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식, 못말리는 후배사랑 "김고은은 '파묘'의 손흥민'" [인터뷰]

아이즈 ize 김나라 기자 2024. 2. 23.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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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김나라 기자

/사진=(주)쇼박스

배우 최민식(61)이 'K-오컬트 장인' 장재현 감독과 손잡고 '파묘'로 '갓(God)벽'하게 극장가를 접수했다.

최민식은 22일 영화 '파묘'로 화려한 스크린 컴백을 알렸다. 이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2022) 이후 2년 만의 영화이자, 데뷔 35년 만에 처음 선보이는 오컬트 장르로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관심을 불러 모았다.

특히 최민식은 25년 만의 드라마 복귀작인 디즈니+ '카지노' 시즌 1·2를 글로벌 히트시키고 충무로로 금의환향했다. 새삼 명불허전 이름값을 증명한 그가 K-오컬트물에 새 지평을 연 장재현 감독과 신작 '파묘'로 뭉친 바, 또 한 번 대중을 압도하는 인생작을 갈아치웠다.

'파묘'는 거액의 돈을 받고 수상한 묘를 이장한 풍수사 상덕(최민식)과 장의사 영근(유해진), 무속인들 화림(김고은)·봉길(이도현)에게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을 담은 오컬트 미스터리 영화. 극 중 최민식은 40년 경력의 베테랑 풍수사 상덕을 맡아 무게감 있게  영화의 중심축을 잡아준다.  상덕은 직접 흙을 맛볼 정도로 신중히 땅을 대하는 인물. 실제 연기 장인 정신이 빛나는 배우 본인과 높은 싱크로율을 자랑하며 몰입도를 책임졌다.

세계 3대 영화제 베를린국제영화제도 인정한 장재현 감독의 연출력과 최민식을 비롯해 김고은, 유해진, 이도현의 신들린 연기력에 극장가를 집어삼킨 '파묘'. 22일 개봉 첫날 무려 33만 명을 동원, 올해 개봉작 최고 오프닝 스코어를 경신하는 기염을 토했다. 또한 이 같은 기록은 작년 최고 흥행작인 1000만 영화 '서울의 봄' 오프닝 스코어(20만 명)를 훌쩍 뛰어넘은 것으로 쾌조의 흥행 스타트를 끊었다. 더군다나 23일 오전 52%가 넘는 예매율을 유지 중으로 다음주(28일) 개봉을 앞둔 티모시 샬라메의 할리우드 대작 '듄: 파트2'마저 압도하며 한국 영화의 자존심을 세운 '파묘'다.

이에 최민식은 22일 오전 아이즈(IZE)와의 인터뷰에서 "예매율이 정말 엄청나더라. 이 기운이 계속 이어져야 할 텐데, 진짜 축복 같다"라고 감격하면서 "샬라메, '짜식'(자식)도 쫄 거 같다"라고 재치 있게 너스레를 떨어 폭소를 유발했다.

이내 그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이후 오래간만에 무대인사를 해서 정말 좋았다. 관객들을 만나는 그 자체가 정말 좋다. 그리고 지금 극장 상황이 안 좋지 않나. '파묘'가 산업적인 측면에서 제대로 뚫어서, 뒤에 개봉하는 다른 한국 영화들이 좋은 기운을 받아 갔으면 한다"라고 대한민국 대표 영화인다운 진심을 전했다.

과감히 오컬트물에 도전한 이유는 다름 아닌 '장재현 감독' 때문. 최민식은 인터뷰 내내 장 감독을 향한 격한 애정을 표하며 훈훈함을 자아냈다. 그는 "장재현 감독님의 전작 '검은 사제들', '사바하'를 진짜 재밌게 봤다. 그 높은 완성도에 연출자가 궁금해졌다. 제가 오컬트 장르를 별로 안 좋아한다고 말씀드렸던 건 장르 자체보다 시원찮은 공포영화를 봐서 그런 거다. 진짜 완성도 높은 오컬트물은 매력이 있는데, 장 감독님 작품이 바로 그랬다"라고 작품 선택 배경을 설명했다. 

대체 장재현 감독은 뭐가 달랐을까. 최민식은 "저는 정말 장재현 감독님의 조감독이 되는 심정으로 '파묘'에 출연했다. 감독님의 현장을 옆에서 보고 싶었는데, 그 촘촘함을 진짜로 봤다. 흙 색깔 하나도 신중하게 선정하고, 무덤 신은 한 곳에서만 찍은 게 아니다. 그걸 조선팔도를 다 돌아다니며 찍었다. 감독님이 욕심도 많고 자기 생각대로 해야 하는 게 있다. 아집은 아니고 뚜렷한 주관이라 괜찮았다. 또 감독님이 CG를 진짜 병적으로 싫어하신다. 극 후반부에 나오는 그 불이 진짜 불이다. 덕분에 우리 배우들은 따뜻하게 촬영했다. 호스로 가스를 연결하여 공처럼 만들어서 불이 확 나게 돌린 거다. 만약에 CG였으면 조명이나 허공을 보고 연기했을 텐데 진짜 불이라 묘하게 빨려 들어가 그게 좋았다"라고 촬영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그는 "'파묘' 작업을 통해 사람을 만나 팀을 이루는 것, 이번에 다시 한번 느꼈다. 솔직히 과장이 아니라 장재현이 원하는 건 다 해주고 싶었다. 정말 예쁘고 막냇동생 같이 느껴져서 만나면 '일로 와 뽀뽀 한 번 하자' 이러고 촬영을 시작했으니까(웃음). 괜히 그런 거 있지 않냐. 저도 사람인지라 주는 거 없이 미운 사람, 주는 거 없이 예쁜 사람이 있다. 제 눈엔 장재현이 주는 거 없이 매력적으로 보였다. 영화감독으로서도 인간으로서도. 아주 매력적인 친구다. 이따가 만나보면 아실 거다"라고 못 말리는 '장재현 바라기' 면모를 보였다.

