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출·연결에 피곤해진 삶… ‘보이지 않기’ 경험하세요[북팀장의 북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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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칼럼니스트 아키코 부시의 '존재하기 위해 사라지는 법'(멜라이트)은 제목부터 아리송합니다.
매일 매 순간,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몸부림치는 우리에게 말입니다.
무엇보다 21세기식 존재란 '드러남' 아닌가요.
그게 능력이고, '좋아요'를 받는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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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칼럼니스트 아키코 부시의 ‘존재하기 위해 사라지는 법’(멜라이트)은 제목부터 아리송합니다. 사라지라니, 이게 무슨 소린가 싶습니다. 매일 매 순간,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몸부림치는 우리에게 말입니다. 무엇보다 21세기식 존재란 ‘드러남’ 아닌가요. 스마트폰, 인터넷, SNS 등 우리는 끊임없이 노출되고, 연결되고, 그러한 세상에선 무엇을 하느냐보다 어떻게 보이느냐가 중요합니다. 때론 그게 정체성이니까요. 사라지기는커녕 더 잘 보여야죠. 삶을 과시하고 자신을 상품화해야 합니다. 그게 능력이고, ‘좋아요’를 받는 방법입니다.
“우리 존재는 우리 자신을 어떻게 드러내느냐뿐 아니라 어떻게 숨기느냐와도 관련이 있다.” 전자의 것은 이미 차고 넘치니, 책은 이제 애써 ‘사라지는 선택’을 하라고 권합니다. ‘보이지 않는 상태’의 의미와 근원을 사유하라고. 그것은 ‘보이고 보여주는’ 것만이 최고의 가치가 아님을 알아차리는 것입니다. 또 우리의 욕구, 두려움, 희망 등을 의식적으로 다듬어, 마음 한편에 잘 정리해 두는 일이기도 합니다. 그렇게 ‘사라지는 법’을 알면 우리가 누구인지 이해하게 된다고, 그것이 지금 가장 필요한 능력이라고 저자는 강조합니다. 아, 물론 이때 ‘좋아요’는 없겠지만요.
‘사라짐’은 어떻게 가능할까. 명상을 하고, SNS 계정을 지우고, 스마트폰을 끄면 될까요. 책은 예상을 뒤엎고 엉뚱하고 흥미로운 지점으로 나아갑니다. 실질적으로 ‘보이지 않는 상태’를 경험하라는 것입니다. ‘사라지는 선택’의 매력과 가능성을 온몸으로 느껴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저자에게 그것은 강과 바닷속 그리고 깊은 숲속에서 가능했습니다. 보호색 등 각종 은폐와 위장으로 주변 환경에 동화돼 ‘보이지 않기’를 선택한 동식물들의 생태에서, 저자는 ‘사라지는 법’에 대한 영감을 받았다고 합니다. 경이와 경외 속에서 자아와 이미지에 대한 집착을 줄였고, 몸과 마음에 상상과 창조의 공간을 넓힐 수 있었다고 말입니다.
숨기나 도피, 침묵이나 고립 등을 떠올렸는데 물리적 체험을 이야기하니, 다시 아리송하지만 더 솔깃합니다. 짧고 자극적인 영상, 필요 이상의 말과 온갖 소리, 넘치는 텍스트, 촘촘한 감시 카메라와 각종 전자기기…. 24시간 화려한 디지털 세상에 살면서, 해독제를 찾으려는 생존 본능 때문일까요. ‘사라짐’이라는 모호하고 불확실한 개념을, 확신에 차 설파하는 저자에게 더는 의심을 품지 말고, 이번 주말엔 자연 속으로 사라져 보려고 합니다. ‘보이지 않는 세계’에서 훨씬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다고 말하는, 이 섬세하고 지적인 안내서를 들고 말입니다.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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