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美 현장서 본 김하성 인기 '상상초월', 첫 타석부터 터졌다!... 100% 출루 맹활약 '日 오타니와 맞대결은 불발' [피오리아 현장]
김하성은 23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오리아의 피오리아 스포츠 컴플렉스에서 펼쳐진 LA 다저스와 2024 메이저리그 시범경기 개막전에 5번 타자 겸 유격수로 선발 출장해 2타석 1타수 1안타 1볼넷으로 활약했다.
김하성은 2024시즌을 앞두고 자신의 주 포지션인 유격수로 돌아왔다. 샌디에이고를 이끄는 마이크 쉴트 감독은 지난 17일 스프링캠프 공식 훈련 첫날 깜짝 발표를 했다. 올 시즌 잰더 보가츠를 2루수로 보내는 대신, 김하성을 유격수로 기용하겠다고 공언한 것. 이에 이날 처음으로 유격수 김하성, 2루수 보가츠로 이어지는 키스톤 콤비를 활용했다.
그리고 김하성의 인기, 이 정도일줄은 몰랐다. 이날 경기가 열린 피오리아 스포츠 컴플렉스에는 많은 샌디에이고 유니폼을 입은 팬들이 몰려들었다. 특히 그 중에는 'KIM'이 적힌 7번 유니폼을 입고 있는 팬들이 경기장 안팎에서 상당히 많이 눈에 띄었다. 상상을 뛰어넘는 김하성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는 장면이었다. 그라운드 안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전광판을 통해 선수 소개를 하는 순간, 김하성의 이름이 호명되자 일부 샌디에이고 팬들은 '킴(KIM)!'을 크게 외쳤다. 또 비록 샌디에이고 홈 관중이 가득찬 펫코 파크만큼의 커다란 함성은 아닐지라도 김하성이 타석에 들어서는 순간, 몇몇 샌디에이고 팬들은 힘차게 '하성킴', '하성킴'을 연호했다. 이미 샌디에이고는 물론, 메이저리그에서 입지를 완전히 굳힌 슈퍼스타의 모습 그 자체였다. 이미 김하성은 2억 달러(한화 약 2658억원) 몸값 전망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보가츠는 그럴 만한 능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 2013년 보스턴 레드삭스 유니폼을 입고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보가츠는 2023시즌까지 11시즌 동안 빅리그 통산 1419경기에 출전해 타율 0.291, 175홈런, 741타점, 93도루, OPS(출루율+장타율) 0.812의 성적을 거뒀다. 4차례 올스타로 선정됐으며, 5차례 실버슬러거를 수상했다.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뛰었던 2013시즌과 2018시즌에는 두 차례 월드시리즈 우승도 경험했다. 이런 보가츠를 샌디에이고가 영입한 이유는 단 하나. 월드시리즈 우승이었다.
그런 보가츠를 밀어내고 김하성이 실력으로 당당하게 주전 유격수 자리를 차지한 것. 이 사실 자체만으로도 미국 야구계가 술렁였다. 사실 원래 보가츠가 샌디에이고로 오기 전까지는 김하성이 주전 유격수였다. 김하성은 이미 2022시즌 주전 유격수로 풀타임을 소화하며 자신의 입지를 굳히는 듯했다. 131경기를 유격수, 24경기를 3루수로 각각 나섰다. 시즌이 끝난 뒤에는 비록 아쉽게 수상이 불발되긴 했지만, 내셔널리그 골드글러브 유격수 부문 최종 후보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누구보다 확실하게 수비력을 인정받은 김하성이었다. 그런데 보가츠가 오면서 김하성은 자신의 주 포지션을 내줄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보가츠는 2023시즌 샌디에이고의 주전 유격수로 그라운드를 누볐다. 그러나 불과 1시즌 만에 다시 김하성이 유격수 자리를 차지했고, 이날 첫 시범경기부터 그대로 실현됐다.
이날 샌디에이고는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우익수)-잰더 보가츠(2루수)-제이크 크로넨워스(1루수)-루이스 캄푸사노(포수)-김하성(유격수)-잭슨 메릴(좌익수)-에구이 로사리오(3루수)-칼 미첼(지명타자)-호세 아조카르(중견수) 순으로 선발 타순을 꾸렸다. 선발 투수는 조 머스그로브.
반면 다저스는 무키 베츠(2루수)-크리스 테일러(유격수)-제임스 아웃맨(중견수) 테오스카 에르난데스(좌익수)-오스틴 반스(포수)-개빈 럭스(지명타자)-크리스 오윙스(3루수)-앤디 페이지스(우익수)-케빈 패들로(1루수) 순으로 선발 타순을 짰다. 선발 투수는 개빈 스톤.
오타니는 이날 경기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다저스의 스프링캠프가 차려진 애리조나의 캐멀백 렌치에 남아 개인 훈련을 소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19일 로버츠 감독은 "오타니가 23일 치르는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시범경기 개막전에 출전하지 않을 것"이라 말했다. 오타니는 올 시즌 투수로는 나서지 않은 채 오로지 타자에만 전념할 예정이다. 오타니는 지난해 8월 투구 도중 이상을 느낀 뒤 오른 척골 측부 인대가 찢어졌다는 진단 결과를 받았다. 그리고 9월에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은 뒤 재활에 전념했다.
