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임·발암 물질을 두른 사람들… 옷에 숨겨진 ‘끔찍한 진실’ [북리뷰]

유민우 기자 2024. 2. 23.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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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신화 속 전설적인 영웅 헤라클레스는 독이 묻은 옷을 입고 고통을 견디지 못해 분신을 택한다.

옷의 독 때문에 고통받는 것을 신화로만 치부할 수 있을까.

우리가 입고 있는 옷은 안전할까? 옷에 붙은 친환경 마크는 신뢰할 수 있을까? 책은 옷에 있는 유독 물질들이 어떻게 암을 유발하고 생식 기능을 저하시키며 우리 몸을 망가뜨리는지 샅샅이 파헤친다.

하지만 저자는 옷에 든 독성 물질을 '소수의 너무 민감한 사람들'의 문제로 간과해선 안 된다고 경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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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매일 죽음을 입는다
올든 위커 지음│김은령 옮김│부키

그리스 신화 속 전설적인 영웅 헤라클레스는 독이 묻은 옷을 입고 고통을 견디지 못해 분신을 택한다. 옷의 독 때문에 고통받는 것을 신화로만 치부할 수 있을까. 현대인들에겐 바로 현실의 이야기다. 우리가 입고 있는 옷은 안전할까? 옷에 붙은 친환경 마크는 신뢰할 수 있을까? 책은 옷에 있는 유독 물질들이 어떻게 암을 유발하고 생식 기능을 저하시키며 우리 몸을 망가뜨리는지 샅샅이 파헤친다.

탐사 전문 패션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패션 브랜드들이 답해주지 않는 질문들을 몸소 뛰어 밝혀낸다. 유니폼 교체 후 통증을 호소한 여러 항공사의 승무원들을 만나 얘기를 듣고 인도 티루푸르 공장을 방문해 옷감을 염색하고 마무리하는 과정을 조사한다.

전 세계적으로 최소 4만 가지 화학물질이 상업적으로 사용되지만 그중 동물과 인간에게 안전하다고 확인된 것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책은 소비자가 ‘먹는 것’에는 민감하지만 ‘입는 것’에는 관대한 현실을 지적하며 옷에 있는 화학물질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안전한 옷을 고르는 방법을 친절하게 설명한다.

전 세계 2조5000억 달러(약 3322조 원) 규모의 패션 업계는 소비자들의 ‘알 권리’를 교묘히 침해한다. ‘구김 방지’는 편의성을 주지만 화학 공정을 거치고 ‘친환경 보증수표’도 완전히 신뢰할 순 없다. 섬유 업계에선 화학물질의 단독 사용 한도를 정해놓지만, 개별 물질이 권장 한도 미만으로 들어 있다면 여러 물질을 혼합한 경우, 유해성이 해당 한도를 초과해도 문제가 없는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가장 위험한 것은 일반적으로 ‘환경호르몬’으로 불리는 내분비교란물질이다. 내분비교란물질은 사용량과 독성이 비례한다는 법칙을 따르지 않는다. 이들은 고용량에서 끔찍한 결과를 내고 중간 용량에서 독성이 떨어졌다가 소량에선 다시 독성이 오르기도 한다. 패션 업계가 애용하는 성분인 납, 수은, 비소, 포름알데히드, 프탈레이트, 과불화화합물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불임, 성 기능 감퇴, 유방암 등을 일으키는 환경호르몬의 위험성은 이미 널리 알려졌다.

화학물질에 노출된다고 해서 모두가 병에 걸리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저자는 옷에 든 독성 물질을 ‘소수의 너무 민감한 사람들’의 문제로 간과해선 안 된다고 경고한다. 미국인 1만 명을 대상으로 한 테스트에서 응답자의 20% 이상이 화학적 민감증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책에 등장하는 알래스카 항공사의 승무원들은 새 유니폼을 받은 후 발진과 천식 증상을 호소했지만 항공사 측은 이들을 ‘민감하고 유별난 사람’으로 취급했다. 책은 알래스카항공의 유니폼 샘플을 분석한 결과, 과도한 수준의 납과 비소, 발암성 중금속이 검출됐던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고 강조한다. 책을 다 읽을 때쯤 입고 있는 옷이 낯설게 느껴질 것이다. 404쪽, 2만 원.

유민우 기자 yoom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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