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심위, ‘윤 대통령 연설 편집 풍자 영상’ 통신사에 접속차단 요구
플랫폼 업체엔 콘텐츠 삭제 조치 요청
여권 위원들 ‘북한 공작설’까지 언급
언론노조 “작년 게시물 놓고 호들갑”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가 윤석열 대통령의 연설을 짜깁기한 것으로 추정되는 영상에 대해 통신사에 ‘접속 차단’을 요구했다. 각 플랫폼사에는 콘텐츠 삭제 조치를 요청한다.
방심위는 23일 제14차 통신 소위를 열고 이같은 내용을 의결했다. 이날 의결에는 황성욱 상임위원, 김우석, 이정옥, 허연회 위원 등 여권 추천 방심위원만 참석했다. 방심위원 정원은 총 9명이지만, 연이은 야권 위원 해촉으로 야권 추천 위원은 윤성옥 위원만 남아 있다.
심의 대상이 된 최초 영상은 지난해 11월 23일에 틱톡에 올라온 ‘가상으로 꾸며본 윤대통 양심고백연설’이라는 제목의 영상이다. 윤 대통령이 2022년 대통령 후보 시절 TV조선에서 했던 연설을 짜깁기해 풍자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21일 서울경찰청은 이 영상 등 23건이 정보통신망법상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이라며 영상 삭제, 차단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최초 영상은 이날 회의 시작 전 삭제됐다.
이날 통신소위는 전날 이례적으로 긴급하게 잡혔다. 통상 주 2회 진행하는 통신 소위에 ‘임시회의’가 잡힌 사례는 2020년 3월 코로나19가 확산하던 시기 이전에는 2016년 한 차례, 2015년 3차례 등이었다. 2016년 당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국가안전보장회의에서 발언한 내용을 조작해 게시한 경우에 대해 ‘접속차단’을 한 적이 있다.
이날 위원 4인은 전원 ‘접속차단’ 의견을 냈다. 방심위가 접속차단을 의결하면, 방심위는 각 통신사에 ‘접속 차단’을 요구한다. 사이트 전체를 차단할 수는 있지만, 글로벌 플랫폼에 올라온 개별 게시글까지 접속 차단하기는 어렵다. 이 때문에 방심위는 협약을 통해 플랫폼사에 게시글 삭제도 요청한다.
이날 심의에 참여한 위원들은 경찰청의 통보 내용에는 없는 ‘북한 공작’까지 언급했다. 김 위원은 “국내 플랫폼에 영상을 올리지 않은 것은 수사 기관의 추적을 어렵게 하려는 의도로 봐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게시자가 우리나라 국민이 아니라면 더 문제”라며 “만약 북한이 이런 콘텐츠를 만들어서 국내에 유통하고 있는데 이를 차단하지 않고 방치한다면 그게 직무유기”라고 주장했다. 허 위원은 “AI 딥페이크보다 실제 영상을 악마의 편집한 게 더 혼란을 불러온다”라고 주장했다.
언론노조 방심위지부는 지난 22일 성명을 내고 “가상으로 꾸몄다고 친절히 적어둔 영상을 두고, 대통령의 명예가 훼손됐다는 이유로 경찰청에서 방심위에 삭제 요청 공문을 보내는 것도 코미디지만, 작년에 게시된 영상을 하루라도 빨리 긴급 심의를 거쳐서 사회적 혼란을 막겠다는 위원장의 호들갑은 비극”이라고 말했다.
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402221810001
강한들 기자 hand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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