오타니는 지난해 12월 LA 다저스와 전 세계 스포츠를 통틀어 총액 기준 최대 규모 계약인 10년 7억 달러(약 9329억원)의 초대형 잭팟 계약을 맺었다. 오타니는 스프링캠프에서도 간간이 배팅 훈련을 소화하며 홈런성 타구를 때려내고 있다.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오타니가 재활에 전념하면서 회복이 기대했던 것보다 빠르다. 다만 어느 시점에 경기에 나설지는 알 수 없다"고 이야기했다. 만약 오타니가 시범경기에 뛰지 못할 경우에는 한국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펼쳐지는 서울 시리즈에서 데뷔를 할 가능성이 있다.
1회말 샌디에이고는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가 헛스윙 삼진 아웃, 잰더 보가츠가 중견수 뜬공, 제이크 크로넨워스가 1루수 파울 플라이 아웃으로 각각 아웃됐다. 이어진 2회초. 샌디에이고는 세 번째 투수 제레미아 에스트라다를 마운드에 올렸다. 에스트라다는 아웃맨과 에르난데스, 반즈를 각각 헛스윙 삼진 처리하는 괴력투를 뽐냈다. 그리고 2회말. 1사 후 김하성이 타석에 들어섰다. 올해 시범경기 첫 타석. 김하성은 상대 투수 마이클 그로브를 상대로 초구를 공략해 좌익수 앞에 떨어지는 깨끗한 안타를 작렬시켰다. 그러나 잭슨 메릴이 1루 땅볼로 물러났고, 이 사이 김하성은 2루까지 갔다. 계속해서 로사리오가 볼넷을 골라내며 1루를 채웠으나, 미첼이 헛스윙 삼진으로 고개를 숙였다.
다저스의 3회초 공격. 이번에는 샌디에이고가 마운드에 마쓰이 유키를 올렸다. 마쓰이가 마운드에 오르자 피오리아 스타디움에 모인 많은 일본 팬들이 환호성을 내질렀다. 마쓰이 유키는 일본프로야구(NPB) 무대에서 9시즌 통산 236세이브를 올린 클로저다. 샌디에이고는 지난해 12월 마쓰이 유키와 계약기간 5년, 최대 3360만달러(약 440억원)의 계약을 체결했다. 마쓰이는 2013년 라쿠텐 골든이글스에 입단, 2023시즌까지 일본프로야구 통산 501경기에 출장해 25승 46패 236세이브, 평균자책점 2.40의 성적을 거뒀다. 2019시즌과 2022시즌에 이어 2023시즌까지 3차례 일본프로야구 세이브 1위에 이름을 올렸다.
마쓰이는 마운드에 오르자마자 침착하게 자신의 공을 전력으로 뿌렸다. 마쓰이는 다저스의 선두타자 럭스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이어 크리스 오윙스마저 헛스윙 삼진으로 솎아냈다. 여기가 끝이 아니었다. 다음 타자는 앤디 페이지. 마쓰이는 파울팁 삼진을 유도하며 위력투를 뽐냈다. 이닝 종료. 더그아웃으로 돌아가는 마쓰이를 향해 엄청난 환호성이 쏟아졌다.
샌디에이고는 3회말에도 삼자 범퇴로 물러나며 아쉬움을 삼켰다. 이어진 4회초. 다저스는 절호의 득점 기회를 놓쳤다. 선두타자 케빈 패들로가 좌익수 뜬공에 그친 뒤 무키 베츠가 볼넷으로 걸어나갔다. 테일러가 좌익수 직선타로 물러난 뒤 아웃맨이 볼넷 출루 성공했으나, 에르난데스가 루킹 삼진으로 얼어붙으며 고개를 숙였다.
4회말 샌디에이고는 선두타자 크로넨워스가 우월 솔로 아치를 그리며 한 점을 만회했다.(8-1) 다음 타자는 김하성. 그리고 김하성은 다저스 네 번째 투수 알렉스 베시아를 상대로 침착하게 좋은 선구안을 발휘하며 볼넷을 골라냈다. 그러나 김하성은 후속 메릴의 3루 땅볼 때 2루에서 아웃되며 득점에는 실패했다. 계속해서 미첼마저 좌익수 뜬공에 그치며 아웃카운트가 모두 채워졌다.
그리고 5회초를 앞두고 샌디에이고는 대거 주전을 제외한 채 경기에 임했다. 김하성을 대신해 메이슨 맥커치가 유격수로 들어갔다. 이밖에 보가츠, 캄푸사노, 크로넨워스 등이 모두 교체되며 경기에서 빠졌다. 다저스는 케빈 콥스를 상대로 1사 2, 3루 기회를 잡았으나, 패들로가 병살타를 떄려내며 고개를 숙였다.
경기 후 김하성은 "지난해 좋았던 점을 생각하면서, 그런 부분에 초점을 맞춰서 하고 있다. 아무리 시범경기라고 해도 긴장감은 있다. 몸이 조금 피곤한 건 있는 것 같다. 아직 경기가 많이 남아 있다. 컨디션 조율을 잘해서 열심히 하면 될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유격수 포지션을 소화한 것에 대해서는 "꼭 시범경기나 유격수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당연히 신경쓰면서 한다. 유격수는 익숙한 포지션이라 편한 것 같다. 전혀 이질감은 없었다. 유격수의 경우, 던지는 거리가 조금 멀어지기에 던지는 팔의 준비를 잘해야 할 것 같다.
피오리아(미국)=김우종 기자 woodybell@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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