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향한 운동권’ 함운경, 국민의힘 간판으로 정청래와 대결

조미덥 기자 2024. 2. 23.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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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함운경 마포을 전략공천
김현아 전 의원 단수공천은 재논의
함운경 민주화운동동지회 회장이 지난해 6월 국민의힘 공부모임 ‘국민공감’ 행사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가 23일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의 맞수로 운동권을 활동하다 전향한 함운경 민주화운동동지회 회장 공천을 결정했다.

정영환 국민의힘 공관위원장은 이날 여의도 당사 브리핑에서 정 최고위원이 현역인 서울 마포을 지역구를 우선추천(전략공천) 지역으로 선정해 함 회장을 후보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공관위는 “민주화운동동지회를 결성하여 운동권 정치의 해악을 해소하는데 헌신하고 계신 인물”이라며 “서울 마포을 시민들께서 이번 총선에서 진짜 민주화에 기여한 사람이 누군인지, 아니면 가짜운동권 특권 세력이 누구인지 현명한 선택을 하실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서울 마포을은 김경율 비상대책위원이 출마를 선언했다가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의 ‘사천 논란’으로 부담을 느껴 자진사퇴한 지역구다. 한 위원장의 ‘민주당 운동권 특권세력’ 타파 기조에 맞춰 운동권 출신 인사를 전략적으로 공천한 것으로 보인다. 함 회장은 전날 서울 마포을 출마 제안을 수락하고 국민의힘 당원으로 가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함 회장은 서울대 재학 중이던 1985년 미국문화원 점거사건을 주도한 ‘86 운동권’ 출신이다. 정 최고위원 역시 1989년 미국 대사관저 점거 농성을 주도하다 투옥된 경력이 있다.

함 회장은 1996년에 무소속으로 서울시 관악갑에 출마했다 낙선한 것을 시작으로 여러차례 민주당 계열로 정치권에 도전했지만 고배를 마셨다. 2000년 총선과 2002년 재보궐선거, 2004년 총선에 고향인 전북 군산에 새천년민주당과 열린우리당(현 민주당) 후보가 되려 했지만 공천을 받지 못했다. 열린우리당에서 당원연수교육센터장을 지내기도 했다. 2012년에도 민주통합당 후보로 군산에 출마하려 했지만 김관영 현 전북지사에 밀렸고, 2016년엔 무소속으로 군산에 나서 김 지사에게 낙선했다.

오마이뉴스에 따르면 함 회장은 과거 국회의원에 출마하며 자신의 운동권 이력을 강조했다. 2012년 출판기념회에서 “송영길 인천시장, 안희정 충남도지사, 김두관 경남도지사 등이 함운경의 친구이자 선배들”이라고 인연을 강조했다. 2016년 전주방송 후보 토론회에서 당시 김관영 후보가 야권 분열의 책임자로 당내 운동권 세력을 겨누자 “운동권이 마치 큰 죄를 지은 것만 같이 얘기하는데 제 인생이 정말 슬프다. 민주화운동을 했던 것이 비아냥의 대명사가 된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함 회장은 2022년 대선에서 윤석열 후보를 지지했다. 이후 운동권에서 전향한 인사로 민주당의 운동권 출신 정치인들을 비판하는데 앞장서고 있다. 그는 지난 22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민주당의 정청래·서영교 전 최고위원과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등을 “헤아릴 수 없는 막말과 무능으로 한국 정치를 망치고 대한민국이 선진국으로 나아가는데 주저앉힌 사람들의 공범”으로 지목하고 “같은 시대를 산 사람으로서 하염없이 부끄러움을 느낀다”고도 했다.

전북 군산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함 회장은 지난해 국민의힘 공부모임 ‘국민공감’에서 일본 원전 오염수 방류에 대해 강연하기도 했다. 그는 “이 싸움은 과학과 괴담의 싸움이기도 하거니와, 더 크게는 반일민족주의와의 싸움”이라며 “자유를 위한 동맹을 지키는 싸움이다. 우리 공화국을 지키는 전쟁”이라고 민주당을 비판했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함 회장에 대해 “운동권으로서 청구서를 들어밀 수 있었던 사람은 정청래보다 함운경이 훨씬 위다. 그런데 함운경은 횟집을 하고 살았다. 정청래는 계속 (운동 경력을) 우려먹으면서 정치를 자기들 것인 양 주고받았다”며 “용기내 싸우겠다 나서주신 것에 대해 당의 리더 입장에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공관위는 또 전날 비대위에서 김현아 전 의원의 단수 공천 보류를 요청한 경기 고양정 지역구에 대해 비대위의 의견을 존중해 재논의를 하기로 의결했다. 정영환 공관위원장은 “후보가 결정 안된 상태로 돌아가는 것”이라며 “후보 신청한 분들 모두를 다시 검토한다”고 밝혔다.

김 전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있는 당에 제 문제로 누를 끼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며 “적극적으로 해명하고 결백을 밝혀서 제 자리, 다시 찾아오겠다”고 밝혔다.

한 위원장은 김 전 의원 공천 재검토를 비대위와 공관위의 파워게임으로 보는 시각에 대해 “국민의힘은 내가 이끄는 정당”이라며 “그럼 게임을 할 정도로 한가하지 않다”고 일축했다. 그는 “내 독단이 아니라 많은 구성원이 비대위에서 공개적으로 논의해 공감을 받았다”며 “민주주의 절차가 그렇게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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