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트로트 오디션은 '미성년자의 각축장'이 됐나?
아이즈 ize 윤준호(칼럼니스트)
MBN 트로트 서바이벌 '현역가왕'은 전유진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그리고 TV조선 '미스트롯3'는 22일 방송에서 톱10으로 우승 후보를 추렸다. 2019년 '미스트롯'이 송가인을 우승자로 배출하며 불을 댕긴 트로트 열풍은 5년차에 접어들며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두 프로그램 모두 15∼17%의 시청률로 그 인기가 식지 않았음을 증명하고 있다.
그 이유는 뭘까? 트로트라는 장르는 달라질 수 없다. 그들이 경연에서 부르는 노래들도 이제 새롭지 않다. 누구나 알 법한 히트곡은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결국 그 차이는 '트로트 가수'에서 나온다. 메신저가 달라지면 그들이 보여주는 메시지 역시 달라지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특징은, 활약을 보이는 참가자들의 연령이 크게 낮아졌다는 것이다. '현역가왕'의 전유진은 2006년생, 올해 18세 고등학생이다. 그리고 '미스트롯3' 역시 미성년자 우승자가 탄생할 것이란 예측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이는 단순히 '세대교체' 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현상이다. 왜 신진 트로트 가수들의 연령은 급격히 낮아지는 것일까?
트로트 오디션 초창기만 해도 어린 참가자들은 일종의 감초 역할을 했다. '미스트롯' 때는 미성년자 참가자를 찾아볼 수 없었고, '미스터트롯'에 홍잠언, 정동원 등이 참여해 발군의 실력으로 눈길을 끌었다. 게다가 2007년생인 정동원은 초등학생 시절 참가한 이 오디션에서 당당히 5위 자리를 꿰찼다. 어릴 적 할아버지 손에 자란 정동원의 구슬픈 노랫가락이 대중의 심금을 울렸다.
정동원의 성공 이후 미성년자들의 출사표는 잦아졌다. '미스트롯2' 때는 2009년생 김다현, 2012년생 김태연 등이 두각을 보였다. 또 다른 출연자였던 임서원은 탈락 후 최근 한 걸그룹 오디션에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김다현과 김태연은 이 경연에서 3, 4위를 나눠가졌다. 더 어린 나이에 MBN '보이스트롯'에 참가해 2위에 올랐던 김다현은 한층 물오른 실력으로 주목받았다.
이 분위기는 '미스터트롯2'로 이어졌다. '리틀 싸이'로 잘 알려진 황민우의 동생 황민호가 그 주역이었다. 2013년생으로 출전 당시 나이 10세에 불과했던 황민호는 작은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성량을 바탕으로 승승장구했다. 그가 탈락했을 때는 팬덤의 아우성이 빗발쳤다. 비록 톱7에는 들지 못했지만 황민호는 이후 다양한 프로그램의 게스트로 참여하며 트로트 가수로서 꿈을 이어가고 있다.
그리고 '미스트롯3'와 '현역가왕'으로 넘어오면서 미성년자 참가자들은 이제 '주류'가 됐다. 전유진과 김다현은 일찌감치 '현역가왕'의 우승 후보로 이름이 오르내렸다. '미스트롯2'에 나란히 출연했던 두 사람의 라이벌 구도가 '현역가왕'의 주요 관전포인트였다. '미스트롯2'에서는 중도 탈락했던 전유진은 기복없는 무대로 기존 팬덤 외에 새로운 팬층을 확보했고, 이미 앞선 오디션에서 각각 2위, 3위를 기록했던 김다현 역시 우승을 목표로 정진했으며, 든든한 팬덤이 뒤에서 버텼다. 그 결과 전유진과 김다현은 각각 1위, 3위를 차지했다.
'미스트롯3'에는 더 많은 '젊은 피'가 있었다. 방송 초반부터 두각을 드러낸 오유진은 2009년생, 올해 15세다. 앞서 출전했던 '트로트의 민족'보다 일취월장한 실력을 보인 오유진을 향해 심사위원으로 나선 장윤정은 "이젠 프로 가수의 느낌이 난다. 본인이 무엇을 해야 잘하는지 알고 있다"고 칭찬했다.
'미스트롯3'에서 가장 주목받는 미성년자는 빈예서다. 2012년생으로 지난해 출전 당시 11세였고, 올해 고작 12세다. 빈예서는 첫 무대에서 키워주신 할머니를 향한 사랑을 담아 이미자의 '모정'을 선곡했고, 김연우는 "감정을 넣었다 뺐다 갖고 노는 괴물이다. 천재가 여기 있었다"라고 평가했다. 이런 실력과 사연을 바탕으로 빈예서는 대국민 응원 투표에서 압도적 1위를 기록 중이다.
또한 후반부로 갈수록 힘을 발휘하고 있는 정서주는 2008년생이고, 2004년생인 김소연도 올해 갓 스무 살이 됐다. 이처럼 '미스트롯3' 톱10에 올라온 이들 중 절반 가까이가 아직 '어른'이라 부를 수 없는 '젊은 트로트'의 대표주자들이다. 이외에도 이미 탈락한 고아인, 진혜언, 노규리 등도 모두 '무서운 10대'였다.
트로트 오디션이 봇물처럼 쏟아지던 지난 5년간, 각 제작진은 "노래 좀 한다"는 트로트 가수들을 저인망식으로 끌어다 썼다. 더 데려올 새 얼굴이 없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미 충분한 인기를 얻고 있는 트로트 가수를 제외하면, 한번 쯤은 트로트 오디션을 거쳤다는 의미다. 하지만 신선한 얼굴에 목마른 제작진은 '트로트 새싹'들로 눈을 돌렸다. 적극적으로 이들을 발굴하고 또 트레이닝시켜 오디션 프로그램에 걸맞은 성장담을 쌓아가고 있다.
트로트에 대한 인식이 개선된 것도 어린 트로트 꿈나무들이 무럭무럭 자라나게 된 이유다. 최근 몇 년간 아이돌 가수는 초등학생들의 장래희망 톱5 안에 수시로 자리잡았다. K-팝 시장이 팽창하면서 이를 직업삼으려는 이들이 늘었단 뜻이다.
이와 같은 맥락으로 트로트에 대한 인식도 달라졌다. 중장년 층의 전유물이라는 인식이 줄어들고, 젊고 어린 유망주들이 트로트를 부르기 시작했다. 트로트를 좋아하는 (조)부모의 지지를 받는 것도 한 몫했다. 이렇듯 새 얼굴을 찾으려는 제작진, 그리고 트로트에 관심을 보이는 어린 연습생들이 늘어가고 있는 상황이 맞물리며 트로트 오디션 시장은 역대 가장 어린 친구들의 각축장이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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