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의 단순 오타?…전략-전력은 번갯불-반딧불만큼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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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방위사업청장(차관급)에 석종건 전 합동참모본부 전력기획부장(57)을 임명했다.
이날 대통령실이 출입기자들에게 배포한 방위사업청장 인선 발표 자료에는 석 청장을 합참 '전략'기획부장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이 때문에 방위사업청장에 석종건 전 합참 '전략'기획부장이 임명됐다는 오보가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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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방위사업청장(차관급)에 석종건 전 합동참모본부 전력기획부장(57)을 임명했다.
대통령실은 지난 16일 공지를 내어 윤 대통령이 전날 이 같은 내용의 임명안을 재가했다고 밝혔다. 예비역 육군 소장인 석 청장은 합동참모본부(합참)에서 감시정찰전력과장, 전력기획과장, 전력1처장, 전력기획부장 등을 지낸 전력 분야 전문가다. 대통령실은 “군 전력 체계 분야의 전문성과 뛰어난 조정·지휘 능력을 바탕으로 국방부와 군, 방위사업청, 방산 기업체 간 협조 체계를 구축하고 방산 수출 활성화를 동시에 이끌 적임자”라고 임명 배경을 밝혔다.
이날 대통령실이 출입기자들에게 배포한 방위사업청장 인선 발표 자료에는 석 청장을 합참 ‘전략’기획부장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석 청장이 합참 ‘전력’기획부장을 지냈는데, ‘전략’기획부장이라고 잘못 적은 것이다. 이 때문에 방위사업청장에 석종건 전 합참 ‘전략’기획부장이 임명됐다는 오보가 쏟아졌다.


‘전력’과 ‘전략’은 사소한 오자에 불과할까. 그렇지 않다.
오·탈자없는 문서는 공문서 작성의 기본 중의 기본이다. 특히 직함과 이름의 오기나 오자는 안 된다. 고위공직자 인선을 설명하는 대통령실 문서에서 대상자의 이력 오기는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라, 대통령실이 기본이 안 돼 있다는 뒷말이 나온다.
전략과 전력이 대충 비슷해 보이는데, 뭐가 큰 문제가 되느냐는 반론도 있을 수 있다.
“딱 맞는 단어와 적당히 맞는 단어는 번갯불과 반딧불의 차이다.”
‘톰 소여의 모험’을 쓴 미국 소설가 마크 트웨인의 말이다.
군사용어에서 전력과 전략은 번갯불과 반딧불만큼 다른 개념이다.
전력(戰力·War Potential)은 전쟁을 수행할 목적과 기능을 갖는 조직적인 무력 또는 군사력으로서 군사무기체계, 장비, 조직, 전술교리, 군사훈련 및 기반시설을 망라하는 개념이다.
합참 전력기획부장은 무기 체계의 소요(所要)를 결정하는 합참의 실무 책임자다. 무기체계 소요 결정은 육·해·공군이 연중 수시로 제기한 무기 소요를 검토하여 승인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합참이 북한 핵위협에 대응하려면 어떤 무기가 얼마나 필요한지 등을 결정해 방위사업청에 이런 무기를 마런해 달라고 요구하면, 방위사업청이 해당 무기를 국외에서 도입하거나 국내에서 개발한다. 석 청장이 합참에서 전력 분야 주요 직위를 역임한 전력 전문가라, 방위사업청장 적임자라는게 대통령실 설명이다.

합참 ‘전력’기획부장을 지낸 경력이 석 청장이 방위사업청장의 적임자란 대통령실 주장의 근거인데, 엉뚱하게도 ‘전략’기획부장이라고 잘못 적은 것이다. 이는 단순한 오기가 아니라 방위사업청 업무 본질이나 방위사업청장 업무 수행 역량과 직결된 핵심 팩트를 틀린 것이다. 합참 ‘전략’기획부장은 전력 건설의 밑그림인 전략을 짜지만, 전력 분야 전문가는 아니다. 합참 전략기획부장은 전략환경 및 위협에 대한 판단, 군사정책과 군사전략의 수립 및 발전, 대외 군사협력 업무 등을 맡는다.
방위사업청장 인선 실무를 맡은 대통령실 인사부서가 방위사업과 무기체계 획득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전략과 전력의 개념 차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을 수도 있다. 하지만 군 생활을 20~30년 넘게 하며 국방부와 합참 근무 경험이 풍부한 영관급 장교, 장군들이 대통령실 국방비서관 쪽에는 여럿 있다. 이들에겐 전력과 전략 개념 숙지는 업무의 기본값에 속한다.
국방비서관 쪽에서 방위사업청장 인선 발표 자료를 사전에 교차 확인을 했다면. 석 청장 이력을 합참 ‘전략’기획부장이라고 잘못 알리는 일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알 수 있다는 말이 있다. 신임 방위사업청장의 핵심 이력을 잘못 소개한 대통령실의 인사 설명 자료는 안보 컨트롤타워인 대통령실의 무지, 무능, 수평적 협업 부재를 드러낸 단면으로 보인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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