오죽하면 장재현 감독을 위해 제74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 불참하기까지. 최민식은 "감독님이 해외 영화제 초청받은 게 '파묘'가 처음이라고 하더라. 그래서 감독님에 모든 포커스가 맞춰지기 위해 안 갔다. '쫄병'(졸병)들이 가서 괜히 시선을 분산시키면 안 되니까. Q&A 행사 때 감독님이 딱 주목받길 바랐다"라고 대선배다운 배려를 엿보게 했다. 

이러니 '파묘'에 대한 자신감도 남다를 수밖에 없다. 최민식은 "'검은 사제들', 특히 '사바하'는 철학적인 사유를 요구한다. 아마 '파묘'도 요즘 MZ세대 분들한테는 풍수다, 묫바람이다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다. 검색해서 찾아볼 텐데 그래도 장재현 감독님의 전작들보다는 좀 더 말랑말랑한 느낌이 있다. 저는 그 변화가 너무 경직되게 '왜 네 걸 버려' 그게 아니라, 본인의 것을 고수하면서 약간 유연해졌다고 긍정적으로 보고 싶다. 오컬트의 외피를 입고 있지만 그 안에 내재되어 있는 장재현 감독님만의 가치관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이게 공포물, 귀신 영화라기보다는 자연과 인간에 대한 따뜻함, 나쁜 걸 쫓아내고 원혼을 달래주고 싶은 그런 마음이 담겨 좋았다"라고 차별점을 짚었다.

또한 최민식은 "장재현 감독님의 패기가 정말 좋았다. 저렇게 하면 저렇지 않을까, 이렇게 하면 이렇지 않을까 몸 사리고 고민만 하는 것보다 노선을 분명히 정하고 표현해 보고자 하려는 것. 설령 그게 관객들로부터 '배신이다'라는 반응이 나올지라도 말이다. 마니아층은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으니까. 근데 또 뭐 배신까지야, 심각하게 받아들일 건 아닌 거 같다. 물론 매번 배신을 때리면 문제가 되겠지만 장재현 감독님처럼 다양하게 시도하는 열린 생각은 좋다고 본다. 만약 이게 '파묘'의 주제 의식, 메시지에서 크게 어긋나는 방향이라면 제 이름 석자 걸고 출연하는 영화이기에 저 역시도 산으로 가는 건 반대했을 거다. 하지만 '파묘'는 감독님이 자유롭게 새로운 시도를 했기에, 그 자체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라고 영화에 대한 자부심을 피력했다.

뿐만 아니라 최민식은 "감독님도 그렇고 (유)해진, (김)고은, (이)도현이 마찬가지로 우리 팀이 다 좋았다. 분위기가 정말 화기애애했다"라고 돈독한 팀워크를 자랑했다.

특히 최민식은 신들린 듯 무당 화림 역할을 완벽 소화한 김고은에 대해 찬사를 보냈다. 그는 "영화를 보셔서 아시겠지만 김고은이 다 했다. 나는 그냥 벽돌 한 장 정도 쌓은 것 같다"라면서 "김고은이 '파묘'의 손흥민이자 (리오넬) 메시다"라고 극찬했다.

최민식은 "김고은은 진짜 아, 정말 훌륭했다. 자제해서 말씀드리자면 진짜 대견하다. 사실 여배우 입장에선 무속인이라는 캐릭터를 연기하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배우는 배역에 상관없이 표현을 해야겠지만 취향이라는 게 있지 않나. 그럼에도 결정을 내린 거다. 고은이가 도현이랑 무속인 선생님들과 연습하는 것도 봤다. 연습할 때도 눈이 희번득거려서, 무서웠다. 고은이가 그 정도로 배역에 몰입했고 정말 잘하더라. 그래서 선생님께 슬쩍 제자로 어떻냐 여쭤 봤더니 다행히 그쪽은 아니라고 하더라. 그런 분들은 딱 보면 다 알지 않나"라고 감탄을 금치 못했다. 

이어 그는 "고은이가 육체적인 피로가 있는 퍼포먼스를 소화해서 그게 대견한 게 아니라, 무속인 캐릭터에 거침없이 들어가는 그 용감함과 성실함이 선배로서 정말 기특하고 대견했다. 앞으로가 더욱 기대가 된다"라고 높게 평가했다. 

