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전날 탁구 좀 치면 안 되는 걸까? [The 5]

권지담 기자 2024. 2. 23.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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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파이브: The 5] ‘핑퐁 해프닝’이 남긴 질문
손흥민 인스타그램
‘우리가 시간이 없지 관심이 없냐!’ 현생에 치여 바쁜, 뉴스 볼 시간도 없는 당신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뉴스가 알려주지 않은 뉴스, 보면 볼수록 궁금한 뉴스를 5개 질문에 담았습니다. The 5가 묻고 기자가 답합니다.

카타르 아시안컵 준결승 전날 다툰 한국 축구대표팀 손흥민(31·토트넘), 이강인(22·파리생제르맹) 선수가 지난 21일 화해했습니다. 갈등이 생긴 지 보름 만입니다. 요르단전을 앞둔 지난 5일 이강인을 포함한 일부 선수는 탁구를 하려고 빨리 밥을 먹고 자리를 떴습니다. 주장인 손흥민이 이들 행동을 제지하는 과정에 몸싸움이 번졌고, 손흥민은 손가락을 다쳤습니다.

요르단전에 패배한 뒤 대표팀 내분이 영국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비판 여론이 들끓었습니다. 결국 전술적 역량과 팀 관리 능력 부족으로 감독 위르겐 클린스만은 해임됐고, 대한축구협회(축협) 회장은 고개를 숙였는데요. 경기 전날 선수는 탁구를 하면 안 되는 걸까요? 내분의 가장 큰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요? 문화부 스포츠팀 김창금 선임기자에게 물었습니다.

[The 1] 축구 경기 전날 탁구를 치면 안 되나요?

김창금 기자 : 탁구를 칠 수 있죠. 근데 축구인들은 이강인의 행동을 제지한 손흥민의 행동은 주장으로서 필요하다고 볼 것 같아요. 팀 스포츠 특성상 단합이 중요한 만큼 함께 밥 먹고 움직이는 게 우선돼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거든요. 다툼이 일어난 다음 날 경기가 대표팀에 중요한 경기이기도 했고요.

다만 최근 선수들의 가치관이나 문화가 달라지고 있는 것 같아요. 개인의 이익보단 팀의 희생을 우선했던 가치가 변하고 있는 거죠. 대표팀 분위기는 클린스만 감독 전인 파울루 벤투 감독 시절부터 이미 자유로워졌거든요. 감독은 물론 어릴 때부터 유럽에서 교육받은 선수들이 늘면서 개인의 자율성을 중요시하는 가치관의 변화는 더 빨라지고 있는 것 같아요. 중·고교 운동부 합숙소도 폐지되는 추세고요. 또 유럽 빅 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이 많아지면서 선수의 몸값도 많이 높아졌잖아요. 태극마크 자체가 영광이고 동기부여였던 과거와도 달라진 거죠. 그러니 지금은 기존 가치관을 중시하는 선수와 아닌 선수가 공존하는 과도기라고 볼 수 있어요.

[The 2] 그래도 싸우면 안 되는 거죠? 경기에도 안 좋을 것 같은데요.

김창금 기자 : 사실 대회 기간 합숙하고 함께 연습하는 선수들 사이에서 다툼은 늘 있는 자연스러운 일이에요. 다른 종목, 다른 국가 선수들도 마찬가지고요. 주요 경기를 앞두고 예민해진 상태에서 선수 간 말다툼이나 충돌은 충분히 있을 수 있다고 봐요. 누구는 이번 내분을 ‘핑퐁 게이트’라고 부르기도 하던데, 해프닝이라고 보는 게 정확하다고 생각해요.

근데 손흥민과 이강인의 위상이 그만큼 높기 때문에 논란이 커진 거죠. 유럽 빅 리그에서 활약이 크다 보니 팬도 많고,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잖아요. 여기에 폭력이란 극적 요소까지 더해지니 사회적 관심이 커졌다고 봅니다.

지난 16일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이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임원회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The 3] 선수 한 명의 잘못으로 생긴 문제는 아니잖아요. 누구의 책임이 가장 큰가요?

김창금 기자 : 감독의 책임이 가장 크다고 생각해요. 감독은 이런 갈등이 생겼을 때 해결하고 팀워크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하는 최고 관리자잖아요. 물리적 충돌로 갈등이 번지기 전에 분위기를 감지하고 조정했어야 하는데, 실패한 거죠. 축구 감독은 보통 카리스마형과 소통형으로 나뉘는데 클린스만은 이도 저도 아니었던 것 같아요. 아쉬운 전략은 둘째 치고, 선수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올 만하다고 봐요.

[The 4] 축협도 잘못이 크죠? 엄청난 비판을 받았잖아요.

김창금 기자 : 정몽규 축협 회장에게는 국가대표 감독을 최종 선임하는 권한이 있거든요. 클린스만 감독을 데려올 수밖에 없었던 예산 한계 같은 현실적 이유가 있겠지만, 계약 기간 1년도 채우지 못하고 경질된 만큼 감독을 선임한 책임을 피할 수 없어 보여요. 사건 현장에 축협 관계자들도 있었을 텐데, 사건의 실체를 파악해 논란을 잠재우기보다는 아시안컵 실패 원인을 내분으로 돌리는 태도도 빈축을 샀고요.

다만 축협은 공공기관이 아닌 민간단체거든요. 스포츠 토토 지원금(225억원)이나 일부 정부 지원(108억원)을 받긴 하지만 올해 전체 예산(1876억원)의 약 18% 정도예요. 사실 스포츠 토토도 축구 경기를 기반으로 하니, 온전히 정부 지원이라고 보기 어려운 측면도 있고요. 게다가 선수들 각자 에이전시가 있는 상황에서 축협이 따로 (사건 진상에 대한) 입장을 내긴 어려웠을 것 같아요.

[The 5] 선수들의 가치관 변화에 대응하고 어수선한 분위기를 수습하려면 어떤 감독이 선임돼야 할까요?

김창금 기자 : 구세대와 신세대는 물론 국내파와 국외파를 모두 아우를 소통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 같아요. 다음 달 열릴 월드컵 예선전 전까지 빠르게 팀 내 갈등을 봉합할 수 있어야 하고요.

축협도 앞으로 이런 갈등 상황에선 적극적으로 진실을 확인하고 공개해 논란이 커지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어요. 선수들의 마음을 섬세하게 관리해주는 ‘멘탈 코치’도 갈등 해결에 도움이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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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지담 기자 gon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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