‘검은 사제들’가 각각 슬픔과 희망을 던진 영화라면 이번 영화는 개운함에 중점을 뒀다고 그는 설명했다. 실제로 ‘파묘’는 기이한 일에 대한 원인을 찾아내며 속시원하게 해결하는 과정을 그린다.
“원래는 음흉한 공포 영화로 만들려고 했어요. 그런데 코로나 팬데믹으로 극장의 관객들이 다 우울하게 나오는 모습을 보고선 ‘화끈하게 가야겠다, 개운하게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죠. 그래서 플롯과 주인공들을 다 바꿨어요.”
장 감독은 전작과 달리 이번 영화에선 기운 자체를 전달하는데 중점을 뒀다. 관객들이 영화를 감상하면서 전체적인 기운을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이를 위해 그는 콘티 작업을 거치지 않고 촬영을 진행한 뒤 의도적으로 ‘투박한 이어 붙이기’를 시도했다.
“어떻게 기운을 찍을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촬영을 엄청 많이 한 다음 투박하더라도 이를 이어 붙여서 에너지를 만들기로 했죠. 영화 ‘황해’나 ‘아수라’와 같은 느낌처럼 말이죠. 그랬더니 현장에서 아주 죽겠더라고요. 느낌에 의존해서 편집하니 그날 그날 편집도 달라졌어요. (이 방법은) 힘들어서 다신 하지 않으려고요.”
영화의 기운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무속인 화림(김고은 분)의 굿 장면은 빼놓을 없는 장면이다. 김고은은 빠른 속도의 북소리와 경문 외는 소리 속에서 실제 무속인을 능가하는 에너지와 신들린 듯한 칼춤으로 관객들을 압도한다. 그러나 정작 정 감독은 김고은의 빼어난 연기 실력은 굿 장면 뿐만 아니라 후반부에서도 잘 드러난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고은 배우의 진가는 후반부에 나와요. 굿 퍼포먼스도 강렬하지만, 후반부에서 정령을 마주할 때 두려움 속에서도 자신의 중심을 지키며 일본어로 감정을 전달하는 것은 정말 베테랑 밖에 못해요. 그 장면을 보면서 고은 씨는 진짜 세계적인 배우가 되겠구나 생각했어요.”
그의 작품들이 주로 무속신앙이나 종교 등을 다루는 배경에는 그가 살아온 삶의 방향성과도 맞닿아있다.
“어릴 때 사랑, 의리, 정과 같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얘기하는 곳은 교회 밖에 없었어요. 그런데 사회로 나간 순간부터 ‘네가 얼마나 쓸모 있느냐’만 따지더라고요.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얘기하는 것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거기에 대한 반발심이 생겼어요.”
장 감독은 이번 영화에서 전작에선 보지 못한 도전을 감행한다. 단순한 공포 장르나 귀신 영화를 뛰어넘는 과감한 도전이다. 그는 이를 두고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면서도 영화를 만드는 의미를 생각한 시도라고 강조했다.
“깔끔한 유령 영화를 만들 수 있지만, 한 발자국 더 나아가야 영화를 만드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제가 주변에서 들으면 가장 기분 좋은 말이 발전했다는 말이에요. 원래 했던 걸로 계속 돈을 버는 것보다 계속 발전하고 싶은 것이 제 사명입니다.”
re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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