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한 日 반도체 부활할까… 구마모토 TSMC공장 개소
‘일본 반도체 산업 재도약의 발판이 될까.’
24일 개소식을 갖는 구마모토현 TSMC 공장에 일본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세계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 공장 가동으로 1980년대까지 국제시장을 석권했던 일본 반도체 산업이 부활의 날개짓을 시작할 것이란 기대다. 공장 유치, 건설에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일본 정부는 자국 기업의 반도체 산업 진출, 연구개발 지원등에도 발벗고 나서는 상황이다.
휴대전화, 전기자동차, 로봇, 인공지능(AI) 등 미래 경제를 좌우할 첨단산업에서 필수인 반도체를 둘러싼 경쟁이 사실상 국가대항전이 된 상황에서 일본은 총력전 태세다.
TSMC 공장 유치, 건설 과정에는 반도체 산업 부흥을 위한 일본의 강력한 의지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TSMC는 구마모토현 기쿠요쵸(菊陽町) 공장 건설에 1조엔(약 8조8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는 데 절반 정도인 4760억엔(4조2000억원)을 보조했다. 일본에선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의 속도전도 감행했다. 애초 5년은 걸릴 것으로 예상했던 공장 건설을 2022년 4월 착공 후 22개월만에 끝낸 것이다. 요미우리신문은 “TSMC 공장유치는 2021년 제정한 ‘반도체·디지탈산업전략’의 최대성과”라는 일본 정부 관계자의 말을 전하며 “(반도체 산업에 대한) 정부 지원책은 미국 등 다른 나라보다 극진하다”고 평가했다.
TSMC가 지난 6일 구마모토에 두번째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하며 일본 정부의 적극적인 구애에 호응했다. 올해 안에 공사를 시작해 2027년 가동한다는 계획이다. 공장 운영에는 소니그룹, 도요타자동차 등 굴지의 일본 기업이 참여한다. NHK방송은 “1·2공장 합쳐서 투자액은 2조9600억엔(26조2000억원)를 넘는다”며 “정부는 올해 예산에 2공장 건설 지원을 염두에 두고 첨단반도체 양산 지원을 위한 기금에 7600억엔(6조7000억원)을 포함시켰다”고 전했다.
TSMC 1공장에서는 올해 말부터 카메라, 자동차 등에 쓰이는 12·16·22·28㎚(나노미터, 10억분의 1m) 반도체가 생산된다. 2공장에서는 6, 7㎚ 제품이 만들어진다. 현재 3㎚ 반도체가 생산되고 있는 상황이라 첨단반도체라고 하기는 힘들지만 일본 반도체 업계에서는 40㎜ 공정까지만 가능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의미가 크다.
요미우리신문은 “일본은 반도체 제조장비, 소재에 강점을 갖고 있다”며 “(TSMC 공장이 있는) 규슈에는 이 분야 기업의 진출이 이어지며 산업집적이 진행 중이다. 인재육성이나 기술축적 등으로 관련산업 전체를 강화해 가야한다”고 강조했다.
◆정부 주도 기업 육성…지속가능성 우려도
1980년대까지만 해도 세계를 석권했던 반도체 산업 부활을 위한 일본의 노력은 자국 내로도 향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최근 차세대 반도체 연구개발 거점인 ‘최첨단 반도체 기술센터’(LSTC)가 진행하는 기술개발에 450억엔(390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LSTC는 라피더스, 도쿄대, 이화학연구소 등이 참여하는 산학 협동 연구기관이다. LTSC에 참여하고 있는 라피더스의 존재감도 크다. 도요타, 소니, 소프트뱅크 등 일본 주요 대기업이 참여해 2022년 설립한 파운드리 합작기업이다. 지난 해부터 홋카이도 지토세시에 2㎚급 반도체 생산 공장을 짓고 있으며 2027년부터 양산에 나선다. 일본 정부는 라피더스에 9760억엔(8조6000억원) 가량을 지원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반도체 대기업인 키옥시아는 미에현, 이와테현 공장에서 최첨단 8세대 메모리 반도체를 생산하기로 했다. 총투자액은 4500억엔(3조9000억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중 1500억엔(1조3000억원)을 일본 정부가 지원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에선 일본 정부의 총력전을 우려하기도 한다. 정부 주도의 특정산업 진흥이 지속성, 효율성을 가질 수 있겠냐는 의문이다.
아사히신문은 라피더스에 대한 정부 투자를 사례로 들며 “정부가 거액의 보조금을 반도체 산업에 투자하는 것은 ‘경제안보’라는 명목이지만 정부 주도가 유지될 수 있는 것인지, 오히려 성장을 방해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아사히에 따르면 라피더스는 최소 2조엔(17조6000억원) 규모의 투자 거의 전부를 국비로 충당한다. 도요타자동차, NTT 등 8개 기업도 주주지만 출자액은 73억엔(644억원) 정도에 불과하다. 아사히는 “정부가 결정한 특정사업에 무리하게 인재나 재원을 집중하고, 그 결과로 다른 분야가 소홀해지면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며 “경쟁은 시장경제의 엔진이고, 기업의 예금이 350조엔(3000조원)에 달해 자금은 충분하다”고 분석했다.
도쿄=강구열 특파원 river91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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