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루? 안 좋다고 말씀하는데…” 이우성 vs 변우혁, KIA 마지막 퍼즐에 ‘이범호 리더십’ 스며든다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많은 분이 우리 1루수가 안 좋다고 말씀하는데…”
KIA 타이거즈 이범호(43) 감독은 젊은 사령탑답게 ‘앓는 소리’를 하지 않는다. 지나친 겸손도 자제한다. 분명한 자신감, 확실한 믿음으로 선수들에게 동기부여를 주고 신뢰관계를 형성한다. 이범호 리더십의 단면이다.
대표적 사례가 1루에 대한 시선이다. 이범호 감독은 21일 인천국제공항으로 일시귀국해 “많은 분이 우리팀 1루수가 다른 팀에 비해 안 좋은 성적을 냈다고 말씀한다”라면서 “우리 팀에 좋은 선수가 많다. 솔직히 취약하다고 생각하는 포지션은 없다. 다들 본인 포지션에서 잘 할 수 있는 선수들”이라고 했다.
올 시즌 1루수 후보는 이우성, 변우혁, 황대인, 오선우 4파전이다. 선수들 입장에서, 감독의 이런 얘기를 접하면 기분이 어떨까. 사실 누가 봐도 KIA의 취약 포지션은 1루다. 2023시즌 1루수들의 각종 수치들만 봐도 드러난다.
이범호 감독이 이를 정말 모를까. 그러나 이범호 감독은 1루수들에게 의도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선수 입장에선 동기부여가 되는 한 마디라고 봐야 한다. 실제 이런 말 한 마디가 선수들을 건전하게 자극해 경쟁력 향상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프로는 종이 한 장 차이이고, 1군에서 경쟁하는 선수들이라면 사실 야구를 못하는 선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들은 캔버라에서 치열하게 경쟁했다. 1루 겸업을 선언한 이우성은 거의 매일 가장 먼저 그라운드에 나타나 가장 늦게 사라졌다. 박기남 코치로부터 정규훈련 시간 외의 특별훈련까지 받았다. 홍세완 타격코치도 1루수들의 수비훈련을 도왔다.
이범호 감독은 아직 이들을 어떻게 활용하겠다고 구체적으로 언급한 적은 없다. 오선우가 오키나와 캠프에 가지 않고 고치 2군 캠프로 가지만, 그게 주전 1루수 탈락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이범호 감독은 “오키나와와 고치 모두 체크하고 개막전 엔트리를 짤 생각”이라고 했다.
분명한 건 이범호 감독이 이들의 진심을 안다는 점이다. “우리 팀에 젊은 선수가 많다. 어떻게 기회를 줄 지 고민이다. 비좁은 공간에서 성장을 유도해야 한다. 선수들이 긴장하지 않고 심적 안정을 시키는 게 내 역할이다. 얘기를 많이 나눌 것이다. 그라운드에 나가면 자기 야구를 펼치길 바란다”라고 했다.
이범호 감독이 1루를 플래툰으로 쓰지 않는다면, 현 시점에선 역시 이우성과 변우혁이 가장 유리해 보이는 게 사실이다. 캔버라에서 성과가 있었고, 이범호 감독이 직접 지켜보는 오키나와 연습경기에 집중 투입될 환경이 갖춰졌기 때문이다. 황대인과 오선우는 고치에서 땀을 흘린다.
이우성은 특유의 부드러운 타격이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외야를 겸할 수 있는 자원이라 활용도가 높다. 1루 수비를 프로 입단 후 처음으로 하지만, 이해도가 높다는 평가다. 실전을 해봐야 성과를 확실하게 파악할 수 있을 듯하다.
변우혁은 장타에 대한 욕심을 줄이고 정확한 타격에 초점을 맞춘다. 데뷔 후 가장 1군 경기에 많이 나간 2023시즌이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거포 유망주라서 전략적 접근 및 활용이 필요하다. 이범호 감독은 이들의 장, 단점을 너무나도 잘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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