겸손하게 이야기했지만 존재감만으로 '파묘'의 웰메이드 완성도에 크게 한몫한 최민식. 그는 상덕 캐릭터에 대해 "평범한 아저씨다. 괜히 드리는 말씀이 아니라 '파묘'의 주요 네 캐릭터 중에서 도드라지면 안 되고 모자라도 안 되고, 그 균형치를 맞추려고 했다"라는 분석을 내놨다.

최민식은 "풍수라는 거대하고 방대한 분야를 몇 달 공부한다 해서 깊이를 어떻게 이해하겠나. 그래서 상덕의 머릿속엔 항상 자연을 관찰하려 하는 것, 산과 물과 땅을 대하는 시선이 깊어야 한다는 것에 주안점을 두었다. 산에 올라갔을 때 '와 좋다' 하는 일반인들의 느낌과는 완전히 다를 거란 말이다. 뭘 봐도 깊이 있게 보려는 점과 땅에 대한 예의가 있는 사람이란 걸 잘 표현하려 했다. 그게 저 나름대로의 방향성, 가치관과 맞아떨어지기도 했다. 속물 근성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지켜야 할 건 꼭 지키는 인물이다"라고 남다르게 바라봤다.

상덕과 마찬가지로 최민식은 35년째 초심을 잃지 않고 연기에 진심을 쏟고 있는 바. 그는 "이제는 연기가 생활이 되었다. 거창하게 얘기될까 쑥스러운데 그냥 제 삶이 되어버렸다. 다른 일을 하려 해도, 이력서 넣는다고 받아주겠나. 그렇다고 자영업을 하자니 겁난다"라며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그러면서도 최민식은 "연기를 잘하냐, 못하냐 그런 걸 다 떠나서 스스로 나름대로 대견함을 느끼는 건 있다. 다른 데 한눈 안 팔고 한길을 걸어왔다는 것 말이다"라고 뿌듯해했다.

그 원동력은 무엇일까. 최민식은 "그냥 자기 일을 사랑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저 유명해지고 싶고 예쁘게 생겼다고 뽐내고 싶어 하는 배우들이 있다. 사실 생각해 보면 젊은 친구들한테는 그런 것도 허용되고 괜찮다. 젊을 때 뽐내야지 언제 또 뽐내겠나(웃음). 근데 그게 너무 주가 되지 말고, 배우라는 직업 자체를 찬찬히 들여다봐서 이걸 왜 하려고 하는지 깨달았으면 좋겠다는 말이다. 나한테 가장 솔직한 건 '나'이지 않나. 이 일을 허영으로 하는 것인가, 아니면 진짜 좋아하고 사랑해서 하는 것인가, 내가 나한테 물어보라는 거다"라고 후배들에게 조언을 남겼다.

더불어 최민식은 "제가 여태까지 해온 일에 대해 '이거 왜 했지?' 하는 회의감이 든 적은 없다. 단지 제가 하는 일이 마냥 행복하지만은 않다. 내가 참 놀기 좋고 기쁘고 즐거운 영화적 세상이 있는 반면, 어떤 작품의 삶은 고통스럽고 되게 힘들고 지치고 이럴 때도 있었다. 우리 삶이 그렇듯이 이런 변화는 겪어도 일 자체에 대한 회의나 후회 그런 건 없었다. 괴로움이라고 한다면 더 잘 표현해낼 수 있었을 텐데 왜 놓쳤지, 자책과 반성 그런 것들은 매번 반복되긴 한다. 매번 작품과의 싸움이다"라고 가히 살아있는 전설다운 고뇌를 드러냈다.

게다가 작품을 위해서라면 예능 출연도 마다하지 않는 주연의 품격으로 화제를 모으기도. 최민식은 지난 14일 '파묘' 홍보 일환으로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한 바, 이는 무려 12년 만의 예능 나들이였다.

최민식은 "파격 행보 이런 건 아니고, 아무래도 제가 조금이라도 작품에 보탬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출연했다. 사실 작품으로서만 노출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 여태까지 예능 출연을 자제해왔다. 근데 요새는 이 동네(영화계)가 너무 우울해서, 뭔가 뻐꾸기 좀 날려보자 했다. 많이 좋아해 주셔서 다행이다 싶다. 저 개인보다는 '파묘'에 긍정적인 영향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얘기했다.

여전히 소속사 없이 홀로 활동 중인 최민식은 "쓸데없는 스트레스를 받고 싶지 않다. 회사도 나름대로 배우한테 어떤 바람이 있을 거 아니냐. 내가 어떻게 해줬으면 하는 거. 제가 이기적인 것일 수도 있겠지만 저는 그냥 일만 생각하고 싶다. 서로가 뭐가 맞아야, 바라보는 지점이 같아야 시너지 효과도 나고 마음이 편한 것이니까. 몸이 피곤해도 지금이 그냥 좋다"라고 만족스러운 근황을 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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