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남결' 송하윤, 권태 끝 터닝포인트 [인터뷰]
[스포츠투데이 임시령 기자] '내 남편과 결혼해줘' 송하윤이 데뷔 21년 만에 새 인생캐를 썼다. 물아일체된 연기력으로 호평받은 그다. "다음엔 어떻게 연기할지 궁금해요"라는 말이 자만처럼 들리지 않는 이유다.
tvN 월화드라마 '내 남편과 결혼해줘'(극본 신유담·연출 박원국, 이하 '내남결')는 절친과 남편의 불륜을 목격한 날 살해당한 강지원(박민영)이 10년 전으로 돌아가 그들에게 복수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송하윤은 극 중 절친 강지원에게 못된 악행을 저지르는 빌런 정수민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작품은 시청률 두자릿 수를 돌파하며 큰 사랑을 받은 바다.
이번 작품을 통해 첫 악역에 도전한 송하윤이다. "개인적으로 연기에 대한 권태, 얼굴에 대한 권태, 같은 패턴에 대한 권태가 있어 '내남결'을 선택하게 됐다"고.
다행히도 호평받았으나 그 과정에서 1년 동안 인내와 고통의 시간을 견뎌냈다고 한다. 송하윤은 "역할을 준비하면서 1년 동안 미치게 외로웠다. 제가 절 지독하게 괴롭혔던 것 같다. 처음에 정수민이 잘 안 받아들여졌다. 대본을 잘 못 읽은 상태로 촬영을 시작했고, 받아들이는 데 거부감이 들더라"고 털어놨다.
이어 "정수민 주위에는 아무도 없더라. 나쁜 애라는 걸 알지만 그냥 정수민은 송하윤이 지켜줘야겠다는 심정으로 시작하게 됐다. 그러나 전 아직도 이 캐릭터에 대한 정의를 내리지 못 하겠다. 악의 마음을 읽고 소화하는 것은 쉽지 않은 것 같다"고 솔직히 말했다.
가장 이해가 되지 않았던 점을 묻자 "전 질투를 전혀 하지 않는 성격이다. 그래서 수민이가 지원이를 질투하는 부분이 전혀 이해가 안 됐다. 좋은 점이 있으면 배우고 모르면 물어보면 되지 않나. 또 누군가를 미워하면 나만 스트레스를 받고 해가 된다고 생각한다. 저는 그런 식으로 삶을 살지 않았다. 수민이는 저와 너무 다른 사람이라 이해가 안됐다"고 얘기했다.
악역 정수민을 이해하고 소화하기 위해 정신과 전문의, 프로파일러의 도움을 받기도 했다고. 송하윤은 "1부 찍을 때 감정적으로 몰입해서 찍으니까 온몸이 떨리고 몸살이 나고 너무 힘들더라. 이렇게까지 했다가는 버티질 못 할 것 같아 철저하게 이성을 분리해서 연기해야겠다 싶었다. 캐릭터의 심리를 이해할 수 없어 전문가의 자문을 받아 공부한 거다. 송하윤의 건강은 안전했다"고 웃었다.
점차 역할에 몰입하게 된 송하윤은 디테일하게 포인트를 잡아갔다. 그는 "초반은 밝고 나이에 맞지 않는 철없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 중반부는 헷갈리고 갈피가 안 잡히는 당황하는 모습이라면, 뒤에는 확실한 내면을 보여주는 걸로 갔다. 맨 마지막엔 올블랙 의상을 입고 느낌도 많이 강해진 상태였다. 메이크업도 많이 안 한 상태로 연기했다"고 말했다.
특히 송하윤이 보여준 감정의 변주는 방송 내내 호평을 이끌어냈다. 분노의 눈빛, 입술과 얼굴의 미세한 떨림까지 표현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송하윤은 당시 연기 비하인드를 묻자 "기억이 안 난다. '액션' '컷' 하는 소리가 저를 다른 세상으로 데려가는 느낌이었다"고 털어놨다. 대사를 했는지도 까먹을 정도로 정수민에 몰입했다는 송하윤이다.
자신의 SNS 속 사진들을 지우며 스스로를 없애려고 했다는 송하윤은 캐릭터에 몰입하기 위해 지인들도 차단하며 지독하게 스스로를 괴롭혔단다. 그는 "악역이 처음이라 방법을 모르니까 할 수 있는 건 모든 했다. 잔인하지만 결과를 보니 송하윤의 불행을 끌어다 정수민의 행복으로 쓴 것 같다"고 얘기했다.
현재 악역 연기로 인한 후유증도 진행 중이라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송하윤은 "1년 동안 수민이로 살면서 '힘들다. 외롭다' 등 인간으로서 느끼는 어려운 감정들을 입밖으로 한 번도 내뱉고 싶지 않았다. 와르르 무너질까 버티면서 찍었는데 끝나고 힘들긴 힘들었구나 싶어 눈물이 나더라. 작년 한해는 눈물 하나도 안 흘렸다. 굉장히 이성적으로 살았던 것 같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촬영하면서 집에 돌아가는 길에 갑자기 나는 누구지, 나는 뭐하고 있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었다. 정수민으로서의 삶은 꽉 차 있는데 송하윤이란 삶은 없으니까. 여기서 빠져나와야하는데 불안하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송하윤은 온마음을 다해 '내남결' 정수민에 녹아들고, 정성을 쏟아부었다. 그만큼 배우로서도 인간으로서도 얻은 것이 많다고 한다.
그는 "즐거운 예능을 본다면 잠깐의 해방감이 생기지 않나. 이런 것조차도 안하고 계속 스트레를 축적하면서 수민이의 감정을 채웠다. 다만 압박감과 스트레스가 컸기에 후유증은 있다. 하지만 전 너무 건강하고 덕분에 배우로서 얻은 것들이 너무 많다. 연기의 폭이 너무 넓어졌다"며 "성격도 변해간다. 전에는 많이 드러내지 않았던 성격이었던 것 같은데 수민이로 살고 보니 후회해도 해보는 게 좋은 것 같다"고 만족스러워하기도 했다.
송하윤은 그간 '내 딸, 금사월' '쌈, 마이웨이' '마성의 기쁨' '오! 영심이' 등 다수 드라마에서 선역을 맡아왔다. 이번 '내남결' 정수민은 그의 연기 스펙트럼을 넓혀준 계기가 된 셈이다.
송하윤은 "앞으로 연기 방식의 변화가 완벽하게 있을 것 같다. 수민이로 살아보니 겁이 없어졌다. 많이 단순해진 것 같다. 이전엔 많은 생각과 압박으로 연기를 했었다면 단순함을 경험했다. 저도 이후 어떻게 연기를 하게 될지 궁금하다"고 눈을 빛냈다. 다른 악역에 대해서도 "제안이 온다면 또 할 수 있다. 수민이는 작년에 제가 표현할 수 있던 악이였고, 또 다른 악들을 표현할 수 있다"며 "다 열려있다"고 웃었다.
"'내남결'은 '38살에 뭐했어?'하면 나 정수민으로 살았어라고 말 할 수 있는 작품이에요. 앞으로의 제가 기대돼요. 자만이 아니라 나에게 또 어떤 감정과 연기가 나오게 될까 싶어요. 다음 작품이 벌써 너무 신나요".
[스포츠투데이 임시령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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