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고여덟 명 낳던 17세기 엄마부터 ‘비출산’ 페미니스트까지···‘엄마의 역사’[책과 삶]
엄마의 역사
세라 놋 지음|이진옥 옮김|나무옆의자|484쪽|1만9800원
제목 <엄마의 역사>는 중의적 의미를 갖는다. 17세기부터 20세기 말까지 영국과 북미 중심으로 출산·양육을 둘러싼 어머니의 역사를 다루는 동시에 역사학자 세라 놋이 두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경험하고 느낀 내밀한 개인사를 그 사이사이에 끼워넣는다. 1640년대 목사의 아내 제인 조슬린이 촛불로 밝힌 방 안에서 친구와 가족, 산파의 도움으로 출산하던 장면과 18세기 체로키족 여성들이 오두막에서 출산하는 장면 뒤로 저자가 산부인과에서 조산사의 도움으로 첫 아이를 출산하는 장면이 이어진다. 역사적 기록과 개인의 경험이 결합된 독특한 형식의 글을 통해 독자는 인류 탄생 이후 수천년을 이어온 ‘엄마의 역사’를 현재와 연결해 이해할 수 있다.
세라 놋은 둘째 아이를 가진 상태에서 ‘엄마의 역사’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다. 남성들이 주도했던 정치사와 달리 ‘엄마의 역사’를 다룬 기록과 자료를 찾기는 어려웠다. 1970년대 여성운동 이후 임신과 출산에 관한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는 여성들이 많아졌지만, 이전의 기록은 일기·편지 등에 모래알처럼 흩어져 존재했다.
“동사 지향적이고, 일화에 기반하며, 일인칭 시점의 에세이 형식으로 구성된 모성의 역사”라는 방법론은 저자가 ‘엄마의 역사’를 쓰기 위해 찾아낸 돌파구인 동시에 엄마 노릇이 갖는 경험의 본질적 특징과 맞닿아 있다. 칭얼대며 돌봄과 관심을 요구하는 아이에 의해 방해받고 끊어지며 구멍이 숭숭 뚫리는 “모성은 그 자체로 일화에 적합하”다고 말한다. 저자는 평균 7~8명의 아이를 낳았던 17세기 북미 여성들부터 아이를 가지는 것이 ‘선택’이 된 현재의 페미니스트에 이르기까지 모성을 둘러싼 변화와 다양한 이야기를 커다란 모자이크화로 그려낸다.
저자는 글로 된 기록을 남기기 어려웠던 흑인 노예나 원주민 여성, 노동계급 여성의 경험을 담기 위해 노예의 증언, 원주민 보호구역에 대한 인류학자들의 보고서, 구술사나 사회학적 조사에 나온 증언 등을 성실히 수집했다. 또한 트랜스남성의 출산, 정자를 기증받아 출산하는 레즈비언 등 다양한 ‘엄마 되기’의 경험을 포괄하면서 이성애 가족 중심의 ‘엄마의 역사’에서 벗어난다.
“명사를 동사로, ‘어머니’라는 정체성을 ‘엄마 노릇 하기’라는 행동으로 바꿔보라. 전망이 아주 다르게 보일 것이다. 후기 자본주의하에서 모든 종류의 돌보는 이들-입양모, 생모, 고용된 위탁모, 또는 여성, 남성, 레즈비언, 게이, 성전환자, 그리고 그 밖의 사람들-이 외치는 돌봄에 대한 옹호는 실제로 광범위한 연합체를 구축할 수 있다. 21세기는 우리의 발밑에서 여전히 요동치고 있다.”
이영경 기자 samemin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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