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묘', 감독의 뚝심과 배우들의 신들린 연기가 만나면[TF씨네리뷰]
최민식·김고은·유해진·이도현의 신명 나는 연기 한판…22일 개봉
22일 개봉한 '파묘'(감독 장재현)는 거액의 돈을 받고 수상한 묘를 이장한 풍수사와 장의사 그리고 무속인들에게 벌어지는 기이한 오컬트 미스터리 영화다.
작품은 거액의 의뢰를 받고 미국 LA로 향하는 무당 화림(김고은 분)과 봉길(이도현 분)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대저택에서 남부러울 것 없이 사는 듯 보였으나 의뢰인 집안의 장손들은 대대로 말 못 할 고통에 시달리고 있었다. 이에 화림은 묫바람(조상이 묻힌 산소에 탈이 생겨 그로 인한 화가 후손들에게 전해지는 현상)이 화근임을 알아채고 이장을 권한다.
'파묘'는 '사바하' '검은 사제들'로 K-오컬트 세계관을 구축해 온 장재현 감독의 신작으로 총 6개의 장으로 나뉘어 전개된다. 작품은 대살굿부터 풍수지리와 음양오행 등 전통 무속신앙에서 비롯된 토속적 소재들을 배치하면서 잘못된 조상의 묫자리로 인해 화를 입은 집안의 이야기로 시작해 보다 더 한국의 과거와 맞닿아있는 가슴 아픈 역사까지 깊게 파고든다.
네 명의 인물이 '험한 것'을 쫓는 과정은 오싹하고 불길해서 단 한 순간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 그리고 마침내 공포의 대상이 직접적으로 등장했을 때 누군가는 더욱 몰입감 있게 느낄 수 있고 누군가는 고개를 갸웃거릴 수도 있다. 다소 호불호가 나뉜 반응이 예상되는 가운데 장재현 감독의 "뭔가 불편하더라도 한발 더 나아가고 싶었고 이 영화를 만드는 원동력이었다"는 기획 의도만큼은 명확하게 느껴질 듯하다.
최민식은 흙을 맛보고 땅을 응시하고 삽질하는 것만으로도 묵직한 존재감을 발산하며 극의 중심을 잡아준다. 또 험한 것을 마주한 두려운 눈빛과 미세한 떨림 등 디테일한 면을 촘촘하게 그려내며 관록의 힘을 발휘한다. 관객들의 시선과 가장 가까운 인물을 연기한 유해진은 쉴 새 없이 몰아치는 작품에서 위트와 재치를 담당하며 관객들에게 숨 쉴 틈을 준다.
이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건 무당으로 변신한 김고은과 이도현이다. 두 사람은 세련된 스타일링으로 한 번, 신들린 것 같은 연기력으로 또 한 번 감탄을 자아낸다. 김고은의 대살굿은 '파묘'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장면 중 하나다. 묘 앞에서 울부짖으며 칼춤을 추는 그의 열연은 대체 불가한 흡입력을 자랑한다. "이러다가 투잡 뛰는 거 아니야?"라는 최민식의 걱정을 충분히 공감하게 되는 열연이다.
'파묘'로 스크린에 데뷔한 이도현은 내로라하는 선배들 사이에서 밀리지 않는 존재감으로 또 하나의 '인생캐'(인생캐릭터)를 만들어냈다. 김고은에게 대살굿이 있다면 이도현에게는 침대신이 있다. 그는 혼령이 깃든 몸으로 저주를 쏟아내고 경기를 일으키는 장면에서 막힘없이 일본어 대사를 소화하면서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장재현 감독의 설명처럼 '배우들의 연기력만으로 영화를 볼 가치가 충분한' 반가운 작품이 등장했다. 평소 오컬트 물을 즐기지 않는 관객들도 어렵지 않게 즐길 수 있는 수위다. 징그럽거나 잔인한 비주얼로 억지스럽게 공포스러운 기운을 조성하지 않아도 오컬트 분위기를 충분히 느낄 수 있다. 15세 이상 관람가이며 러닝타임은 134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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