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주도 달 탐사선, 사상 처음으로 달 착륙 성공
이스라엘·일본 등 수년간 시도했지만 실패
미 달 착륙선으로는 52년 만에 달 ‘컴백’
달 개척 중심, 정부서 민간으로 이동 전기
민간이 주도해 제작한 달 착륙선이 사상 처음으로 달에 내려앉는 데 성공했다. 지금까지 모든 달 착륙은 각국 정부가 주도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번 착륙을 계기로 민간이 달을 포함한 우주 개척을 이끄는 ‘뉴스페이스’ 시대가 본격 도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2일(현지시간) 미국 민간우주기업 인튜이티브 머신스는 이날 오후 5시24분(한국시간 23일 오전 8시24분)에 자신들이 제작한 무인 달 착륙선 ‘오디세우스(노바-C)’가 달 남극에서 300㎞ 떨어진 ‘말라퍼트A 충돌구’에 안착했다고 발표했다. 오디세우스는 지난 15일 스페이스X 로켓에 실려 미 플로리다주 케네디우주센터에서 발사돼 일주일간 우주를 비행했다.
스티븐 알테무스 인튜이티브 머신스 최고경영자(CEO)는 착륙 상황을 생중계한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착륙선의 정확한 상태는 아직 분명하지 않다”면서도 “착륙선이 달과 접촉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착륙 직후에는 오디세우스가 발신한 ‘월면 안착’ 신호가 잡히지 않아 관제실 주변에 한때 긴장감이 흘렀지만, 착륙 15분 뒤 해당 신호가 수신됐다. 달 착륙 사실이 확인되자 인튜이티브 머신스 관제실에서는 환호성과 박수가 터져 나왔다
이번 착륙으로 오디세우스는 ‘세계 첫 민간 달 착륙선’이라는 타이틀을 따게 됐다. 지금까지 달에는 구소련과 미국, 중국, 인도, 일본이 무인 또는 유인 착륙선을 보냈다. 모두 정부가 주도해 착륙선을 만들었다. 하지만 오디세우스는 NASA 재정 지원을 받아 민간기업이 주도해 제작한 달 착륙선이다.
오디세우스는 원통 형태 동체를 지녔다. 동체 하단에는 식탁 다리와 비슷한 착륙용 지지대가 붙어 있다. 높이 4m, 지름 1.57m, 발사 시 중량은 1908㎏이었다.
최근 미국 등 각국 정부는 우주 탐사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민간 기업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촉진하고 있다. 예전처럼 막대한 세금을 들여 발사체나 각종 우주 관련 장비를 자체 개발·제작하는 것보다 기업의 능력을 활용하는 편이 재정 절감을 위해 낫다는 판단 때문이다.
민간 기업의 달 착륙 시도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9년 이스라엘 스페이스일이 개발한 ‘베레시트’, 지난해 일본 아이스페이스가 만든 ‘하쿠토-R 미션1’이 잇따라 달로 떠났지만, 마지막 착륙 단계에서 기술적 이상이 생겨 월면에 충돌했다. 월면에 닿기는 했지만 연착륙에 실패하면서 동체가 부서졌고, 이 때문에 정상적인 탐사도 불가능해졌다.
지난달에는 미국 애스트로보틱이 개발한 ‘페레그린’이 발사됐다. 하지만 연료가 새면서 달까지 가지 못하고 지구 대기권에 재진입해 불탔다.
오디세우스에는 NASA가 개발한 탐사 장비 6개가 실린다. 이 가운데 가장 주목되는 것은 ‘SCALPSS’라는 카메라다. 오디세우스가 월면을 향해 하강할 때, 엔진 힘에 의해 공중으로 떠오르는 달 먼지의 움직임을 찍을 예정이다.
달 먼지 입자는 사람 머리카락 굵기의 10분의 1이지만, 형태가 칼날처럼 날카롭다. 미래 월면에 들어설 건축물과 장비에 달 착륙선 엔진의 힘을 타고 공중으로 떠오른 달 먼지가 수북히 내려앉으면 파손을 유발할 수 있다. 이런 문제를 다룰 기초 연구를 시작한 것이다.
오디세우스는 1972년 아폴로 17호 이후 처음으로 달에 다시 내린 미국 달 착륙선이기도 하다. 오디세우스는 앞으로 7일간 달 먼지 분석과 함께 달 궤도선·착륙선의 정밀 비행 등을 가능하게 할 각종 시험용 장비를 가동한다. 이를 통해 미래 월면 탐사에 도움이 될 정보를 모을 예정이다.
빌 넬슨 NASA 국장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X에 올린 게시물을 통해 “오늘, 반세기만에 미국이 달로 돌아갔다”고 말했다. 넬슨 국장은 인튜이티브 머신스와 스페이스X, NASA를 가리키며 “이는 인류의 승리이고, 오디세우스는 달을 접수했다”고 강조했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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