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파' 감독 하마평에 K리그팬 '부글'…"최강희·신태용 사례 잊었나"

차유채 기자 2024. 2. 23.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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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최강희 감독, 신태용 감독 /사진=뉴스1

대한축구협회(KFA)가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후임으로 국내파 감독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축구 팬들이 "최강희 감독과 신태용 감독의 사례를 잊었느냐"며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지난 22일 K리그1 울산 HD의 서포터즈 '처용전사' 측은 공식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KFA의 K리그 현역 감독 대표팀 감독 선임 결정 관련 성명문을 게재했다.

처용전사 측은 홍명보 울산 HD 감독을 방패 삼지 말라고 지적하며 2014 국제축구연맹(FIFA) 브라질 월드컵 당시 전북 현대를 이끌던 최강희 감독(현 산둥 타이산 감독)이 임시로 대표팀 감독을 맡았던 일을 언급했다.
최강희, K리그 1위 감독→국대 감독…"왜 떠나셨어요?" 전북 팬 호소
최강희 감독 /사진=뉴스1
2011년 12월, 최 감독은 쿠웨이트와 2014 FIFA 브라질 월드컵 3차 예선 최종전을 앞두고 국가대표 감독으로 선임됐다. 당장 월드컵 진출 여부가 달린 3차 예선 최종전을 치러야 하는 상황이었기에 2011시즌 K리그 1위의 전북을 이끌었던 최 감독을 긴급 투입한 것.

'봉동 이장' 최강희는 '닥공'(닥치고 공격) 축구로 전북 팬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었기에 팬들은 그가 대표팀 감독이 되는 것에 안타까움을 표했다. 특히 한 소녀팬은 "최강희 감독님 국가대표 감독 되지 마세요", "최강희 감독님 돌아오세요", "우리 팀에 계속 있으면 안 돼요?", "감독님 왜 떠나셨어요?"라는 내용의 일기를 써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급작스럽게 대표팀을 이끌게 된 최 감독은 부임 초반부터 월드컵 최종 예선 기간인 2013년 6월까지만 대표팀을 맡고 이후에 전북으로 돌아가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최 감독을 떠나보낸 전북은 이흥실 감독대행, 파비우 레푼지스 감독대행 체제로 2013년까지 버텨야만 했다. 최 감독이 자리를 비운 사이 전북은 리그 1위와 거리가 멀어졌고, 그가 돌아오고 나서야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었다.
"수석코치였던 신태용, 선수단 빨리 파악할 것"…'카잔의 기적'만 남았다
신태용 감독 /사진=머니투데이 DB
신태용 감독은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후임으로 대표팀을 맡았다. 당시에도 월드컵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었기에 국내파 감독이 선호되던 분위기였다.

당초 신 감독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 게임과 2020 도쿄 올림픽을 이끌 적임자로 언급됐으나, 그가 슈틸리케호 초반 수석 코치를 맡았기 때문에 선수단을 빨리 파악할 것이라는 여론이 형성됐다.

하지만 2017년 7월 부임한 신 감독이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에서 결과를 내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 그는 독일전 2-0 승리를 거두며 '카잔의 기적'으로 유종의 미를 거두긴 했으나, 결국 감독직을 내려놔야 했다.

K리그 성남 일화(현 성남 FC) 감독 시절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 리그 우승, 코리아컵(FA컵) 우승 등의 성과를 냈던 감독의 씁쓸한 퇴장이었다.
당장 다음 주 K리그 개막인데…
(왼쪽부터) 홍명보 HD 감독, 김기동 FC서울 감독 /사진=머니투데이 DB, 뉴스1
앞선 사례로 축구 팬들은 KFA가 국내파 감독을 선호하고 있다는 의사를 밝히자 "K리그 감독을 방패 삼아 책임을 회피하려 하고 있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클린스만 감독 후임으로 언급되고 있는 인물에는 홍 감독을 비롯해 FC서울을 이끄는 김기동 감독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두 감독 모두 당장 다음 주 주말 K리그1 개막전을 치러야 하며, 울산과 서울 모두 2024시즌 강력한 우승 후보로 언급되는 팀들이다. 감독의 이탈에 팬들이 반발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러나 팬들의 반발과 무관하게 홍 감독 혹은 김 감독을 대표팀 사령탑에 임명하는 것은 규정상 문제가 되지 않는다. KFA 축구 국가대표팀 운영 규정에 따르면,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구단의 장은 KFA의 요청에 응해야 한다.

이에 축구 팬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KFA에 불만을 표하고 있다. 축구 커뮤니티 에펨코리아에 따르면 일부 축구 팬들은 "내가 본 협회 중 최악", "K리그가 봉이냐", "토사구팽할 땐 언제고" 등의 문구와 함께 KFA에 근조화환을 보냈다.

축구 대표팀은 당장 오는 3월 2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태국과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C조 3차전을 치른다. 5일 뒤에는 태국에서 4차전이 예정돼 있다.

차유채 기자 jejuflowe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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